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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 성장·진보 아닌 순환적 삶의 패턴 회복해야"

김종철 생태사상론집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이른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성장, 발전, 세계화를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해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인류사회는 이전에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크고, 그림자 또한 짙다.

대표적 생태사상론자인 김종철 씨가 근대문명의 폐해와 생태 문명의 당위성을 직설적 목소리로 통렬하게 외치는 신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펴냈다. 1991년 격월간지 '녹색평론'을 창간했던 김 씨는 에콜로지 사상과 운동의 확대를 위한 활동에 열중해왔으며, 이번 저서는 2008년 '땅의 옹호'에 이어 10여 년 만에 출간한 사회평론집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과 온실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과 온실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농부들의 모내기(연합뉴스 자료사진)
농부들의 모내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고, 자기파멸적 시간'이었다. 문명 세계가 산업 문명을 통해 이룩했다는 높은 생활 수준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서구 자본주의 산물인 산업경제와 그에 의존해온 근대적 문명은 재생 불가의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필연적으로 파국의 종말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한계를 출발점부터 내포하고 있었다.

저자는 그런데도 세계가 화석연료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산업경제에 너무나 깊이 중독된 나머지 근본적 방향전환을 촉구하는 숱한 경고와 징후들을 거듭 무시하면서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고 개탄한다.

그 결과 인간생존의 기반인 자연과 사회 생태계가 대규모로 파괴됐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어떤 형태의 문명도 존속하기 힘든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극심해진 불평등 때문에 이런 풍요와 편의의 혜택을 누리는 인구 또한 지극히 제한적인데, 지금 세계 도처에는 최소한의 연명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유한한 지구상에서 '직선적' 성장·진보를 끝없이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모순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현세대의 인류에게 가장 긴급한 것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물질적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순환적' 삶의 패턴을 회복하는 일"이라면서 "영구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생존·생활 방식이 농사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그 농사의 궁극적 토대인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바 없는 대혼란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최량의 지혜를 모으려면 '정치'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순환적 삶의 회복과 흙 문화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 같은 방향전환을 하려면 우리 집단적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즉 '정치'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당위'를 이야기하고 '비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정과 환대에 기초한 삶, 농적(農的) 순환사회라는 분명한 비전도 갖가지 방법론과 함께 제시한다. 이는 자유협동주의, 소국주의 사상, 상호부조론, 협동주의, 지역화폐, 사회신용론, 기본소득, 시민의회 등 구체적인 모습을 띤다.

녹색평론사. 432쪽. 2만원.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6/20 15: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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