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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불법이민자들을 민주 의원 지역구에 풀어놓으려했다"

송고시간2019-04-12 15:55

WP "피난처도시로 옮기는 안 추진…펠로시 등 민주 인사들에 보복 차원"

의사당 계단서 대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의사당 계단서 대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백악관이 민주당 주요 인사 등 정적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불법이민자들을 일부러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로 데려가 거리에 풀어놓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익명의 국토안보부 관리들과 자체 입수한 백악관 서한을 인용해 백악관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등 최소 두 차례에 걸쳐 이민당국에 이런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피난처 도시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불법이민자들을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기관의 구금·추방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연방기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협력하지 않는 곳을 가리킨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 피난처 도시로 지정돼 있다.

백악관이 타깃으로 삼은 곳 중 하나는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샌프란시스코 지역구였다고 WP는 전했다. 이 외에도 다른 민주당 '텃밭' 지역에 구금 중인 불법이민자들을 버스로 실어날라 거리에 풀어놓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ICE 등 이민당국에 이런 구상을 추진해보라고 압박한 시점은 '캐러밴'으로 불리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이 미국 남쪽 국경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던 작년 11월과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직후인 올해 2월이었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 넘으려다 과테말라 경찰과 충돌한 이민자들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 넘으려다 과테말라 경찰과 충돌한 이민자들

[EPA=연합뉴스]

WP에 따르면 백악관 측은 지난해 11월16일 다수의 관련 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캐러밴에 소속된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체포할 수 있다면 이들을 "중소 규모의 피난처 도시에 버스로 실어나를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ICE는 이런 제안이 "불필요한 운영상의 부담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은 셧다운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던 지난 2월 중순 다시 이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불법이민자 구금 시설 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벌주기 위한 방안으로 불법이민자 석방 계획을 검토했다고 복수의 국토안보부 관리들이 전했다.

당시 백악관은 이미 구금 중인 불법이민자를 민주당 '정적'들의 지역구로 옮기거나, 국경에서 붙잡힌 불법이민자를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피난처 도시로 실어나르는 안을 제시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한 국토안보부 관리는 WP에 "그건 그들(민주당)에게 '여러분의 비협조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보복 조치였다"고 말했다.

처음에 이 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ICE 고위 관료들은 백악관의 거듭된 압박에 법적 검토를 거쳐 '부적절하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 내용이 알려지자 펠로시 하원의장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변인은 WP에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사람을 비뚤어진 게임의 볼모로 이용하는 것은 이민자를 악마화하고 공포를 이어가기 위한 비열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고위직을 상대로 연일 '숙청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나와 그 관련성이 주목된다.

특히 숙청 작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불법이민자를 피난처 도시로 옮기는 방안을 놓고 ICE와 직접 논의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민 문제를 내년 재선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미 출신 불법이민자 증가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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