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SNS 세상] 학교 체육복이 비싼 이유…"입찰 상한가 때문이었네"

"관례 따라 학교 마음대로 정하는 상한가…교복처럼 기준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이세연 인턴기자 = 지난달 한 학교의 반소매 민무늬 체육복이 7만5천원에 판매된다는 소식( 연합뉴스 5월18일자 [SNS 세상] "무늬 없는 반소매 체육복 한 벌이 7만5천원?" )이 전해지자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누리꾼 비난이 거셌다. 교복 판매업체는 학교별로 다품종 소량생산해야 하고 입찰제로 가격이 매겨지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학교 체육복이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이유를 더 깊이 알아봤다.

체육복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학교 체육복은 입찰을 통해 업체와 가격이 결정된다.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학교가 입찰 공고를 내면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품질과 가격 등 요소를 따져서 한 군데를 선정한다.

문제는 입찰 상한가에 있다. 입찰 공고에 '기초금액'이라는 이름으로 상한가가 제시되어 업체는 그 금액 이상으로는 체육복 가격을 써낼 수 없다. 그런데 상한가를 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채 학교 재량에 맡겨져 있어 체육복 가격에 거품이 끼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나라장터에서 진행된 학교 체육복 입찰 내용을 살펴보면 겨울용·여름용 체육복 세트는 상한가가 대략 6만원대 후반에서 7만원대 초반으로 정해진 경우가 다수였다. 그리고 최종 낙찰가는 이보다 1만원 이상 벌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정해졌다.

7만3천원이 상한가였던 부산 S고등학교 체육복의 낙찰가는 7만1천원, 광주 G중학교의 경우 상한가 7만3천원에 낙찰가는 6만8천원인 식이다.

학교가 제시한 상한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자연스레 학생들의 체육복 가격은 저렴해졌다. 5만8천원을 제시한 서울 Y고등학교 학생들은 4만9천원에 체육복을 구매할 수 있었다.

서울·경기 지역에 체육복을 납품하는 양모씨의 공장 전경
서울·경기 지역에 체육복을 납품하는 양모씨의 공장 전경[촬영 이세연]

체육복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은 입찰 상한가가 지나치게 높게 잡혀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상당수 학교의 체육복을 만드는 공장 사장 양모(62)씨는 "제조가는 하복이 1만3천∼1만7천원, 동복이 2만5천∼2만8천원으로 우리(공장)의 이윤을 붙이고도 동·하복 세트의 납품가는 대략 4만5천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경남에서 40년간 체육복 공장을 운영했다는 이모(63)씨도 "체육복 하복 원가가 1만2천∼1만3천원이기 때문에 소비자가는 1만5천∼1만7천원 정도면 충분한데 중간 판매업체가 개입하는 입찰 제도에서 수만원대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체육복 입찰 상한가는 실제 납품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시되는 걸까. 각 시·도 교육청이 상한가를 정해주는 교복과 달리 체육복은 상한가의 결정이 개별 학교에 전적으로 맡겨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라장터 체육복 입찰 공고를 분석하면 상당수 학교가 상한가의 기준으로 '실제 거래가'를 참고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학교가 소비자인 학생, 학부모가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가격을 고민하기보다는 관행적으로 붙여진 가격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교복 3사 견적가 평균'을 상한가로 제시한 학교도 있었다. 사기업이 내놓은 가격을 공공분야 입찰의 기준으로 비판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와 교육 당국의 무심함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교복·체육복 입찰 공고
경기도 한 중학교의 교복·체육복 입찰 공고교육청 상한가 지침이 반영된 교복과 달리 체육복은 '교복 3사 견적가 평균'이 입찰 상한가로 정해져 있다. [나라장터 캡처]

교복 공동구매 운동을 펼친 전 경남 사파중 교복공동구매추진위 강창덕 위원장은 "교육 당국이 교복은 학교의 공식 옷으로 인정하고 관리하는 데 반해 체육복은 그렇지 않다 보니 제작업체보다 유통·판매업체가 훨씬 높은 이윤을 남기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 교복업체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불필요한 거품이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 "교복을 판매하는 대리점에서 홍보·운영비, 운반비, 포장비 등이 포함돼 가격이 산정되는 것으로 안다. 생산공장 직접 납품이나 학교 앞 문구점 판매 등과는 가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혜승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부회장은 "학교와 업체는 적정가격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재질이 뻔한 체육복이 동복, 하복 합쳐서 7만원대인 것은 심하다"며 "사실상 교사도, 교육 당국도 신경 안 쓰고 손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입찰 상한가 책정의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교육청이 나서서 적절한 방법으로 상한가가 정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부회장은 "교복업체가 체육복도 생산해 교복에 끼워팔기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교복과 체육복을 정확하게 구분 짓는 규정을 만들어서 가격 거품이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체육복 제조업체 사장 이씨 역시 "판매업체가 적절한 상한가가 있는 교복에서 별로 이윤이 남지 않으니 체육복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의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체육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체육 교과의 교재로 봐야 한다"면서 "체육복 제조사가 전문적으로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학생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복은 교복과 달리 담당 부서가 없다 보니 제도를 만드는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학교 체육복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지정되든지 교복에 적용되는 정책을 체육복에도 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csm@yna.co.kr

seye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6/15 06:0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
AD(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