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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은 욕망·잘못된 선택…'나의 작은 시인에게'

송고시간2019-03-31 12:54

'나의 작은 시인에게'
'나의 작은 시인에게'

[엣나인필름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중년 여성 리사. 시를 통해 일상의 공허함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어디서 본듯한,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 뻔한 시다. 그 자신도 시작(詩作)에 재능이 없음을 안다. 그런 리사의 귀에 자신이 가르치던 5살 유치원생 지미가 읊조리는 한 편의 시가 들려온다.

아이가 쓴 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층적 의미와 삶의 통찰력이 담긴 시다. 리사는 그 시를 받아적은 뒤 야간 문학반 수업 때 발표하고, 사람들은 갑자기 일취월장한 그의 실력에 감탄한다. 이후 리사는 아이가 시를 읊을 때마다 받아적는다. 아이의 특별한 재능이 무뎌질까 전전긍긍하던 리사는 끝내 아이를 직접 돌보기에 이른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나의 작은 시인에게'

[엣나인필름 제공]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삶의 헛헛함을 남의 재능으로 대신 채우려 한 중년 여성의 어긋난 욕망을 세밀한 터치로 다룬 심리 스릴러다.

리사의 삶은 언뜻 부족할 게 없어 보인다. 번듯한 집에서 자상한 남편과 고등학생 딸, 대학생 아들과 산다. 그러나 리사는 늘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딸, 힘들게 대학에 입학하고도 군에 자원입대하겠다는 아들, 지적 호기심과 활력을 잃어버린 집안 분위기에 지쳐있다. 그런 그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지미가 마치 '구원'처럼 다가왔다. 리사는 시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지녔지만 그러기엔 부족한 재능 사이의 간극을 지미를 통해 채우려 한다. 지미의 재능을 더 발전시키고 끌어내 세상에 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낮잠 잘 때 지미를 몰래 깨워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시점에 대해서 들려준다. 부모 허락 없이 아이를 시 낭송회와 미술관에 데려가기도 한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나의 작은 시인에게'

[엣나인필름 제공]

지미를 바라보는 리사의 시선은 복잡하다. 지미의 타고난 재능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내심 질투한다. 리사에 대한 지미의 속내도 미묘하다. 엄마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리사를 잘 따르고, 시도 들려주지만, 실제 마음을 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두 사람의 특별한 유대관계와 리사의 세밀한 심리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언어의 바다에서 정성 들여 길어 올린 단어로 시를 쓰듯, 미사의 심리 역시 세밀하고 밀도 있게 그려내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나의 작은 시인에게'

[엣나인필름 제공]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뒤로 갈수록 리사의 행동은 집착으로 바뀌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영화도 스릴러로서 본색을 드러내며 긴장감을 높인다.

리사의 행동은 절대 용납될 수 없지만, 그의 말은 귀 기울여봄 직하다. 리사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창작에 대한 욕망, 지적 호기심, 예술적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이스라엘 영화 '시인 요아브'를 신예 감독 사라 코랑겔로가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프랭크' '다크나이트' 등에 출연한 매기 질렌할이 중년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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