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70대 대가들의 무대 품격…"테크닉 이상의 음악세계"

송고시간2019-03-10 10:48

백건우·아르헤리치·부흐빈더 등 연주 잇따라

부흐빈더, 아르헤리치, 백건우 (왼쪽부터)
부흐빈더, 아르헤리치, 백건우 (왼쪽부터)

[빈체로, 크레디아(ⓒGuido Adler/DG) 제공, 연합뉴스 DB]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칠순을 훌쩍 넘긴 음악 거장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기량이나 테크닉 면에서 이들은 전성기를 지났다고 보는 게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과 연륜, 평생의 헌신이 담긴 이들의 음악은 객석에 특별한 감동을 전하곤 한다.

우선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3)는 최근 발매한 쇼팽 녹턴(야상곡) 전곡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투어 공연을 연다.

오는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군포, 여주, 대구, 안산 등 총 11개 도시에서 연주한다.

이름 앞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음악 일생을 한 작곡가, 한 시리즈를 골라 철저하게 탐구하는 구도자적 모습을 보였다.

1970년대 초반 뉴욕에서 펼친 라벨 전곡 연주부터 리스트,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포레,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작곡가에 완전히 몰입해 음악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진정한 연주를 위해서는 작곡가의 내면과 완전히 맞닿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원칙.

이번 쇼팽 녹턴도 줄리아드 음대 시절부터 다룬 곡이지만, 제대로 이해될 때를 기다리며 "숙제로 남겨놨던 곡"이다.

그는 최근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야 이 곡과 나와의 대화가 시작됐다"며 "내게 쇼팽 녹턴은 그저 예쁘거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 아닌, 굉장히 깊이가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70)은 다음 달 5~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이야기 창극 '두 사랑'을 공연한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스승, 만정(晩汀) 김소희(1917~1995)와 향사(香史) 박귀희(1921~1993)와의 추억을 바탕으로 60여년간 걸은 소리 인생을 되짚는 공연이다.

단아한 용모와 청아한 성음, 명료한 발음으로 대중적 인기까지 누린 국악계 큰 별이지만 본인은 늘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공연과 관련해서도 "두 스승은 목숨 걸고 소리를 해야 남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고 하셨다"며 "대충 해선 안 된다는 그 말씀을 후진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칠순을 넘긴 해외 거장들의 내한 공연도 잇따라 열린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가 오는 5월 1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피아노 리사이틀은 클래식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비창', '열정' 소나타 등 부흐빈더가 직접 엄선한 베토벤 프로그램을 감상한다.

그는 50년이 넘는 연주 생활 동안 베토벤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50회 이상 가졌으며 전곡 음반은 세 차례나 발매하며 베토벤 전문가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평생 베토벤을 연구했지만, 아직도 모든 연주를 통해 배우고 동시에 도전한다고 말한다.

'피아노 여제'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마르타 아르헤리치(78)는 오는 5월 7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9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여류 피아니스트'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면서 정열적인 연주 스타일로 유명하다.

1994년 기돈 크레머와의 첫 내한 공연 당시 타건으로 피아노 건반 줄을 끊어 한국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고 긴 머리카락은 백발로 변했지만 여전히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독주회 대신 실내악 무대에 전념하는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듀오 무대 등을 선보인다.

대표적 친한파 연주자이자 세계적 첼리스트인 미샤 마이스키(71)는 오늘 4월 5일 경남 통영의 섬마을 욕지도에서 무료 공연을 연다.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 열리는 '스쿨 콘서트'(정규 공연 전 지역 학생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그는 칠순을 맞은 작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모든 공연을 소중하게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정상급 연주자들의 신체에도 세월은 깃든다.

황장원 음악 평론가는 "거장 연주자들은 이례적으로 기량을 잘 관리하지만 보통 60대에 접어들면 테크닉이 쇠퇴하는 게 일반적이고 70대에 접어들면 연주 중 눈에 띄는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분야에 오래 천착한 대가들의 음악 세계는 테크닉이나 기량으로만 측정하기 어렵다.

황 평론가는 "대가들의 경우 오랫동안 연구한 작품에 대한 확실한 주관과 개성을 성숙한 모양새로 내보인다"며 "탁월한 음악성과 작품을 향한 비전이 세부적인 부분에서 생기는 아쉬움을 넉넉히 덮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는 "평생 수많은 작품을 연구하고 연주해 왔기에 작품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한다"며 "오랜 무대 경험 때문에 무대에 선 바로 그 순간 관객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젊은 연주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과 매료를 선사하기도 한다.

허명현 음악 평론가도 "젊은 예술가들의 음악이 외형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대가들은 젊은 연주자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꺼내어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격을 위한 파격이 아니라, 전통적 해석을 기반으로 하는 참신한 연주는 대가들만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sj997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