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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아닌 섬마을 분교' 이란 테헤란 한국학교의 어린이 날

송고시간2019-05-06 06:00

1976년 개교 뒤 '중동 현대사 소용돌이' 속 43년 명맥 이어

전교생 14명에 교원 4명…대이란 제재 '파고'에 학생수 증감

테헤란 한국학교 정문
테헤란 한국학교 정문

[테헤란=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5일 테헤란 한국학교의 점심상은 학교 측과 어머니들이 특별히 마련한 한국 음식으로 풍성했다.

한국의 어린이날을 맞아 이날 이 학교에서도 어린이날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란 현지에서는 휴일이 아닌 터라 이날도 등교한 아이들은 테이블 하나에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게 점심을 먹고 운동장으로 모두 함께 뛰어나갔다.

이 학교 박응규 교장은 손수 커피를 내려 어머니와 교사들에게 후식으로 대접했다.

곧 인조잔디가 깔린 교사(校舍) 뒤편 50㎡ 정도의 운동장에서 아이와 어머니들이 편을 갈라 아이스크림 내기 배드민턴 게임이 벌어졌다.

어머니 편이 이기자 박 교장이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와 학생과 선생님, 어머니들과 나눠 먹었다.

어린이날인 5일 학교와 학부모가 마련한 테헤란 한국학교의 점심 식사
어린이날인 5일 학교와 학부모가 마련한 테헤란 한국학교의 점심 식사

[테헤란=연합뉴스]

테헤란 한국학교의 전교생 수는 14명. 한 학년에 2명꼴이다. 교장을 제외한 교원 3명이 두 개 학년을 맡아 수업을 진행한다.

테헤란은 인구 1천만의 대도시이지만 이란이 서방의 오랜 제재로 외부에서 보기엔 섬과 같은 곳처럼 느껴지는 탓인지 한국학교는 섬마을 분교처럼 보였다.

1976년 당시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이란에 온 한국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교회를 기반으로 설립한 임시 학교를 모태 삼아 지금까지 43년간 졸업생 190여명을 배출했다.

한국 정부가 인가한 해외 한국학교 36곳 가운데 일본과 함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

그동안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 이란 핵위기와 같은 격랑이 이어졌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테헤란 한국학교는 명맥을 이어온 것이다.

학생 대부분이 한국 직장에서 이란 지사로 파견된 부모를 따라온 아이인 만큼 이란의 경제 상황과 대외 여건에 따라 학생 수도 영향을 받는다.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극심했을 때는 전교생이 4명인 때도 있었다.

5일 점심시간 테헤란 한국학교의 운동장에서 열린 배드민턴
5일 점심시간 테헤란 한국학교의 운동장에서 열린 배드민턴

[테헤란=연합뉴스]

박 교장은 "학생 수가 적은 덕분에 선생님 모두가 전교생의 이름을 알고, 학생 모두도 선생님을 다 안다"라며 "가족과 같은 분위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학교다"라고 자랑했다.

좁은 운동장 때문에 아이들의 운동량이 적을까 고민하던 박 교장은 2016년 부임하면서 수업 시작 전 전교생에게 공간이 작아도 할 수 있는 배드민턴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또 학교를 벗어나 현장 학습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학부모 이모 씨는 "오래된 건물과 작은 규모에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학생과 학부모도 이런 학교의 노력에 금세 만족하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지난해 테헤란 한국학교에 전학 온 김성민(10) 군은 "서울 학교는 친구가 많아서 좋았지만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가 꼭 하나씩 있었다"라며 "테헤란 한국학교에서는 욕설을 하는 아이가 없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바람은 1년마다 임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학교 건물 사정이 나아졌으면 하는 점이다. 예산이 부족하고 원칙적으로 외국인에게 건물을 매매하지 않는 이란 현지 정책 탓이다.

박 교장은 "안정적으로 장기간 임대할 수 있는 건물에 학교가 입주한다면 아이들을 위해 시설 투자도 더 할 수 있을 텐데 매번 아쉽다"라면서 "한국에서는 멀게 느끼는 이란 테헤란에 한국학교가 작지만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5일 테헤란 한국학교의 어린이날 기념식. 가운데가 박응규 교장
5일 테헤란 한국학교의 어린이날 기념식. 가운데가 박응규 교장

[테헤란=연합뉴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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