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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알츠하이머 치료제 단서 잡고도 정보공개 안 해"

송고시간2019-06-05 17:28

WP 보도…"비용 등 이유로 임상시험 포기, 개발기회 놓쳐"

치매환자(사진은 기사와 무방함)
치매환자(사진은 기사와 무방함)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7.11.23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단서를 잡고도 비용을 이유로 개발에 착수하지 않았고, 관련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화이자 내부 연구팀은 2015년 자사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요소를 64%나 줄인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수십만 건의 의료보험 청구 사례를 분석한 결과였다. 엔브렐을 투약한 알츠하이머 환자가 '기억상실'과 '가벼운 인지장애' 검사를 받았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WP는 자체 입수한 화이자 내부 문서를 근거로 이 제약사의 염증 및 면역학 부문 연구원들이 이 분석결과의 사실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임상시험 비용은 약 8천만 달러(약 943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2월 화이자 내부 위원회 검토를 위해 준비된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엔브렐이 잠재적으로 안전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진행을 낮출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지금까지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 이를 개발하는 제약회사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화이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하지 않았다.

화이자 측은 WP에 3년 동안의 내부 검토를 거쳐 엔브렐은 뇌 조직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통계 수치가 "엄격한 과학적 기준"에 맞지 않아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WP는 화이자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가능성도 불확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전직 화이자 임원을 인용해 전했다.

한 화이자 전직 임원은 "그것은 아마도 위험이 크고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전략적인 신약 개발이었을 것"이라며 개발이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게다가 20년의 특허 기간이 끝난 엔브렐은 복제약이 나오기 시작해 화이자는 다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내놓은 상태였다.

화이자가 재정적인 이유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면 엔브렐의 알츠하이머병 억제 효과에 관한 정보라도 외부에 공개해 신약 개발에 기여했어야 하는데 화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화이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WP에 정보를 공개하면 외부 과학자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P는 이번 사례는 거대 제약회사 내부에서 알츠하이머 치료법 개발을 놓고 벌어지는 좌절스러운 단면을 엿보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약을 어떻게 연구하고 적용할지 등에 대한 제약사 내부의 토론 과정은 일반적인 것이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주주를 신경써야 하는 기업 임원의 판단이 의사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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