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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현장에서 본 타이거 부활쇼…"짜놓은 각본인 듯"

타이거 우즈의 경기에 몰린 구름 관중.[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의 경기에 몰린 구름 관중.[AFP=연합뉴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타이거의, 타이거에 의한, 타이거를 위한 무대였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 최종 라운드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미리 각본을 짜놓고 연출한 무대 같았다.

10년 만에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에 나서는 우즈였지만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주인공은 우즈였다.

티잉 그라운드를 몇겹씩 둘러싼 구름 관중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오로지 '타이거, 타이거, 타이거' 연호뿐이었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작년 디오픈 챔피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우즈에 1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작년 US오픈과 PGA챔피언십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 등은 애초부터 조연 신세처럼 보였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올라선 우즈는 어느 때보다 표정이 비장했다.

전날까지는 팬들의 환호에 상냥한 표정으로 응대하던 것과 딴판이었다.

최종 라운드면 늘 입는 붉은 셔츠, 검정 바지에 검정 모자를 눌러쓴 우즈의 눈빛은 번득였다.

우즈의 표정은 경기 내내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버디를 잡아도, 보기를 저질러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우즈는 10번 홀까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4번 홀(파3)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꼼꼼하게 점검하고도 두번째샷을 짧게 쳤고 2m 파퍼트를 넣지 못했다.

다음 홀에서도 그린을 놓치더니 파세이브에 실패했다.

7, 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10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숲으로 들어가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뒤 또 1타를 잃었다. 이날 세 번째 보기. 애써 잡은 버디 3개에도 타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돌처럼 굳은 우즈의 표정과 달리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그들은 우즈의 우승은 예정되어 있고, 곧 우즈의 마법이 시작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타이거 광신도'들이 기다리던 쇼는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2번 홀(파3)에서 드디어 막을 올렸다.

12번 홀은 오거스타 GC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요충'이다. 티박스 뒤편에 자리 잡은 커다란 스탠드형 관람석에는 통조림처럼 사람이 가득했다.

11번 홀까지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는 '카테나치오 골프'로 우즈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던 몰리나리가 친 티샷이 짧아서 물에 빠졌다. 158야드에 불과하니 핀을 보고 쐈는데 바람을 잘못 계산한 듯했다.

우즈는 핀보다 한참 왼쪽을 겨냥해 티샷을 날렸다. 볼은 안전하게 그린에 안착했다. 다음번에 티박스에 올라온 토니 피나우(미국)도 핀을 보고 티샷을 날렸다가 물에 빠졌다.

우즈가 말한 '경험'이 바로 이거였나 싶었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 마저 홀에서 4m나 벗어난 몰리나리는 2타를 잃었다.

13번 홀(파5)에서 가볍게 1타를 줄인 우즈는 마침내 10년 넘게 봉인했던 '맹수 본능'이 되살려냈다.

14번 홀(파4) 버디 찬스는 아쉽게 살리지 못했지만 15번 홀(파5)에서 강력한 드라이버-아이언 투온-투 퍼트로 이어지는 버디 공식을 쉽게 풀어내며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고 이어진 16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 옆 1m에 떨궈 승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18번 홀(파4)에서는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수천 명의 팬이 몰려 황제의 귀환을 반겼다.

22년 전인 1997년 이곳에서 황제의 탄생을 알렸던 때와 그린과 풍경은 똑같았다.

다만 그때는 앳된 21살 청년이었던 우즈는 44세의 중년 아저씨가 됐고, 당시 아버지가 기다리던 그린 밖에는 딸과 아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달랐다.

우즈가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자 오거스타 GC에는 우레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어떤 이는 자신이 우승한 듯 환호했고 어떤 이는 머리를 감싸 쥐고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다는 벅찬 감동을 만끽했다. 또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전날 우즈는 "잭(니클라우스)이 1986년에 어땠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때 46세였던 니클라우스는 더는 메이저는커녕 일반 대회 우승도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불꽃처럼 일어나 역전승을 일궜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건 46세 니클라우스가 역전 우승을 해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44세 우즈의 역전 우승은 누구나 다 믿었다는 점이다.

kh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4/15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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