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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상업화' 전주 한옥마을의 위기…정체성 복원 시급

"전성기에 쇠퇴기 대비해야"…전주시 "질적 성장 도모하겠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2016년부터 해마다 관광객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전주 한옥마을이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번은 와볼 만하지만 두 번은 망설여진다"는 말로 대변되는 전주 한옥마을의 위기는 지나친 상업화와 정체성 상실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는 일본인 고구레 마코토(59·여)씨는 수년 전 그의 블로그 '전주, 첫눈에 반하다(http://ameblo.jp.jeonju)'를 통해 "어린 시절 뛰놀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자주 온다"고 했다.

이처럼 한옥마을은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조망하는 공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전주시가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경제 논리에 함몰되고 말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옥마을에서 장사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돈벌이 인식만 확산하면서 한옥마을은 스스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옥마을에는 언젠가부터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음식점의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상업시설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왔다.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될 즈음인 2010년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상업시설은 총 100여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00개를 넘나든다. 10년도 안 돼 4배가량 증가했다. 이 일대 전통 한옥이 600채 안팎인 점을 고려해볼 때 두 집 건너 한 집이 상업시설로 채워진 셈이다.

동네 할머니가 소일거리 삼아 간판도 없이 운영하던 국밥집과 약재 냄새로 가득했던 한약방 골목은 커피숍 거리로 변신했다.

상업화가 가속하자 정체성 상실 역시 그 속도만큼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새 한옥은 사라지고 원주민도 떠나면서 한옥마을 정체성 상실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한옥마을의 중심인 완산구 교동 일대의 주거용과 상업용 토지의 지난해 표준공시 가격도 2010년보다 3∼4배 폭등했고 실거래가는 7∼8배를 넘어섰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자의 귀띔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도 있지만,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증가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는 서둘러 한옥마을을 떠나고, 그 자리를 개발업자들이 채워 '이익 실현'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토착민 중심의 한옥마을은 점차 상가로 변질했고, 상가와 길거리에서는 일단 큰 이득을 남기고 보자는 식으로 국적 불명의 음식들을 판다. 간판도 외래어 일색이다. '정체성 소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옥마을에서는 이제 꼬치를 입에 문 채 공기총으로 풍선을 터뜨리고 개량 한복을 입고 관광객 사이를 비집고 질주하는 전동스쿠터들의 모습이 익숙하다.

전주시가 한옥마을에서만이라도 박제화된 '전통적 장식물'이 아닌 '보존을 위한 전통의 집'으로 한옥을 재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과거를 들려주는 자연적 재료인 나무, 기와, 마당, 담이 하나씩 사라지는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행정기관과 정치인들이 연간 5천억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유발 효과를 선전하면서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결국 둘 다 놓친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한옥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섰다.

주민과 상인, 자생단체 회원 등 200여명은 15일 한옥마을의 중심이라고 할 경기전 광장에서 '품격 있는 한옥마을 만들기'를 위해 역사와 문화, 교육의 중심지였던 한옥마을의 우수한 자산을 되돌아보고 자긍심 강화 및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로 결의했다.

구체적으로 청결·질서·친절의 생활화, 불법 광고물·과도한 마네킹 전시 등 금지, 건물주와 세입자가 만족하는 임대문화 조성 등을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김남규 전주시의원은 "전성기에 쇠퇴기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옥마을이 지속하려면 본래 가진 정체성을 살리고 매력을 더하는 일 시급하다"면서 관광객보다는 원주민 보호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어디에나 있는 각종 문화시설을 개편해 간소화하는 등 골목과 공간을 주민의 편의에 맞추고 관광객의 밀집도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쉼터를 만들면 한옥마을의 고즈넉함과 정다운 모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색 없는 음식 맛과 비싼 가격도 한옥마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게 한다.

지난해 영국의 유력매체인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전주를 유네스코 음식 창의 도시, 비빔밥의 본고장, 한국에서 음식으로 대적할 곳이 없는 도시로 소개했지만, 프랜차이즈 확산 등으로 맛이 획일화하고 가격 또한 비싸 한옥마을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상인들의 고민은 별로 없다.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주말 한옥마을을 찾은 김모(50·인천)씨는 "육회비빔밥을 먹었는데 명성만큼 특색도 없고 가격도 1만3천원으로 우리 동네보다 4천∼5천원이 더 비쌌다"면서 "전주에 사는 친구가 '전주 사람들은 여기서 음식을 사 먹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주시 역시 "보통 다른 관광지들의 음식값도 동네보다는 비싸지 않으냐"는 말과 함께 "적정가 유도를 하고 있지만, 공시가격을 정해 강제할 수는 없다"며 비싼 음식값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옥을 건축할 때 지하층이나 2층을 짓지 못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등 지나친 상업화를 억제하고 있으며 위생감독 등을 강화해 음식점의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의 품격과 만족도를 높여 다시 찾고 싶은 방문지로 만들기 위해 부족한 콘텐츠를 확충하고 주민의 삶이 좋아지고 여유로워지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꾀하겠다고 부연했다.

ich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4/16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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