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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청소년과 노래하는 래퍼 "차별향한 날것 메시지 담았죠"

안산시 다문화학교 학생과 힙합 앨범 제작한 래퍼 시원한 형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아이들은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하는데, 좋은 건 절대로 좋다고 말하지 않아요. 미완성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는데 '유튜브에 언제 올라가요?'라고 물어보면서 저를 계속 닦달하더라고요. 먹는 것, 게임, 놀기, 유튜브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인데 그 말은 그들만의 언어로 '좋다'는 의미죠"

우리 사회의 고민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래퍼 '시원한 형'은 지난 3년간 이주 배경 아동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들의 목소리를 노래에 담을 수 있게 도와준 소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2011년 데뷔한 그는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간한 앨범 '한국인'의 제작 배경을 소개하며 "주변에서 이번 앨범을 듣고 다들 큰 칭찬을 해주신다"고 기뻐했다.

앨범 '한국인'은 문화예술단체 '춤추는 제자리표'와 안산시 한국다문화학교 학생들이 함께 제작했다. 이번 음악은 시원한 형과 아이들이 진행한 '너를 보여줄 RAP' 프로젝트 결과물이기도 하다.

너를 보여줄 RAP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두 차례 진행됐으며 1기에는 8명, 2기에는 7명의 아이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주 배경을 지닌 난민·중도입국·다문화가정 청소년들로 구성됐다.

시원한 형이 아이들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하며 예술 활동을 하고, 예술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논하고 싶었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주민들과 함께 음악 프로젝트를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래퍼 시원한 형
래퍼 시원한 형(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주배경 아동들과 미니 앨범 '한국인'을 제작한 래퍼 시원한 형. [2019.6.2]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춤추는 제자리표를 결성한 그는 예술인복지지원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안산 시내 여기저기 공고문을 붙여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고민하던 찰나 안산시 다문화 커뮤니티 국경없는마을 관계자분들이 아이들과 같이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안산시 한국 다문화학교에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했다. 모집 공고문을 본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는 아직도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하는 듯했다.

"혼돈, 카오스 그 자체였어요. 첫 모임 때 만난 아이들이 8명인데 이 중 7명이 남자 아이였어요. 11살부터 17살까지 나이도 다양했는데 막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웃고…정말 애를 먹었죠."

평소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활발했지만 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았다. 사회의 여러 시선을 견뎌내서 살아가는 사춘기 청소년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첫 만남의 어색함, 소통의 어려움, 아이들이 마음을 열게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이번 앨범 세 번째 곡으로 실린 '나의 악동들'에 담겼다.

"나는 학교라는 감옥이 끔찍이 싫었기에 우리 사이 통제라는 단어를 끝없이 밀어냈네 그렇게 난 그들과 맨몸 마주했고 그 순간 순진히도 노력을 알아주길 바랬지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지 끝없는 장난에 인내심 끝났지 (중략) 거기서도 있던 사려 깊은 아이들 그들의 따스한 눈빛에 고마움 느끼고 그래서 이걸 계속할 수 있지 그 배려심 존중과 이해 그래 난 뻔한 얘기를 꺼내놓지" (나의 악동들 가사 중 일부)

앨범 '한국인'
앨범 '한국인' [춤추는 제자리표 제공]

매주 1회 4시간씩 6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한 곡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은 너를 보여줄 RAP 1기 참가자들이, '한국인'은 2기 참가자들이 만든 작품이다.

그는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도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들의 장난이 너무 심해 단체로 녹음은 불가능했고 한명씩 따로 불러내 각자 파트를 녹음시키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때는 흥분한 아이들이 비싼 촬영 장비 위를 겁 없이 뛰어다녀 장비가 파손될까 봐 여러 번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사실 이 아이들은 우리 주변의 또래 청소년과 똑같아요. 가장 프로처럼 보일 때는 바로 놀 때죠.(웃음) 이런 상황에서 촬영 퀄리티는 신경 쓸 수도 없었어요.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이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예술인복지재단의 우수 사례로 뽑힐 정도로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힙합 아티스트처럼 우리는 모두 서로를 예명으로 불러요. 슬랭키가 쓴 가사 중에 '할머니가 어디에서 왔어라고 물어봤어 나는 한국에서 왔다 했어 근데 할머니가 거짓말하지 말라 했어'라는 부분이 있어요. 주변에서 피부색이 달라도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걸 그대로 풀어내더라고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자살에 관한 노래를 준비 중이라는 그는 아이들과 계속 노래를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너를 보여줄 RAP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주 배경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기관과 단체를 찾고 있습니다. 너를 보여줄 RAP 프로젝트는 어느 계층이나 집단이든 참여할 수 있거든요"

sujin5@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6/02 08: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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