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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 흙먼지 '풀풀'…심상치 않은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심

송고시간2019-06-04 16:14

강원지역 지난달 강수량 46년 만에 가장 적어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감자꽃이 한창일 때 그해 농사를 좌우하는데 속 타는 줄 모르고 만개했네요."

4일 춘천지역 최대 감자 주산지인 서면 신매리.

양수기 동원하는 농민
양수기 동원하는 농민

4일 춘천 서면에서 양수기로 감자밭에 물을 끌어 올리는 농민

눈송이 쌓인 듯 꽃이 만개한 감자밭에 뱀 기어가듯 고랑과 이랑을 타고 넘는 물 호스가 때아닌 구경거리가 됐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밭고랑마다 인근 농수로 물을 끌어 올리는 '윙윙' 양수기 모터 소리가 요란하다.

최근 이 일대 마을은 감자꽃 풍경보다 가뭄을 견뎌내려는 애타는 농심이 처절하다.

때마침 저수지 물을 끌어 올리던 농민 유모(54)씨는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말부터 출하하는 '하지 감자' 수확을 앞두고 최근 가장 많은 물 공급이 많이 이뤄져야 할 때지만, 폭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 김선복 감자생산자협의회장은 "모내기는 대부분 마쳤지만, 감자의 경우 최근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번 주 금요일께 비가 내린다는 예보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지역 최대 감자 주산지인 이 마을은 상당수 농민이 관정으로 가뭄에 대비했지만, 저수지 물에 의지하는 처지에서는 서둘러 찾아온 폭염에 걱정이 더 커졌다.

폭염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저수지 물마저 말라버리지 않을까 해서다.

마을 상류 월송저수지 저수율은 현재 76.8%다.

지난해 이맘때 91.2%에 비해 뚝 떨어지기는 했지만, 인근 마을보다 넉넉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실제로 춘천지역 7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8.6%로 지난해 같은 기간(94.2%)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양수기로 물 올리는 농민
양수기로 물 올리는 농민

4일 춘천 서면에서 양수기로 감자밭에 물을 끌어 올리는 농민

급기야 춘천시는 5일부터 가뭄대책 영농지원 상황실에 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강원지역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농심(農心)은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영서지역 5월 강수량은 16.3㎜로 평년(78.9∼116㎜)보다 크게 줄었다.

영동지역도 지난달 5.1㎜에 불과해 평년(59.6∼109.3㎜)에 비해 심하게 감소했다.

게다가 비가 내린 날은 영서와 영동이 각각 3.3일과 3일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달 내린 강수량이 영서 215.5㎜, 영동 143.3㎜와 비교해보면 심상치 않은 징후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도내 78곳의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이날 현재 51.5%에 그치고 있다.

평년(65.7%)보다 14%포인트 가량이나 낮아진 수치다.

인제지역에서는 소방서가 물이 부족한 마을에 비상급수에 들어가는 등 식수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강릉의 식수원이자 농업용수원인 오봉저수지의 경우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져 농업용수 제한급수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강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수준에 그쳐, 저수율도 지난해(60%)보다 모자란 45% 안팎을 보인다.

가뭄으로 바닥 드러낸 강릉 남대천
가뭄으로 바닥 드러낸 강릉 남대천

지난 3일 강원 강릉시 남대천이 최근 가뭄으로 곳곳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어촌공사는 주민 설명회를 열어 하루 9만t가량 보내던 농업용수를 6만5천여t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용수 공급을 격일제나 시간제 등으로 줄이는 절감 대책 등도 설명할 예정이다.

강릉시는 남대천으로 흘려보내던 지하수를 정수장에서 처리해 식수로 공급할 정도다.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의 경우 가뭄에 차질을 빚고, 속초지역 일부 논과 밭작물에서 물 마름이나 시듦 현상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지난달 비가 매우 적었던 탓에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데다 해충도 증가할 수 있다"며 "앞으로 폭염이 계속 이어진다면 농민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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