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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나'다운 나이듦으로 살아가기

송고시간2019-07-04 14:24

박상철 교수,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20여 년 전만 해도 100살까지 산다는 건 까마득한 소망이나 다름없었다. 당시엔 100살 문턱을 넘는 것 자체로 화제가 됐다.

꿈만 같던 그 시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국내 100세 이상 인구가 1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른바 호모 헌드레드 시대! 이제는 100살이 돼도 별다른 화제가 되지 못한다. 누구나 100세를 살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대미문의 기적이라고 할까.

노화 연구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저서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를 펴내 100세 시대를 새롭게 조명했다. 제목 그대로 현실이 된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나'다운 존엄과 독립을 유지하며 당당히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일러준다.

박 교수는 국내 최초의 100세인 연구자로, 30년 전에 이미 급격한 고령화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노화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와 함께 2002년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에 젊은 세포보다 늙은 세포가 더 강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색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올해로 100세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현장 강연과 토론 등으로 여전히 활발한 일상을 살고 있다.

올해로 100세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현장 강연과 토론 등으로 여전히 활발한 일상을 살고 있다.

저자는 노화란 세포가 증식을 포기하는 대신 생명을 연장하려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는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외부 스트레스에 더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다는 그의 연구 결과에 토대를 둔 것이다. 박 교수는 노화가 죽어가는 소멸의 과정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적응의 과정으로 생명체의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노화 이론을 정립했다. 노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나이라도 사람마다 늙음의 차이가 나는 이유다.

이번 책은 단순히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 장수촌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현장 연구를 더한 결과물이다. 세포나 동물 수준에서 연구되던 노화 문제를 현장 답사와 대화를 통해 폭넓게 탐색한 것. 따라서 국내외 100세인들의 일상과 지혜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당당하게 생명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노화란 초췌해지고 쇠퇴되어 뒤안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임을 보게 됐다"며 이를 '거룩한 노화(Holy Aging)'라는 용어로 새롭게 정의했다. 생명이란 거룩한 것이기에 나이듦 역시 거룩한 노정이라는 얘기다.

그 한 예로 든 사람이 102살의 김휴갑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여전히 읍내 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자신의 재산도 몸소 관리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자식들이 "조금 쉬시라"고 하면 "가만 있으면 뭘 해!"라고 대답하곤 한다. 100살이 넘어도 자식이나 이웃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책임지며 당당하고 보람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장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박 교수는 강조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혼자 고독하게 지낸 사람들보다 사망의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더라는 것. 인간관계는 면역력에도 영향을 끼쳐 평소에 스킨십을 자주 하거나 가족, 친구들로부터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벗어났다. 이 가운데 특히 가족은 초고령 사회의 등불이나 다름없다.

100세인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적극적인 활동과 긍정적인 마음이다. '동물(動物)'이라는 용어가 암시해주듯이 산다는 것은 곧 움직인다는 것으로 적극적인 활동은 몸의 순환과 균형에 매우 중요하다. 몸의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게 마음의 건강. 몸과 마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몸이 건강할수록 삶에 더 긍정적이었다.

박 교수는 "100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늙음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자연스레 깨달아졌다"며 "나이듦이 단순한 '늙음'이 아닌 무제한의 '자람'으로 생각되는 세상을 꿈꿔 본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선택해 책임지는 삶, 그것은 바로 존엄과 독립정신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테면 노인 독립운동이다.

노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의 편집인으로 활동한 박 교수는 이번 신간에 앞서 '생명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노화혁명', '백세인 이야기', '웰에이징', '당신의 백년을 설계하라' 등 관련서를 집필한 바 있다.

코리아닷컴. 280쪽. 1만5천원.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

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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