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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갉아먹는 대학규제]③ 규제 줄인다더니 더 과도한 규제

송고시간2019-06-10 09:05

등록금 동결→재정난 심화→정부만 쳐다보는 대학들

재정지원 내세운 정부 평가 매달릴수록 규제틀에 더 빠져드는 악순환

정원, 학제 간섭에 해외캠퍼스·외국인교수 채용 제한 등 규제 천국

새 대입제도(PG)
새 대입제도(PG)

[제작 이태호, 조혜인] 일러스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경성대는 교직원들이 임금동결 정책으로 못 받은 봉급과 명예퇴직수당 등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다.

경성대는 최근 적립금을 깨 2016년 2017년 임금 인상분 121억9천만원을 지급했다. 2018년 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도 소송에서 패소하면 71억2천만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임금 인상에 대한 추가 집행 규모가 193억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등록금 동결 소송까지…재정난 심화하는 대학

경성대는 2011년 교육부가 주관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재정 제한대학으로 지정됐고 이듬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교직원 월급을 동결했다.

교직원들은 경성대 '교직원 보수 규정'은 '공무원 봉급표'에 따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학이 매년 바뀐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지 않은 채 임의로 임금을 동결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교직원 손을 들어줬다.

2011년 등록금 5.6% 인하 이후 8년째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을 겪는 경성대 사례는 한국 대학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성대 관계자는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대학 미래 발전을 위해 2010년 이전에 마련한 적립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며 "등록금 동결 이후 100원도 적립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처럼 급여를 동결한 다른 일부 대학에서도 임금 지급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져 대학 측이 긴장하고 있다.

대학들은 10년째 동결되는 등록금 때문에 대학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어 대학 발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은 "등록금 대부분이 장학금으로 나가니 연구 지원, 학생 지원,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에 대한 투자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재정 운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들의 수업을 돌려줘"
"우리들의 수업을 돌려줘"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19.3.23 superdoo82@yna.co.kr

◇ 시간강사 처우개선 규제가 불러온 역설

오는 8월 1일이 되면 대학에서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강사법 핵심은 시간강사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방학 4개월간 임금을 지급하며, 한번 채용되면 최소 3년은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다.

2011년 말 처음 국회를 통과한 이후 7년간 시행이 유예되는 사이 대학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시간강사를 계속 줄여왔다.

대학·강사·국회가 구성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2011년 11만2천87명에 달했지만 2017년 7만6천164명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교원 중 시간강사 비율도 2011년 45.3%에서 2018년 29.9%로 15.4%포인트 줄어들었다.

강사법 파장은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업이 줄어들며 강의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한 강좌에 많은 수강생이 몰리는 등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5개 교수단체는 "2011년 강사법 제정 후 2017년까지 약 3만5천여명의 강사가 해고됐고 지난해 전면 개정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약 1만5천여명이 해고됐다"고 성토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오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서 강사를 해고하기 위해 학생들의 수업을 줄이고 대규모 강좌를 늘린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며 "2학기가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강사가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강사를 대량 해고한 사립대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올해 수능 지진 대비 '예비문제' 준비 (PG)
올해 수능 지진 대비 '예비문제' 준비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규제에 막힌 대학 자율화

교육부는 지금 고1 학생들이 보게 될 2022학년도 대학 입시까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최소 30%로 맞출 것을 대학에 권고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은 2021학년도부터 수능 전형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렸고 나머지 대학들도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년보다 수능 전형 비율을 높였다.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정시 비중을 늘리지 않는 학교는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각종 평가에 목을 매다시피 하면서 더 깊숙이 규제의 틀에 빠져들게 된다.

대학은 정원, 학제 개편, 온라인 수업 제한, 해외캠퍼스 신설, 외국인 교수 채용 제한 등을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꼽는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을 평가할 때 전임교수 강의 전담률이 중요할 때가 있었지만 부작용 때문에 어느 순간 없어지고 강사법이 나왔다"며 "이처럼 대학 교육정책은 복합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데 특정 이슈가 나오면 새로운 제도가 나오고 또 다른 규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은 세부 전략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 대학을 통제하면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대학에 특성이 없어지고 빨리 변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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