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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들려주는 가족의 의미

송고시간2019-03-10 07:00

10년만에 연출·주연 맡은 영화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백합농장을 운영하며 삶의 대부분을 백합을 돌보는 데 바친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

꽃길을 걸어왔던 그의 사업은 인터넷 주문과 같은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쇠퇴하고, 백합농장도 결국 문을 닫는다.

얼은 낡은 픽업트럭에 세간살이를 싣고 손녀 약혼식에 찾아가지만, 평생 가족을 소홀히 한 그를 반겨줄 리 없다. 백합쇼 참석을 핑계로 딸 결혼식에조차 가지 않아 인연이 끊기다시피 한 그다. 가족의 냉대에 발길을 돌리던 얼은 한 남자로부터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물건'을 특정 장소로 운반해주는 일이다.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평생 교통위반 딱지 한장 떼인 적 없는 그는 식은 죽 먹기처럼 그 일을 해내고, 거액을 받는다. 그 돈으로 손녀 결혼식 비용을 댄 뒤 흐뭇해하고, 가장으로서 못다 한 책임을 지려 본격적으로 마약 운반책으로 나선다.

영화 '라스트 미션'은 올해 89세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 토리노'(2009) 이후 10년 만에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2011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300만 달러어치 코카인을 수송하다 체포돼 3년형을 선고받은 87세 마약 배달원 레오 샤프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영화는 얼떨결에 마약 운반책이 된 노인의 이야기를 느리지만 여유롭게 풀어낸다. 이스트우드의 유머 가득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는 영화 속에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어기적어기적 걷지만, 그 누구보다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 얼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순리대로 살며 인생을 즐길 줄 안다. 마약을 운반하는 와중에 차 안에서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맛집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도로 위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차를 세운다. 그를 감시하는 조직원들은 행여 적발이라도 될까 봐 속이 타서 발을 동동 구른다.

얼은 "오래 살아서 말조심을 안 해도 되는 부류"이기도 하다.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세상의 변화를 다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래서 인터넷도,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전송도 할 줄 모르며 지금은 안 쓰는 '니그로'(검둥이)라는 단어를 써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라스트 미션'
'라스트 미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얼이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교훈은 가슴에 쏙쏙 박힌다. 그는 밖에서 인정받기 위해 '못난 아버지' '나쁜 남편'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단 하루만 활짝 피고 져버리는 백합처럼 가족을 소중하게 가꾸지 못한 날들을 후회한다. "가족과 함께라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 "돈으로 다른 것은 다 살 수 있어도 시간은 못 산다". 그는 더는 후회하지 않으려 임종을 앞둔 아내를 위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다른 반가운 배우들도 나온다. 마약 운반책을 추적하는 요원 역은 브래들리 쿠퍼가, 얼의 전처 역은 다이앤 위스트가 맡았다. 이스트우드의 실제 딸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극 중 얼의 딸인 아이리스로 출연했다. 오는 14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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