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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주도의 사회변화…"그 뒤엔 엘리트 위선이 있다"

송고시간2019-06-05 11:12

언론인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책 '엘리트 독식 사회'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정곡을 찌르는 시의적절한 책이다. 저자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자들이 자신의 최고 지위를 보장하는 시장 친화적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패자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방식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인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신간 '엘리트 독식 사회' 발간에 대해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서평이 날카롭다. '윈윈' 해결책을 장려하면서도 어렵고 논쟁적인 민주 정치의 활동은 혐오하는 위선적 행태를 지적하며 이른바 '변화를 만드는' 엘리트들을 향해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를 밝힌다.

'엘리트 독식 사회'는 원제 'Winners Take All'이 함축하듯이 '세상의 구원자'임을 자처하는 엘리트들의 폐부를 꿰뚫으며 그 열망의 뒤켠에 똬리를 튼 위선을 폭로한다. 불공평한 현 상태의 수혜자이자 미국 사회를 좀먹는 숱한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하는 이들의 가면과 실제를 들춰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고장난 기계나 다름없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압도한 신자유주의 격랑 속에 시장의 힘과 우월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됐다. 하지만 그 대가로 부의 양극화를 필두로 한 불평등 문제가 고개를 내밀었고, 급기야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덮쳤다.

혁신이라는 원료를 바탕으로 한 발전의 열매를 대부분 챙겨간 이들은 상위계층이었다. 미국의 상위 10% 평균 세전 소득은 1980년 이래 두 배가 됐고, 상위 1%는 세 배 이상 증가했으며, 상위 0.001%는 무려 일곱 배 이상 늘었다. 반면에 하위 50% 평균 세전 소득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운 좋은' 이들이 독점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부유한 미국 남성은 가난한 이들보다 15년이나 더 오래 살고, 빈곤한 미국 남성은 수단과 파키스탄의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생애를 산다.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스템이 혁신의 이득을 위쪽으로 빼돌리도록 조직돼 있기 때문이란다. 그 결과 인류의 상위 10%가 전 세계 부의 90%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10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열린 탐욕·불평등 반대 시위(연합뉴스 자료사진)

2011년 10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열린 탐욕·불평등 반대 시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지경이 된 데는 '사랑'과 '연대', '기회'와 '빈곤' 등의 용어를 써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해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들 부유층 체제의 유지에 힘을 실어주는 이른바 엘리트들이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면서 승자들에게 진정한 위협감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의 위선적 특징을 제시한다.

"우리 시대의 해악은 아주 소수에게 돈과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다. 소수는 변화의 이익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거두어간다. 그런데 엘리트가 추구하는 선행은 이러한 집중을 건드리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강력한 싸움은 본질적으로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벌어지고, '돌려주기'는 영향력, 자원, 도구의 배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저자는 이런 추세와 경향이 도널드 J.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엘리트 주도의 변화에 대한 숭배를 드러낸 사람이자 그 방식을 철저히 이용하고 그와 동시에 그런 방식의 화신으로 불리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힘 있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이 힘없는 사람에게도 가장 좋다는, 이른바 변화를 말하는 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론의 최고 판촉 사원이 됐다고 주장한다. 돈과 권력을 장악하는 것보다 더 나은 유일한 한 가지가 돈과 권력을 분배하는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노력을 통제하는 것이라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또 다른 서평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은 인자한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돕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면서 "출세 지향적인 '지식 소매상'들도 마찬가지다. 소용돌이치는 딜레마 속에서 이제 그들의 역할을 심판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생각의힘. 정인경 옮김. 424쪽. 1만8천원.

엘리트 독식 사회

엘리트 독식 사회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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