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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두환, 5·18 참회 마지막 기회마저 차버리나

송고시간2019-03-11 17:46

(서울=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피고인 신분으로 다시 법정에 섰다. 전 씨는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 '사탄'으로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996년에 12·12 쿠데타와 5·18 관련 피고인으로 출정(出廷)했던 전 씨는 이날 23년 만에 법정에 나왔지만, 예상대로 공소사실은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유감스럽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이날 재판 출석 과정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에 대해 사과하거나 희생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씨는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는 한 마디를 내뱉고서는 법정으로 곧장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실망과 함께 분노를 유발했다.

1980년 5·18 운동 강제진압 당시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헬기 사격은 지난해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된 사안이다. 광주 전일빌딩 10층 외벽 등에서 발견된 다수의 탄흔도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도 나왔다. 헬기 사격이 사실임은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 씨는 지금껏 5·18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외려 이번 재판을 앞두고는 건강문제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을 내세워 수차례 재판 불출석으로 국민을 짜증 나게 했다. 이런 그를 부인 이순자 씨가 대통령 단임제를 이룬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운 것은 코미디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은 전 씨의 신군부 세력이 주도했다는 것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입증됐다. 그런데도 당시 진압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전씨가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사과조차 외면하는 것은 너무 뻔뻔한 처사다. 전 씨의 이런 그릇된 인식과 태도가 최근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일부 정치인의 5·18 망언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순을 바라보는 전 씨에게 이번 재판은 사실상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국민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더 늦기 전에 조비오 신부는 물론 신군부의 총탄에 스러진 5·18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인간의 도리다. 전 씨가 이번 재판을 자신의 부끄러운 권력 찬탈을 참회하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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