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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들"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음식 냄새에 "욱, 욱" 하다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드라마 주인공. 남편과 함께 불룩한 배에 손을 얹고 미소 짓는 '만삭 화보' 속 연예인. 눈도 못 뜨는 아기를 안고 모유를 먹이는 여성.

우리가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임신과 육아에 관한 장면이지만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들은 여기에 '많은 정보가 생략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이렇게 단순한 게 아니더라며 SNS에 자신이 겪은 임신과 출산, 육아의 실상을 공개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 우린 임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디어에서 입덧은 별안간 음식 냄새를 맡다가 구역질을 하는 정도로만 그려지잖아요. 실제로 제가 겪은 입덧은 정말 달랐어요"

지난해 9월 아기를 출산한 송해나(30대)씨는 임신 기간 내내 심한 입덧에 시달렸다. 미디어에서 보던 구역질 정도의 증상과 달리 그가 겪은 입덧은 모순적인 상황 그 자체였다. 속이 울렁거려서 음식을 먹지 못하겠는데 동시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더 속이 안 좋아져서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했다. 송씨는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면서 이 시간을 견뎌냈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입덧만이 아니었다. 태아가 본격적으로 자라는 임신 중기가 되자 점점 커지는 자궁에 다른 장기가 눌려 치골이 뻐근한 통증이 찾아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간신히 떼야 할 정도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겉으로 보기엔 아픈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송씨는 "임신을 경험하고서야 '많은 사람이 임신의 실상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람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여성의 몸을 통해 태어나는데도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 10개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당사자인 여성에게조차 제공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첫 아이를 출산한 신민경(30)씨도 임신 기간 예상치 못했던 신체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임신 초기 일주일에 5㎏이 불었고 임신 중기에 접어들자 겨드랑이가 까맣게 착색되고 배꼽이 튀어나왔다.

임신한 배의 모습
임신한 배의 모습[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씨는 "임신을 하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일주일에 5㎏이 찔 줄은 몰랐다. 또 사소한 일일 수 있겠지만 겨드랑이와 배꼽의 변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떤 옷을 입어도 튀어나온 배꼽이 감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발이 퉁퉁 붓는 부종, 출산 후에도 꺼지지 않는 배, 불안한 감정, 임신 후기로 가면 나타나는 빈뇨와 호흡 곤란, 소화 장애 등 임신을 경험한 여성이 '전에는 몰랐다'고 말하는 증상은 다양했다. 출산 과정에서 제모와 회음부 절개가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출산 직전에야 맘카페 출산 후기나 인터넷 검색으로 뒤늦게 알고 '경악'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은 임신과 출산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 '통잠'은 기적, 실전 수유는 엉망…"출산 이후의 삶은 더 까마득"

"모든 출산 후기는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로 끝나요. 그래서 전 출산하고 나면 고생 끝인 줄 알았어요. 잠과의 전쟁이 시작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죠"

조리원을 퇴소하고 나서 홀로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신민경씨는 아기가 태어난 뒤 밤에 제대로 잠을 잔 기억이 거의 없다. 밤·낮·새벽할 것 없이 2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우는 아기에게 수유해야 했고, 밤중 수유가 끝난 후에도 아이가 새벽에 깨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수유텀'이라는 용어는 육아하는 이들에겐 익숙한 말. 아기가 신생아 때는 주로 잠을 자지만 2∼3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서 우는데, 그때마다 모유나 분유를 줘야 한다. 홀로 육아를 하는 사람이 수유텀을 제대로 챙기려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아기가 백일이 되면 보통 밤에 깨지 않고 내리 자는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고 해서 '100일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도 아이마다 달라서 100일이 지난다고 모든 부모가 '잠 부족'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글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글[네이버 캡처]

지난해 5월 아기를 낳아 '세 시간에 한 텀'으로 수유하던 양정선(36)씨는 "수유텀을 지키던 3개월 동안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이 세 시간에 한 번이지 아이에게 수유하고 분유 병을 소독하고 아기 옷 빨래 등 밀려 있는 집안일을 하면 쉴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였다. 몇 개월 동안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늘 피곤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했던 난관은 또 있었다. 바로 수유 방법이었다.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이야기는 당연하게 언급되지만 모든 산모가 아기에게 모유를 쉽게 먹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분유를 먹였다는 양씨는 "산부인과와 조리원에서 '출산 후 모유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들었지만 나는 유선이 막혀서 모유가 나오지 않았다"며 "유선을 뚫어준다는 베테랑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열 차례나 받았지만 끝끝내 모유는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모유가 나오는 산모도 유선이 막히면서 생기는 염증 탓에 고열과 동통(疼痛)이 나타나는 젖몸살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산모를 대상으로 한 가슴 마사지 업체가 성업하는 이유다.

모유든 분유든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산모들이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

산후조리원에서 분유 수유 방법을 한 차례 배운 게 다라는 신씨는 "잘못된 방법으로 분유를 먹였다가 갓 태어난 아기가 설사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아기가 먹고 남은 분유 병 속 분유는 모두 버리고 새로 타야 하는데, 한꺼번에 분유를 많이 타 놓고 저녁 내내 아기에게 먹인 것. 그는 한 번 빨았던 젖병을 다시 물리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신씨는 "조리원에 있을 때 육아 방법에 대해 간단히 배우긴 했지만 실전 상황이 닥치자 배운 내용을 제대로 기억해내기 힘들었다. 조리원에 함께 있지 않았던 남편은 더욱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나서야 수유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 "왜 이런 건 아무도 안 알려주나"…직접 펜대 잡은 여성들

윈여성병원 정은영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실제로 산모 대다수는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사전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임신을 한다. 심지어 계획 임신을 한 사람조차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식이 결여된 채 임신과 출산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곳이 부족하고, 여전히 임신과 출산을 '결혼 후에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초·중·고교 보건 시간에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있긴 하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육하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를 살펴보면 임신, 출산을 다루는 내용은 1∼3쪽 분량에 불과하고, 육아에 대한 내용은 아예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건 교과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도 드물 뿐 아니라 정식 교과로 지정한 학교에서도 입시를 위한 자습 시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
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촬영 황예림]

임신과 육아가 여성의 신체와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막연하고 단편적인 정보만 알려진 데 문제의식을 느낀 여성들은 직접 펜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공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해나씨는 임신 기간 트위터에 '임신일기'를 썼다. 자신의 신체 변화와 그에 따른 삶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한 일기는 트위터 이용자 1만5천명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송씨의 일기는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 간 임신일기'라는 제목으로 다음달 초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임신의 중요도와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성의 경험이 은폐돼 있다고 느꼈다"며 "모든 여성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임신을 선택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민경씨는 '임신과 출산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육아의 실상을 묘사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육아는 너무 행복할 거야'라고 상상했다가 겪은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엄청난 우울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힘듦을 감수하는 일이다. 단순히 생명을 낳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임신, 육아의 모든 면을 제대로 알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송씨는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면 임신을 시도하려는 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보가 치밀하게 은폐되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며 "임신과 육아 중에 일어나는 어려움이 숨겨지면 '모성애로 극복할 수 있으니 혼자서 감당하라'는 식의 사회적 강요도 가능해진다. 임신에 대해 모두가 잘 알아야 임신한 여성을 향한 사회의 날 선 시선과 미비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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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6/22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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