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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 서울전] ④적을 부수고 새집을 세우고

의열단·조선의용대·광복군에 뛰어든 여성 독립운동가들
'한국의 잔 다르크' 지복영 등 민족과 여성의 해방에 헌신
아버지 지청천 장군의 뜻에 따라 광복군이 된 지복영.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아버지 지청천 장군의 뜻에 따라 광복군이 된 지복영.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일제가 1931년 만주사변에 이어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며 중국 본토 깊숙이 쳐들어오자 상해(上海)에 둥지를 튼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항주(杭州)·남경(南京)·장사(長沙)·광주(廣州)·유주(柳州) 등을 전전하며 어렵게 독립운동의 명맥을 이어간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의열단과 조선의용대 등에 투신해 무장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임정의 대가족을 이끌며 한국독립당 재건에 나선다. 임정이 1940년 중국 내륙의 중경(重慶)에 안착하자 그해 6월 한국여성혁명동맹을 창설해 민족 통합과 독립의 길을 모색한다. 이어 9월 17일 창설된 한국광복군에 국민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한다.

의열단원 박차정(왼쪽)과 의열단장 김원봉의 결혼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의열단원 박차정(왼쪽)과 의열단장 김원봉의 결혼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부산 출신의 박차정은 근우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광주학생운동 동조 시위를 주도하다가 중국으로 망명해 의열단장 김원봉과 결혼하고 의열단원으로 가입한다.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제1기 여자부 교관으로 사관생도를 양성하는 한편 1938년 조선의용대가 창설되자 부녀복무단장으로 항일전투에 뛰어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차정과 함께 의열단원 연락책을 맡았던 이병희,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원으로 항일 선전사업을 펼친 이화림의 활약상도 만날 수 있다.

4부의 제목인 '적을 부수고, 새집을 세우고, 새 삶을 찾자'는 지복영의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대한의 잔 다르크가 되라"는 아버지 지청천 광복군 총사령관의 말에 따라 광복군에 지원하며 최전선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한다. 주변에서 위험하다며 말리자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뜻을 관철하려고 한다. 딸의 편지를 받은 지청천도 "내가 남의 자식도 사지에 보내는데 내 자식이라고 못 보내겠느냐. 잘 생각했다"라고 허락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다.

지복영은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는 광복군의 여성 군복과 함께 지복영이 간직해온 앨범도 선보인다.

광복군 2지대장 이범석과 결혼한 고려인 후손 김마리아는 광복군에서 러시아어와 중국어 교관으로 활약했다. 김학규 3지대장의 부인 오광심은 민족혁명당 부녀부 차장을 거쳐 광복군에서 기관지 '광복' 간행과 초모 활동 등을 맡았다.

여성 광복군 오광심.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여성 광복군 오광심.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창설 당시 광복군 수는 70명가량이었다가 광복 직전에는 700∼800명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처음에 오광심·김정숙·지복영·조순옥 등 6명이던 여성 대원도 100명 가까이 늘었으나 기록이 남아 있는 여성 대원은 2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광복군 생존자 민영주(96)·오희옥(93)·유순희(93)의 증언을 듣는 코너도 마련된다.

'한국의 잔 다르크'란 영예로운 별명을 얻은 지복영은 "이중 삼중의 압박에 눌리어 신음하던 자매들! 어서 빨리 일어나서 이 민족해방 운동의 뜨거운 용로 속으로 뛰어오라. 과거의 비인간적 생활은 여기서 불살라 버리고 앞날의 참된 삶을 맞이하자"라고 호소하며 조국 광복이 민족의 독립과 여성의 해방을 이루는 길임을 역설했다.

오광심도 '광복' 창간호에서 "광복군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오. 우리 여성들이 참가하지 아니하면 마치 사람으로 말하면 절름발이가 되고 수레로 말하면 외바퀴 수레가 되어 필경은 전진하지 못하고 쓰러지게 됩니다"라며 양성평등을 역설했다.

제4부에서는 '제시의 일기'도 전시된다. 1938년 7월부터 독립운동가 최선화가 남편 양우조와 함께 딸 제시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를 기록한 이 일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광주에서부터 중경까지 이동한 과정, 김구 주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이 일제의 패망 소식을 접한 반응 등을 상세하게 담아 소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될 강애란의 작품 '미래를 비추는 지혜의 탑'.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전시장에 설치될 강애란의 작품 '미래를 비추는 지혜의 탑'. [국립여성사전시관 제공]

전시의 대미는 설치예술가 강애란의 작품 '미래를 비추는 지혜의 탑'이 장식한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기록을 디지털 책으로 형상화했다. 대부분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경험을 재조명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는 염원을 담았다.

그림공모전과 UCC 공모전 수상작들도 소개된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3/24 10: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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