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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들, 학자금 위해 자신의 미래 지분을 월가에 판다

송고시간2019-04-12 16:21

금융가, 대졸자 임금프리미엄 겨냥해 '소득배분약정' 신종 금융상품 도입

대학생을 장차의 '소기업'으로 간주, '주식' 투자

전공별 취업 전망따라 지분율 차등 적용…학생 개개인에 유·불리는 판단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의 미래의 한 조각을 주식으로 간주하는 투자자에게 판다.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가 도로표지판.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증권거래소 앞 월가 도로표지판.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연봉 5만 달러(5천700만 원)를 버는 에이미 우로블루스키는 대학 때 투자자와 맺은 약정에 따라 현재 매달 279 달러를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8년 6개월.

현재 23세인 그는 연봉이 오르면 그에 따라 이 금액의 최대 2배까지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단, 실직해 수입이 없는 때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그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학자금을 빌려준 투자자는 그가 다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로블루스키가 졸업 후 미래에 벌어들일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주기로 하고 학자금을 조달한 이런 `소득 배분 약정(ISA)'은 뉴욕의 금융가 입장에서 보면, 우로블루스키를 작은 기업으로 간주하고 주식 투자하듯 학자금을 빌려준 신종 금융상품이다.

우로블루스키의 사례를 소개한 블룸버그닷컴(9일자)에 따르면, 그가 자신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근면성 등을 포함한 투자 가치에 대한 심사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지고 있는 학자금 빚은 총 1조5천억 달러. 빚진 개인은 물론 미국 경제 전체를 짓누르는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에선 대학 졸업자들이 그 미만 학력자들보다 평생 평균적으로 100만 달러 더 번다. 금융가는 이러한 임금 프리미엄을 주식처럼 위험과 수익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투자 상품으로 간주해 학자금 대출 시장에 신종상품을 갖고 뛰어든 것이다.

ISA에 투자한 헤지펀드 운영자인 척 트래프턴은 "고등교육 시장에 현재는 빚만 보이지만, 앞으로 5년 후엔 완전히 새로운 증권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ISA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ISA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일부 세계 최대 투자사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자산관리사 블랙스톤 그룹은 대학 측의 ISA 도입 수요를 예상해 '교육금융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ISA 시장은 수천만 달러 수준이어서 학자금 대출로 생성된 자산유동화증권 1천700억 달러에 비해 미미하다. 외부의 투자사들이 학생의 미래를 주식화해서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 대학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6년 ISA를 시작한 퍼듀 대학을 필두로 몇 개 대학은 이미 이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고 유타대학도 최근 시험 도입 방침을 밝혔다.

ISA 프로그램 설계에는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실직해서 돈을 갚지 못할 학생은 얼마나 될 것이며, 이런 위험 부담에 따른 보상액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 것인지 등. 투자자들은 취업 전망이 좋은 전공 학생들에겐 다른 전공 학생들에 비해 적은 비율을 적용한다.

퍼듀 대학의 경우 영어 전공 학생들은 거의 10년에 걸쳐 미래 수입의 4.52%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1만 달러를 빌릴 수 있지만, 화학공학 전공 학생들은 7년에 걸쳐 2.57%라는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같은 액수를 빌릴 수 있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과 비교해 보면, 경제학과 3학년 학생이 1만 달러를 빌릴 경우, 일반 시중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 때는 한 달에 146달러, 즉 10년간 이자를 포함해 총 1만7천576 달러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ISA를 통할 때는, 2020년 경제학과 졸업생의 초봉을 4만7천 달러로 추정하고 매년 3.8%의 임금 인상을 상정하면 1만5천673 달러만 갚으면 된다. 경제학과 전공의 경우 약정 조건이 100개월에 걸쳐 월 소득의 3.4%로 돼 있기 때문이다.

ISA가 일반 학자금 대출보다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 같지만, 연봉 6만 달러짜리 직장을 잡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 2만10달러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그 학생의 미래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셈이다.

학교 측은 일반 시중 은행 대출보다 조건이 좋은 정부 지원 대출을 우선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그게 소진되면 ISA 쪽으로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결국 후회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지적했다.

소득불균형 문제를 중점 연구하는 루스벨트연구소 연구원 줄리 마르게타 모건은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ISA의 유·불리를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모건은 특히 ISA가 분쟁을 조정을 통해서만 해결토록 요구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학생들의 소송권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ISA를 통해 돈을 빌린 학생들이 고액 연봉일수록 빌린 액수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퍼듀 대학 측은 상환 한도를 빌린 돈의 2.5배로 한정했다.

또한 연봉이 2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계속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등 학생 보호장치를 뒀다.

파트 타임 일만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선 상환 기한 연장만 해준다.

지난 2017년 졸업해 연봉 3만8천 달러를 받는 샤를로트 허버트(23)는 ISA를 통해 2만7천 달러를 빌린 것을 갚기 위해 매달 월급의 10%에 해당하는 312 달러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전문작가 전공이었기 때문에 공대생보다 2.5% 포인트 높은 비율을 적용받았다.

그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회에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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