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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자막 없는 인강'에 우는 청각장애 공시생들

시험 끝난 뒤 시험 준비 영상 업데이트되는 경우도…전형 있지만 공부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사회 복지 공무원의 꿈을 안고 관련 학과에 들어간 대학생 양민진(25)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양씨는 평소 자막을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인강)를 보며 공부하는데, 유명 공무원 시험 준비 사이트에선 인강에 자막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EBS에서 자막이 있는 공무원 시험용 인강을 발견했지만, 핵심 이론만 훑는 압축 강의여서 초보 공무원 준비생이 듣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양씨는 "내년 필기시험 합격을 목표로 올해 5월부터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공부할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공무원 시험사진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매년 선발 인원의 일부를 장애인 전형으로 할당해 장애인의 공공기관 진출을 보장하고 있지만, 수어나 자막을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가 부족해 청각 장애인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수어 통역사가 없으면 현장 수업을 듣기 어렵기 때문에 인강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마땅히 공부할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

◇ 공공기관에선 자막 제공하지만, 오래되거나 분량 적어

현재 자막이 달린 공무원 시험용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공공기관인 EBS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강의 내용이 오래되었거나 사설 학원에서 제공하는 공무원 시험 강의보다 강의 수가 훨씬 적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디지털능력개발원은 EBS가 생산한 유료 공무원 강의를 사들여 수어와 자막을 입힌 뒤 개발원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데, 18일 현재 사이트에 공개된 이론 강의 콘텐츠는 2018년 2월에 올라온 영상이 마지막이다.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새 이론 강의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셈.

다음해 시험에 대비한 비장애인용 강의 자료가 7월부터 사설 교육 사이트나 EBS 사이트에 게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각 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강의는 시기상 1년 반 정도 뒤처져 있는 내용인 셈이다.

EBS에도 자막을 입힌 강의는 처음 업데이트되는 강의와 6개월 정도 차이를 두고 올라오고 있다. 2019년도 9급 국가직 필기시험이 지난 6일 치러졌는데 이 시험을 대비하는 청각장애인용 강의는 17일에 게시됐다. 시험 준비 영상이 시험이 끝난 후에야 올라온 것.

시대교육그룹 공무원출판부 김보라 과장은 "법은 매해 바뀌기 때문에 행정법총론·사회복지학개론 등 법령이 다수 포함된 과목은 새롭게 반영된 내용을 포함해 공부해야 한다"며 "공무원 시험 강사들도 최신 출제 경향을 반영해 매해 새롭게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년 지난 강의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인 셈.

EBS에서 제공하는 자막 있는 강의는 늦게 업데이트되는 것은 물론 양적으로도 비장애인용 강의와 차이가 있다.

사설 교육 사이트나 EBS에 게시되는 유료 이론 강의는 보통 한 과목당 64강 분량으로 구성돼 있지만, EBS에 최근 게시된 자막 입힌 강의는 이론과 문제풀이 과정을 합쳐 한 과목에 30강 정도가 제공됐다. 수학·행정법총론·사회복지학 등 일부 과목은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EBS "예산ㆍ시간에 한계 있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모든 강의에 자막을 제공하기엔 예산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수요가 많은 강의를 대상으로 자막 탑재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엔 예산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음성을 문자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 프로그램도 사용료가 저렴하진 않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 수강자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벌여 수요가 높은 강의만 자막을 넣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BS의 장애인용 교육 콘텐츠
EBS의 장애인용 교육 콘텐츠[EBS 홈페이지 캡처]

EBS는 자막이 들어간 강의가 늦게 게시되는 이유에 대해 "매년 초 자막 지원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사업비를 책정한 뒤에 자막 제작 작업에 들어가다 보니 본 강의와 6개월 정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선 "장애인 서비스는 유료 EBS 강의에는 해당하지 않고 무료 방영되는 강의만 자막 작업을 하기 때문"이라며 "방송에 나간 강의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연간 3천편이 넘는 영상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사교육 업체가 아닌 한국장애인고용공단·EBS 등 공적 기관은 장애인 학습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장애인이 교육 영역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매 학기 개설되는 거의 모든 인터넷 강의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 개수로 따지면 연간 1만여편이 넘는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관계자는 "강의 개발비에 아예 자막 작업비를 포함해서 예산을 산정하고 있다"며 "청각 장애인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비장애인도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공부하는 등 언제든 자막이 필요한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자막을 넣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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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4/20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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