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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대기 태세 유지하다 사고사 한 부대장…"공무상 사망"

송고시간2019-03-10 07:30

1심 "보고만 받고 지시 안 내리면 공무 수행 아냐"…유족 패소 판결

2심 "직무 수행 위해 공관 복귀 중 사고…공무상 사망 맞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휴가 기간에도 업무를 보고 대기 태세를 유지하다 사망했다면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5부(배광국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군 항공전단장이던 A씨는 2016년 8월 사흘간 여름 휴가를 냈다. 당시는 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와 관련해 남북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전단장인 본인이 먼저 휴가를 가야 지휘관이나 참모들이 휴가를 가기 편할 거라며 짧은 휴가를 냈다. 그러면서도 "대북 상황을 고려해 공관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중요 사항은 언제든 부담 없이 보고하라"고 일렀다.

그는 휴가 첫날 늦은 오후 공관 외부에 있다가 작전계획과장으로부터 전화로 짧은 업무 보고를 받았다. 한 시간 뒤엔 다른 참모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회의 결과를 보고받기도 했다.

A씨는 그날 밤 자전거를 타고 공관으로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했다며 국방부에 순직에 따른 유족 연금을 청구했다. 국방부는 공무 수행 중 사망으로 볼 수 없다며 지급 불가 결정을 내렸다.

유족이 제기한 불복 소송에서 1심은 국방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부대장의 휴가 기간엔 당직 사령이 부대장을 대리해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A씨가 공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록 A씨가 업무 관련 보고를 받긴 했으나 그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니 공무 수행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소극적' 해석을 내렸다.

2심은 그러나 '공무 수행'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비록 망인의 사망이 하계휴가 중에 발생했다 해도 이는 지휘관으로서 업무 보고 등을 받기 위해 근무지에 귀임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군인연금법은 군인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거나 근무지에 귀임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한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망인은 휴가를 신청하더라도 수시로 각종 상황을 관리하고 작전 지휘를 위해 연락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 등 부대에서 먼 곳으로 가기는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이 당일 둘러본 곳도 작전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사고 지점은 공관으로 복귀하는 경로에 있다"며 "이 사고는 단순 휴가 기간 중 사고에 그치지 않고 직무 수행을 위해 공관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만일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망인은 남은 휴가 기간 보고서 검토와 결재 등 여러 업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거듭 유족 측에 힘을 실어줬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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