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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에 속지 마라…게리 흄의 '페인트 그림'이 말하는 것

송고시간2019-06-08 08:27

yBa 초기작가 한국 첫 개인전…바라캇 컨템포러리 개최

단순한 형상, 산업용 페인트 채색…"그리는 데만 집중한 '픽처 메이킹'"

게리 흄, 큰 새(Big Bird), 알루미늄 패널 위에 유광 페인트, 594×386cm, 2010
게리 흄, 큰 새(Big Bird), 알루미늄 패널 위에 유광 페인트, 594×386cm, 2010

[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물결치는 색면만 있을 뿐, 뚜렷한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읽어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는 사람 모습이 반들거리는 화면에 비친다.

맞은편 벽에 닿을 정도로 한참을 물러서고 나서야, 높이 6m에 이르는 작품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날아온 것일까, 좀 전까지 분명히 추상화였던 화면 중심에 붉은 눈과 부리를 한 거대한 녹색 새가 자리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 걸린 미술가 게리 흄(57)의 2010년작 '큰 새'다. 새 한 마리를 각각 가로, 세로 약 2m인 알루미늄 패널 6개에 나눠 그린 작업이다. 형상도, 색깔도, 크기도 일반적이지 않은 이 새는 "(작품 앞의) 나를 이 세상과는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존재다.

"북극의 한 무인도를 갔다가 새들이 무리 지어 사는 모습에 완전히 압도당해서 이 작업을 시작했죠. 인간세계가 아닌 이러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죠."

흄은 1980년대 이후 영국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도드라진 그룹인 yBa 초기 작가다. 영화계에 몸담았던 흄은 1980년대 미술로 방향을 바꿔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을 졸업했다.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훗날 yBa로 불리게 될 작가들이 당시 골드스미스에 다니고 있었다.

흄은 yBa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전시 '센세이션'(1997)에도 참여했고, 2년 뒤 베네치아비엔날레 영국관 작가가 되면서 더 명성을 쌓았다.

작업 앞에 선 게리 흄
작업 앞에 선 게리 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의 유명 미술가 게리 흄이 4일 자신의 첫 한국 개인전 무대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6.8. airan@yna.co.kr

5일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개막한 게리 흄 전시 '바라보기와 보기'(Looking and Seeing)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큰 새'를 비롯한 총 16점 출품작은 극도로 단순화한 형상을 보인다. 삐쭉이 고개를 내민 새순, 테러리스트 사살 소식에 흥분한 사회, 총알구멍이 박힌 도로의 간이 화장실 등 일부는 작가 설명을 듣지 않으면 전연 다르게 상상할 여지가 충분하다.

작가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볼수록 작가와 응시자는 사라지고, 진짜 대상이 무엇인지 찾는 데 빠져들면서 하나의 여정이 시작된다"라면서 "그림을 표면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대상이 무엇인지 이해하며 봤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페인팅'이 아닌 '픽처 메이킹'이라 칭한다. "미술사나 회화사는 정말 큰 스트레스였어요. 내가 어떻게 그들과 경쟁할 수 있겠어요. 결국 내 작업이 미술사에서 어떠한 지점에 위치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리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흄 예술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용 유광 페인트로 만들어낸 표면이다. 알루미늄 패널 위, 물광 피부처럼 반들거리는 표면은 캔버스에 물감을 쌓아 올려 두꺼운 마티에르를 내는 일반적인 회화와는 대척점에 있다.

간담회에 배석한 앤드류 렌턴 골드스미스대 학과장은 "작가에게 유광 페인트는 (물감으로 이어진) 회화사, 즉 전통 및 역사와 절연할 수 있는 재료"라면서 "응시자 모습이 반사되면서 그림 사이에 흥미로운 만남이 이뤄진다"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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