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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서서 수업들었어요"…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학가 비상

송고시간2019-03-10 08:00

시간강사 7만6천여명, 일부 강사 "강사법 시행 앞두고 해고 통보"

"대학교는 재정 부담 호소" vs "정부보조금 늘었지만 강사 착취"

대학생은 "수강신청 어렵고, 강의 줄어"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황영주 인턴기자 = "이번 주에 개강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자리가 부족해 학생 10명이 강의를 서서 들었어요. 수업 정정 기간임을 고려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4년제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채 모(25) 씨는 "다른 친구나 교수님도 강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체감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업마다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아무래도 강사법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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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교 졸업을 앞둔 김 모(26) 씨는 "졸업에 필요한 전공 수업의 이번 학기 정원은 75명인데 지원자 133명은 모두 4학년"이라며 "수업 하나로 졸업 자체가 불가능한 학생들이 발생하지만, 학교에서 증원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막막해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가에서 시간강사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체 강의 수도 덩달아 줄었다. 일각에서는 오는 8월 1일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일부 대학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 수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는 한편, 시간강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 8월 1일 강사법 시행…"올해 1월 강의 사라져"

"올해 1월에 강의가 사라진 걸 알았어요. 사전 통보 없이 해고당한 건데 해고 사유도 직접 찾아봐야 했습니다."

서울의 A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한 김 모(50) 씨는 "강사법을 빌미로 해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임순광 전 비정규직교수노조위원장에 따르면 강사법 통과로 전국 7만 강사 중 2만 명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씨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라는 필요성에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입 취지와 다른 결과가 예상된다는 우려로 8년 동안 4차례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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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의 핵심은 시간강사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방학 4개월간 임금을 지급하며, 한번 채용되면 최소 3년은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다.

시간강사는 매년 감소 추세다. 대학·강사·국회가 구성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2011년 11만2천87명에 달했지만 2017년 7만6천164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011년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시간강사가 뚜렷하게 감소했다고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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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시간강사 경력 13년 차인 조 모(53) 씨는 "2019학년도 1학기를 앞두고 학교 측에서 계약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최근에 3개 학교에서 동시에 해고된 사람도 있는데 다들 당장 수입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강사 단체들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가에서 강사를 줄이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한다"며 "수많은 교양과목이 사라지고 전공과목까지 통폐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부와 청와대는 대학 강사 고용 안정 대책을 즉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교 등록금 10년째 동결…"재정 부담"

일부 사립대들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재정 악화로 시간강사 해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이후 대다수의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이 대학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등록금 동결 정책과 고등교육 재정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적정 사립대 등록금은 1천131만1천원이지만, 실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739만9천원)은 이보다 380만원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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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은 "등록금 대부분이 장학금으로 나가니 연구 지원, 학생 지원,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 투자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대학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재정 운영의 어려움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본회의에서 올해 교육부 예산 74조9천163억원을 확정했다. 여기엔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288억원이 포함됐다. 국립대는 71억 원,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는 21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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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정책연구팀 팀장은 "올해 강사지원사업비 288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288억원은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방학 중 임금' 2천300억원의 8분의 1 수준으로 재정적으로 충분한 지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강사제도 개선 후 대학들이 최소 899억 원에서 최대 3천393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대학 측의 이런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채효정 전 경희대 강사는 작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토대로 지난 5년간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수입이 3천억원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은 1억4천만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4년제 사립대 총예산의 41%(약 7조원)는 교직원의 인건비인데, 그중 대학 강사 강의료는 2천200억원에 불과해 전체 인건비의 2.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비중이 대략 30%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는 강사가 그동안 얼마나 열악한 처우를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사법은 강사들의 경제적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정치적 권리 보장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차별을 시정하는 데 있어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대학도 정부도 이제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생도 여파…교육의 질 하락 우려

강사법 파장은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업이 줄어들며 강의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수업의 다양성과 전문성,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대학의 학생들은 페이스북 등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페이지' 등을 개설하고 강사법으로 인한 강사들의 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대학생 박 모(19) 씨는 "강좌 통폐합 등으로 학생들의 교육권도 침해되고 있다"며 "설문조사, 세미나, 기자회견,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강사법으로 인한 강사들의 대량 해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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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40년 이상 강사에 대한 착취 구조, 현대판 노비제도가 이어졌다"며 "강사법은 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임교원의 수업 시수가 9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까지 늘어나 연구시간을 빼앗겨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실장은 "강사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교육 당국이 세우지 못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 당국이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강사법 개정을 이유로 강좌 수를 대폭 줄인 대학에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진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사무관은 "강사제도의 안착을 위해 학기 개시 전후 강사 고용 현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며 "올해 강사 인건비 예산을 강사 고용 및 총 강좌 수를 반영해 대학에 예산을 차등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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