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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기 문서와 서첩, 국보 문턱서 제동 걸린 이유는

송고시간2019-03-10 07:25

승격 예고 '봉사조선창화시권' '소상팔경시첩'에 이의 제기돼

문화재청 "학계 다양한 의견 수용…보완 조사할 것"

봉사조선창화시권
봉사조선창화시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청이 지난해 8월 국보로 지정 예고한 보물 제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卷)과 보물 제1405호 '비해당 소상팔경시첩'(匪懈堂 瀟湘八景詩帖)이 모두 국보 승격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두 유물은 조선 전기 학자들이 쓴 시를 모은 문서와 그림·글씨를 수록한 서첩으로, 국보 승격을 위한 조사 당시 지정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봉사조선창화시권과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의 국보 지정 안건을 심의해 "명확한 승격 가치 검토를 위해 보완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국보는 보물 중에서도 인류문화 관점에서 볼 때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국보는 현재 337건으로, 2천159건이 있는 보물과 비교해 매우 적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지정 과정에서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이 기간에 종종 이의가 제기되는데, 두 유물에 대해서도 "보물 유지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들어왔다.

봉사조선창화시권은 1450년 즉위한 명나라 경제(景帝)가 내린 문서를 전달하러 조선에 온 한림원시강(翰林院侍講) 예겸과 집현전 학사들이 문학 수준을 겨루며 쓴 시 37편을 추려서 엮은 자료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예겸이 시 한 편을 지어 정인지에게 주니 인지도 즉시 운을 따라 지어 주었다. 이로부터 인지, (성)삼문, (신)숙주와 더불어 시를 한 수씩 주고받지 아니한 날이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물이기도 하다.

본래는 책 형태였으나, 후대에 16m 길이 두루마리로 다시 만들었다. 1958년 이전에 국내에 들어왔으며, 간송 전형필을 비롯해 두계 이병도·동주 이용희 등이 감정하고 평가한 기록이 남았다.

비해당 소상팔경시첩
비해당 소상팔경시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은 세종 셋째 아들인 비해당 안평대군이 1442년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주제로 당대 문인 21명이 쓴 글을 모은 유물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후난성 소상(瀟湘)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경을 뜻한다.

이영서가 집필한 서문에 따르면 이 시첩은 중국 남송 영종(재위 1195∼1224)의 소상팔경시를 얻은 안평대군이 영종 시를 베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군신들에게 시를 짓게 해 탄생했다.

봉사조선창화시권에 글씨를 남긴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외에도 박팽년, 안숭선, 이보흠, 최항이 제작에 참여했다.

문화재청은 국보 지정 예고 당시 봉사조선창화시권에 대해선 친필이 거의 전하지 않는 정인지·신숙주·성삼문이 다양한 서체로 쓴 글씨가 있어 서예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한중 외교사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상팔경시첩은 조선 전기 명가의 친필 유작을 모은 자료로 전래 경위가 분명해 국보로 승격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학자 A씨는 두 유물에 대한 의견서에서 글씨와 인장을 문제 삼아 국보 승격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봉사조선창화시권에 있는 신숙주·정인지·성삼문 글씨를 '몽유도원도'와 비교한 뒤 "신숙주 글씨는 필세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고, 정인지·성삼문 글씨는 필획이 날카롭고 짜임에 허술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유물은 1450년 당시 원적(原籍)을 엮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베낀 부본(副本)으로 판단된다"며 "원적은 아니지만, 당시 서풍을 어느 정도 전해주고 있어 필적이 드문 조선 초기 서예사 자료로서는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상팔경시첩에 대해서도 "시작(詩作)은 조선 초기 문인 19명이 지은 것이지만, 필적은 모두 그들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몽유도원도에는 22명의 시문 중 한 명만 인장이 있는데, 시첩에는 19명 중 8명 필적에 인장이 있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정 예고 제도는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자는 취지로 운영한다"며 "추가 조사와 연구를 한 뒤 두 유물의 국보 승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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