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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임청각 집안 의병장 책판, 유럽 떠돌다 돌아왔다

송고시간2019-04-11 09:00

국외문화재재단, 라이엇게임즈 지원으로 '척암집 목판' 구매

척암선생문집책판
척암선생문집책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럽에 흘러간 항일의병장 문집 책판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직후 유생들이 일으킨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1825∼1912) 문집 책판을 지난 3월 독일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11일 밝혔다.

귀환한 '척암선생문집책판'(拓菴先生文集冊板)은 가로 48.3㎝, 세로 19.1㎝, 두께 2.0㎝다. 책판 손잡이인 마구리는 양쪽 모두 사라졌고, 한쪽 면은 금색 안료로 칠했다.

이 책판은 척암 문집을 찍기 위해 1917년 무렵 제작한 책판 1천여 장 중 한 장으로, 김도화가 '태극도설'(太極圖說)을 설명한 권9 23∼24장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확인된 척암선생문집책판은 20장으로, 모두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소장품이다. 19장은 후손이 기탁했고, 1장은 2016년 에드워드 슐츠 미국 하와이대학 교수가 진흥원에 넘겼다. 후손이 기탁한 책판은 지난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 중 일부다.

척암선생문집책판
척암선생문집책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책판은 온라인 게임 회사이자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귀환에 기여한 문화재지킴이 기업인 라이엇게임즈 지원으로 돌아왔다.

재단이 지난 2월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경매회사가 주최하는 경매에 오스트리아 가족이 오래전부터 보유한 책판이 출품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3월 14일 열린 경매에서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자금을 활용해 구매했다.

안동에서 태어난 김도화는 고성 이씨 이찬의 딸과 1839년 혼인하면서 독립운동 산실인 임청각(臨淸閣) 문중의 사위가 됐다.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가옥이며, 김도화는 이상룡의 종고모부다.

그는 조선 후기 학자 유치명에게 학문을 배운 뒤 퇴계학통을 계승해 후학을 양성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시행되자 일흔에 곽종석, 김흥락 등과 함께 일제의 국권 침탈을 우려하는 안동통문을 각지에 보냈다.

이듬해 결성된 안동의진(安東義陣)에서 권세연에 이어 2대 의병장에 올라 지휘부를 조직하고 의병 참여를 호소했으며, 상주 태봉에 주둔한 일본군 병참기지를 공격했다.

그러나 나라가 기울어가는 상황을 막지 못했고,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대문에 이를 반대하는 '합방대반대지가'(合邦大反對之家)라는 문구를 써서 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척암 문집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편찬 작업이 시작됐고, 손자와 문인들이 1917년 영천에서 목판으로 간행했다. 이후 속집(續集), 부록, 별집(別集)도 나왔다. 문집 서적은 국학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재단 관계자는 "임시정부 수립일에 귀환 사실을 공개한 척암집 목판은 다른 책판과 마찬가지로 국학진흥원에서 관리한다"며 "행방을 몰라 포함되지 않았던 세계기록유산 일부를 되찾아왔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말했다.

척암선생문집책판(오른쪽)과 책
척암선생문집책판(오른쪽)과 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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