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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선거] ⑦ 마지못해 참여하는 英의 표심은(끝)

송고시간2019-05-19 07:01

"참여 못한다"→브렉시트 10월말로 연기되면서 "참여 불가피"

브렉시트 민심 따라 선거결과 좌우될 듯…영국 거주 EU 주민 표심도 변수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과 EU의 운명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과 EU의 운명은

[유럽의회 웹사이트 캡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열린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했다.

이듬해 3월 29일 테리사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지난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키로 예정돼 있었다.

EU에서 떨어져 나온 뒤인 만큼 오는 23∼26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번번이 부결되면서 브렉시트는 당초 3월 29일에서 4월 12일로, 다시 10월 3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EU는 지난달 10일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허용하면서도 유럽의회 선거 기간인 5월 23∼26일 여전히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다면 영국 역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영국이 이같은 의무를 저버릴 경우 영국은 10월 말이 아닌 6월 1일 '노 딜' 상태로 EU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계속해서 유럽의회 선거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에서 또다시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할 뿐만 아니라 영국과 EU 모두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유럽의회 선거 참여만은 피한다는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인사를 나누는 메이(왼쪽) 영국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인사를 나누는 메이(왼쪽) 영국 총리와 융커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영국의 이번 유럽의회 선거 참여는 영국은 물론 EU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국은 선거 참여로 인해 자칫 브렉시트가 번복되거나, EU 회원국에 부과되는 각종 의무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 입장에서도 영국의 유럽의회의원(MEP)이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거는 등 EU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모두 751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다. 이중 영국 몫은 73명이다.

당초 EU는 영국이 회원국에서 탈퇴하면 의석수를 705석으로 줄이면서 기존 영국 몫 의석수 중 27석을 다른 회원국에 배분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언제 시행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EU 내에서 가장 먼저인 오는 23일 치러지는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브렉시트 여부나 시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이번 선거가 '미니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같다며, 선거 결과가 영국 정치인들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가 각 정당 지지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가 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지난 11∼16일(현지시간) 영국 성인 7천192명을 대상으로 유럽의회 선거 지지정당을 조사한 결과 신생 브렉시트당이 35%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당은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 등이 주축이 돼 지난 2월 창당한 신당이다.

영국의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며, 영국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떤 국제기구 가입이나 조약 체결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영국 신생 브렉시트당을 이끄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신생 브렉시트당을 이끄는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로이터=연합뉴스]


브렉시트당의 돌풍은 국민투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브렉시트를 단행하지 못한 채 불확실성만 키우는 보수당 정부에 대한 실망감 표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지자들이 브렉시트당으로 옮겨가면서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9%로 이번 지지도 조사에서 5위에 그쳤다.

이같은 지지율이 투표 결과로 이어지면 보수당은 최근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또다시 큰 패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브렉시트당으로 집결하는 한편으로 EU 잔류를 원하는 이들은 자유민주당 지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이번 조사에서 16%의 지지율로 노동당(15%)을 제치고 지지도 2위 정당으로 부상했다.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영국 내 거주하는 EU 주민들이다.

유럽의회 선거에는 영국인 뿐만 아니라 영국 내 거주하는 18세 이상 EU 회원국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지난 7일까지 사전등록 절차를 마친 이들만 투표를 할 수 있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320만명의 EU 주민이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오랜 기간 영국에 거주해 온 EU 주민들은 브렉시트 이후 자신의 거주여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인보다 더 브렉시트에 영향을 받지만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와 관련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영국 정치권과 사회에 표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 역시 중요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유럽의회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을 보여왔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는 35%에 그쳤다.

영국 언론들은 만약 여론조사 결과처럼 브렉시트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기록하고, 기존 보수당과 노동당이 부진할 경우에는 오히려 브렉시트 합의안 또는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의 의회 통과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원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이를 이행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가 메이 총리의 사퇴 일정을 앞당기거나 보수당과 노동당 내부의 분열 확대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마지막 선거가 될지, 선거 결과가 브렉시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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