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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법원, 판결로 국민투표 결과 뒤집어…"171년 만에 처음"

송고시간2019-04-12 17:27

결혼 부부 '징벌적' 소득세 부과 관련 부결된 국민투표 무효화

"유권자들 잘못된 정보 토대로 투표…결과 바뀔 수도 있었다"

국민투표장에 들어서는 스위스 국민들.
국민투표장에 들어서는 스위스 국민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스위스 법원이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는 극히 이례적인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유권자들이 투표 사안에 대해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는 2016년 2월 '결혼한 부부와 동거 커플이 같은 소득세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안건을 놓고 국민투표를 진행했으나 반대 50.8%, 찬성 49.2%라는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스위스에서는 결혼한 커플의 개별 두 사람의 소득을 합산해 과세한다. 반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경우는 두 사람이 각각의 소득에 대해 따로 세금을 낸다.

따라서 결혼한 부부가 동거상태의 커플보다 소득세 부담이 크다

일각에서는 과세 당국이 결혼한 부부에게 사실상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혼한 부부와 동거 커플 간 이러한 소득세 차별을 없애야 하느냐가 국민투표의 취지였다.

당시 스위스 연방정부는 국민투표 전 이처럼 불리한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는 부부가 8만여쌍이라고 밝혔다가 나중에 그 수치를 45만4천쌍으로 수정했다.

유권자들이 정부가 제공한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투표에 임한 셈이다.

스위스 국민투표 용지
스위스 국민투표 용지

[EPA=연합뉴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VP)은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인 기독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유권자들에게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정보가 제공됐다"며 "중과세 영향을 받는 결혼 부부 수가 발표된 것보다 5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유권자 스스로 생각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당시 국민투표의 근소한 표 차와 잘못된 정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투표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1848년 이래 지금까지 300여 차례 국민투표를 시행한 스위스에서 법원이 국민투표 결과를 무효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를 제기한 기독민주당 측은 이번 판결이 유권자의 정치적 권리를 떠받치는 힘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거 또는 향후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직접 민주주의 수단인 국민투표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스위스에서의 이번 판결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 국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6년 브렉시트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 당시 유권자들이 브렉시트와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이는 현재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국민투표에 나서는 스위스 국민들.
국민투표에 나서는 스위스 국민들.

[EPA=연합뉴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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