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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反러 시위 여파로 양국관계 급속 악화…양국간 항공 단절(종합2보)

푸틴, 조지아行 항공교통 차단…조지아 항공사 러시아 취항도 잠정 금지
조지아선 친서방 야권 지지자들 이틀째 반러 시위…2008년엔 양국 전쟁도
21일(현지시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건물 앞에서 야권 지지자 수천명이 친(親) 러시아 성향의 현 정부를 규탄하며 내무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건물 앞에서 야권 지지자 수천명이 친(親) 러시아 성향의 현 정부를 규탄하며 내무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남캅카스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야권의 대규모 반러시아 시위 여파로 양국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조지아에서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와 항공 안전 등을 이유로 조지아로의 자국 항공기 운항을 다음 달 초부터 중단시킨 데 이어 조지아 항공사들의 러시아 취항도 잠정 금지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22일(현지시간) 조지아 항공사들의 러시아 운항을 다음 달 8일부터 잠정 금지한다고 밝혔다.

교통부는 운항 금지 조치 이유로 조지아 항공사들의 항공 안전 수준 향상 필요성과 조지아 측의 항로 관제 서비스 대금 체납을 들었다.

교통부는 항로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조지아 측의 체납액이 약 79만 달러(약 9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와 자국민 보호 등을 들어 자국 항공사들이 러시아 시민을 조지아로 실어나르는 것을 내달 8일부터 일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명령에 서명했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보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보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더해 자국 여행사들이 조지아 관광상품 판매를 삼가도록 권고했고, 정부 당국에는 조지아에 일시적으로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을 송환하기 위한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명령이 조지아 상황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현지 상황이 안정화되고 러시아인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달 8일부터 조지아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06년에도 조지아와의 항공교통을 4년간 차단한 바 있다.

현재 조지아에는 러시아 여행사들을 통해 관광상품을 구매한 1천500명 이상의 러시아 관광객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8일까지 운항할 자국 항공편을 이용해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친서방 성향의 조지아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조치가 연 수백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조지아 방문을 금지함으로써 조지아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던 조지아에선 연이틀 반(反)러시아 시위가 거세게 벌어졌다.

AP·인테르팍스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청사 주변에선 지난 20일부터 이틀 동안 야권 지지자들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수천 명의 야권 지지자들은 21일 저녁 트빌리시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며 전날 시위를 강경 진압한 내무장관 사퇴, 체포자 석방,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주장했다.

앞서 20일에는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이튿날 아침까지 경찰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발사해 최소 240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병원 당국자는 "이 중 10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두 명은 고무탄에 맞아 실명했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요구에 밀려 이라클리 카자히제 조지아 의회 의장이 결국 사퇴했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21일에도 의회 앞에 모여 내무부 장관의 추가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명한 시민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안대를 착용했다.

21일(현지시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야권 지지자들이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실명한 시민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시내 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야권 지지자들이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실명한 시민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친(親) 러시아 성향 집권당 '조지아의 꿈' 소속인 마무카 바흐타제 조지아 총리는 야권 지도자들이 대중의 감정적 분출을 악용해 폭력사태가 일어나도록 부추겼다면서 "이는 법률과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위에 동참한 현지 변호사 디미트리 살라체(32)는 "우리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현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전쟁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던 러시아와 조지아는 조지아산 와인과 과일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가 해제되는 등 최근 수년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조지아 내에선 여전히 반러시아 정서가 강하다.

이번 시위도 러시아 하원의원 세르게이 가브릴로프가 지난 20일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한 것이 계기가 돼 촉발됐다.

정교회 국가 의회 간 모임인 '정교회 의회 간 회의'(IAO) 의장을 맡고 있는 가브릴로프는 트빌리시 의회 건물에서 열린 제26차 IAO 총회를 진행하다 논란을 불렀다.

가브릴로프 의원은 조지아 출신이면서도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당시 러시아군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런 그가 의원내각제 중심 국가인 조지아의 의회 의장석에 올라 연설한 것은 러시아의 조지아 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가브릴로프 의원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쿠데타를 노리는 친서방 성향의 "극단적 집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6/23 03: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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