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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박성현을 세계 1위로 이끈 힘은 '두려움'

심각한 표정으로 그린을 살피는 박성현.[박준석 골프 전문 사진기자 제공]
심각한 표정으로 그린을 살피는 박성현.[박준석 골프 전문 사진기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은 경기를 앞두면 늘 두려움에 휩싸인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다.

드라이버가 삐뚤게 가면 어떡하나, 아이언이 제대로 안 맞으면 어쩌나, 쇼트 게임이 잘 안 풀리면 큰일인데…, 짧은 퍼트가 자꾸 빗나가면 어떻게 하나 등등 걱정은 한둘이 아니다.

모처럼 잡은 라운드를 하루 앞둔 주말 골퍼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0승,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둔 세계랭킹 1위 선수가 되어서도 박성현은 이런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성현은 지난 6일부터 사흘 동안 필리핀 여자프로골프투어(LPGT) 대회를 치렀다.

총상금 10만 달러에 우승 상금 1만5천 달러 규모로 KLPGA투어 2부 투어인 드림 투어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대회였다.

올 박성현의 메인 스폰서를 맡은 필리핀의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의 초청을 받아서 출전한, 일종의 '시범 경기' 격이었다.

대회에 앞서 메이저급 HSBC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성현에게는 사실 부담 없는 대회였다.

출전 선수 125명 가운데 박성현 다음으로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는 294위의 도티 아르디나(필리핀)였다. 한마디로 박성현과 우승을 다툴만한 선수는 없었다.

또 꼭 우승을 못한대도 비난 받을 일도 없었다. 불과 사흘 전에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가 빠짐없이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왔던 터라 심신의 피로를 핑계로 대도 얼마든지 통할 처지였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박성현은 "부담이 엄청나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스가 어려운데 연습 라운드 때 공이 너무 안 맞아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수 아래 필리핀 투어 대회라지만 '망신당하면 어쩌냐'는 걱정 속에 그는 대회를 맞았다.

박성현이 경기를 앞두고 이런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건 오랜 습관이다.

심지어 그는 아마추어들과 라운드하는 프로암을 앞두고도 '공이 안 맞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이야말로 박성현을 세계 1위로 이끈 숨은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성현은 자신이 늘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완벽주의자' 박성현은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 게임, 그리고 퍼트 등 모든 경기력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구사할 준비가 되어야 안심이 된다.

박성현이 누구보다 연습량이 많은 이유다. 스스로 '이만하면 됐다'는 수준까지 올라와야 연습을 멈추는 박성현이다.

그런데 골프에 완벽함은 있을 순 없다.

더구나 박성현의 눈높이는 아주 높다.

그는 "쇼트 게임을 PGA투어 선수처럼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가 생각하는 '완벽함'은 수준이 높다. 완벽함이 존재하지 않는 골프의 특성과 한참 높은 기대치 탓에 박성현은 늘 경기를 앞두고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또 박성현은 누구보다 뼈아픈 실패를 겪어본 선수다.

포장도로만 달린 게 아니라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를 달린 끝에 고속도로에 올라탄 격이다.

실패의 기억은 자신을 한층 더 가혹하게 몰아치는 채찍이 됐다.

이번 필리핀 원정 때 박성현은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6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사실상 완벽한 경기를 치렀다.

강한 바람이 분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는 5명뿐이었고 그나마 60대 타수는 박성현과 68타를 친 2위 사소 유카(필리핀) 등 2명에 불과했다.

사소를 4타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한 박성현은 그러나 "샷이 전날만큼은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완벽한 경기라고는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그는 "내일은 5언더파 정도를 쳐야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처럼 이틀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며 선전을 펼친 사소를 의식한 발언이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걱정이기도 했다.

최종일에 다소 부진했지만 2타차 우승을 끌어낸 박성현은 "세상에 쉬운 우승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비로소 활짝 웃었다.

우승 트로피를 안고 기뻐하는 박성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경기를 앞두고 늘 느끼는 그 두려움은 언제 없어질까요?"

박성현의 대답은 이랬다. "아마 평생 가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5승을 목표로 잡았다는 박성현은 여전히 걱정 때문에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게 분명해 보인다.

kh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3/12 06: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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