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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장] 미얀마 양곤 보족아웅산 시장

송고시간2019-08-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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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대표적인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일상생활의 중심에 늘 불교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인구의 85% 이상이 불교도이며 독실한 불자들이 많다. 어디를 가나 불교사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

불교색 짙은 기념품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불교색 짙은 기념품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이지만 2005년까지 수도였던 양곤은 이 나라 최대 도시다. 보족아웅산 시장은 양곤의 중심부에 있다. 양곤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장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인 1926년 세워져 당시 시 위원이던 사람의 이름을 따 스콧 마켓이라고 불리다 1948년 해방 후 국가 지도자이며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따 보족아웅산 시장으로 개칭했다. 보족은 장군을 의미하는데 흔히 보족시장으로 불린다.

시장 이름에서 풍기는 용맹함과는 달리 시장에 들어서면 사찰에 들어선 것 같은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독 많은 불교용품 가게에는 오백나한 상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나무부처 조각상들이 질서정연하게 진열돼 있다.

자수 그림이나 손수건에도 코끼리, 공작 등이 불교 색채로 새겨져 있다. 상점 주인들 얼굴에도 스님 같은 차분함과 편안한 미소가 묻어난다.

보석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보석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미얀마에서는 거의 모든 보석이 생산된다. 세계 비취의 90% 이상이 미얀마산이고 루비와 골드진주도 미얀마산이 가장 질이 좋다고 한다.

양곤 보석박물관에는 매일 아침 보석 경매가 진행되고 2만1천450 캐럿의 세계에서 가장 큰 루비 원석이 보관돼 있다.

이런 이유로 보족시장에는 보석 가게도 많다. 시장 한가운데에 줄지어 선 보석 상점엔 형형색색의 다양한 보석들이 팔찌, 목걸이, 묵주로 변신해 가게 진열대에 단정하게 매달려 있다.

많은 물건을 진열하고 보석들의 색깔이 무척 다양함에도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고 조화롭다.

전통복장인 론지 원단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전통복장인 론지 원단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미얀마 전통복장인 '론지'는 치마 형태로 남녀 모두 입는다. 이 론지 원단을 파는 가게는 원단을 진열한 모습이 오색의 천 조각을 이어 만든 조선 시대 조각보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벽에 매달린 원단과 아래 진열장에 배치된 원단의 조화가 하나의 작품이다.

피부를 보호하고 부드럽게 해 준다는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얼굴 가득 바르고 있는 여자 상인들의 얼굴이 진열된 원단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론지 기성복을 파는 가게도 질서정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한 곳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다. 론지를 입고 여자 마네킹과 나란히 선 남자 상인도 엉뚱한 듯하면서도 잘 어울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그림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그림 가게 [사진/조보희 기자]

그림을 파는 가게에서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 앞에 앉아있는 여성 상인은 그림의 일부처럼 보여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다.

신발가게에는 더운 나라라 슬리퍼 종류가 많다. 모양은 단순한데 색깔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화려한 색의 신발을 매달아 놓은 진열대는 모자이크 작품을 연상케 한다. 단순한 생활용품으로도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을 줄 아는 솜씨가 그만이다.

화려한 색깔의 신발들 [사진/조보희 기자]

화려한 색깔의 신발들 [사진/조보희 기자]

겉보기에는 여느 시장과 다름없지만, 안에는 파고다를 장식한 각종 보석과 법당에 자리한 부처상들이 가득하고 이를 파는 상인들도 수도승처럼 정갈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불교사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미얀마는 같은 아세안 국가이면서도 태국, 라오스 등 이웃 불교 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다.

어느 시인이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 했듯이, 시장도 자세히 보면 색다름이 보인다. 그래서 여행지에선 시장을 반드시 찾게 된다.

보석으로 만든 꽃 [사진/조보희 기자]

보석으로 만든 꽃 [사진/조보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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