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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불공정거래 사전차단하는 공정위 '모범 거래모델'

송고시간2019-05-19 06:31

공연 3일전까지 전액 환불…감사부서에 하도급 감독관 배치 의무

원가 산정시 최저가 대신 평균가 적용…"계약금액 커지는 효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모범 거래모델'(Best Practice Model)을 만들어 각 공기업이 적용하도록 했다.

공공재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 공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행위와 입찰담합 등을 막기 위한 복안이다.

19일 일부 공공기관과 공정위에 따르면 모범 거래모델은 소비자 또는 시설 임차인과 거래모델, 협력업체와 거래모델, 민간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거래모델 등 3부분으로 구성됐다.

모범 거래모델은 실제 현장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거래 사례와 그와 관련된 정책 고객의 요구 등을 취합해 '바람직한 거래'의 모습을 도출한 것이다.

공정위는 각 공기업이 모범 거래모델을 참고해 산업별 실정에 맞춰 도입하도록 했다.

◇ 공공기관 책임 전부 면제·일방 계약종료 규정은 '삭제'

공정위는 공공기관의 책임을 전부 면제하거나 소비자·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규정,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규정 등은 약관 등에서 전부 삭제하도록 했다.

소비자나 임차인에게 과도한 위약금이나 연체료 등을 부담하거나 민법 등에 의해 보장되는 계약해제·해지권을 제한하는 규정 등도 약관에서 빼도록 했다.

예약을 취소하려면 직접 방문하게 하는 등 이용을 취소·변경하는 절차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도 약관에서 제외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배상이나 환불 등을 해줄 때는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조건과 같거나 그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게 했다.

일례로 공연 시작 전 소비자가 입장료 환불을 요구할 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공연일 10일 전까지 입장료를 전액 환불하게 하지만 모범 거래모델은 공연일 3일 전까지는 전액 환불하게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 소비자나 임차인에게 예정에 없던 조치나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조치를 하려면 사전 협의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 "협력업체에도 갑질 그만"

모범 거래모델은 공공기관이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를 산정할 때 시장에서 조사된 여러 가격 중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을 적용해서 계산하도록 한다.

현재 공기업들이 최저가격을 적용해 원가를 계산하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협력업체와 계약금액은 결국 공공기관이 산정한 원가를 기초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원가가 높게 산정된 만큼 계약금액도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공기업이 입찰 참가업체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에서 품질·기술력 등에 대한 배점을 최대한 높이고 가격에 관한 배점은 축소하도록 했다.

현재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는 토목공사의 경우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의 배점이 각각 40점과 60점이라면 이 배점을 각 50점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공정위는 제시했다.

설계변경이나 공사기간 연장, 납품기일 지연 등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협력업체에 일괄 부담시키거나 공공기관이 협력업체에 제공하기로 한 자재 등의 인도가 지연됐을 때 추가로 생기는 비용을 협력업체에 넘기는 등의 거래조건도 계약에서 제외돼야 한다.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할 행정절차나 민원 해결 등을 협력업체에 넘기거나, 천재지변이나 문화재발견 등 예측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약정도 퇴출당한다.

공정위는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큰 작업의 경우 공공기관이 가급적 협력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협력업체가 산업안전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계약조건이 있는 경우 업체가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 "공공발주 사업에선 공기업이 공정경쟁 지켜야"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이 공공사업의 관리자이자 공정경제 실현의 선도자로서 민간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책임을 지도록 한다.

공기업이 협력업체들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게 하고, 협력업체가 하도급법 등을 위반해 공정위 제재를 받는 경우 그 사실을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공기업은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간 거래를 자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자체 감사부서에 '하도급 감독관'을 둬야 한다.

이들은 공공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도급업체의 애로를 청취하고 공공사업에 대한 감사로 참여해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간 거래실태를 점검한다.

공기업이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가급적 하도급업체와 노동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불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이 협력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을 하는 경우 참가업체와 입찰가격 등 정보가 공정위 '입찰담합 징후 분석시스템'에 연동되도록 한다.

현재 한전과 석유공사 등 12개 공기업 입찰시스템은 이미 공정위 시스템에 연동돼 있다.

입찰·담합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입찰서류나 계약서 등에 명시하도록 했다.

담합으로 입찰가격이 정상가보다 낮아졌다면, 그 차액만큼의 손해액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게 한다는 것이다.

◇ "공기업은 민간기업보다 거래모델 더 좋아야"

공정위가 모범 거래모델을 만든 것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공공기관에 대한 조사나 제재 등 사후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간 대기업보다 더욱 공고한 시장 지위를 가진 공기업에 기존의 사후대응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정부가 직접 지분이나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기에 행태 개선에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범 거래모델을 만들어 각 기관에 정책적으로 이식(移植)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사후규율 방식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한다.

공정위가 모범 거래모델까지 만들기로 한 것은 그간 개혁조치로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나 직장 내 갑질 문제 등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나 소비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갤럽이 벌인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공기업은 17개 국가사회기관 중 12위에 머물렀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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