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마이더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한국의 저성장

송고시간2019-03-10 10:30

장기 박스권 횡보가 한국 증시의 뉴노멀(new normal)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화물터미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서명곤 연합뉴스 기자

항공 화물 적재로 분주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화물터미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서명곤 연합뉴스 기자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대에 고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성장률은 전년과 동일한 2.7%에 그쳤고, 2019년 성장률은 이보다 둔화된 2.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적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성장률의 추세적 둔화는 어느 정도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될 측면도 있다.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의 기조적 둔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경제의 규모가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한계생산 체감, 또는 투입체감의 법칙이 작동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된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1980년대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연율화된 정권별 GDP 성장률을 살펴보자. 전두환 정권(1980~87년) 때는 연평균 10% 성장했고, 노태우 정권(1988~92년) 9%, 김영삼 정권(1993~97년) 6.6%, 김대중 정권(1998~2002년) 5.2%, 노무현 정권(2003~07년) 4.5%, 이명박 정권(2008~12년) 3.2%, 박근혜 정권(2013~16년) 2.9%로 성장률이 기조적으로 둔화했다.

한국의 성장률 둔화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자연스런 경제 현상으로 봐야 할 측면이 있다.

다만, 2010년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둔화된 감이 있다. 대체로 2010년 이전까지 한국 경제는 5%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 후 곧바로 3% 내외의 성장률로 추락했고, 이제는 2%대 중반의 성장률로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5%대 성장의 시대에서 4%대와 3%대 성장 시기가 생략된 후 곧바로 3% 이하의 저성장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정권 때의 연평균 성장률이 4.5%이긴 했지만 이는 집권 첫해였던 2003년 카드 버블 붕괴의 여파로 기록됐던 2.9%의 저성장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2003년을 제외하면 노무현 정권 때의 연평균 성장률은 5%를 넘었다.

결론적으로 성장 둔화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있지만 최근 10여 년간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는 문제는 피해가기 어렵다.

실물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주식의 성과도 장기적으로 매우 부진하다. 2010년 말 이후 2019년 말까지 9년간 KOSPI는 거의 정확히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0년 말 KOSPI는 2,051p였는데, 9년이 지난 작년 말 KOSPI는 2,041p였다. 10년간 주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했던 셈이다.

2011~19년의 연평균 KOSPI 등락률이 -0.05%였지만 그 이전 10년(2001~10년)의 KOSPI 등락률은 +15.1%였다. 한국 경제의 장기성과가 급격하게 부진해졌던 셈이다.

2010년 말을 전후한 시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한국 주식의 장기성과도 부진해졌을까?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됐던 시점부터 시작됐다.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가 고성장할 때 가장 큰 수혜를 봤지만 중국 경제의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모순은 다름 아닌 '과잉 투자'다. 한 국가의 경제는 소비와 투자, 수출로 구성되는데, 개혁·개방이 본격화됐던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장기 성장을 이끌었던 동력은 투자였다.

1990년에 투자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였는데, 그 비율은 2010년에 45%대까지 상승한 후 정체, 또는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장을 짓는 설비투자와 건물 등을 만드는 건설 투자를 시행하면 원자재 사용량이 즉각적으로 늘고, 인력 고용도 늘릴 수 있다.

문제는 투자가 끝난 후다. 투자는 '현재의 소비'를 기회비용으로 해 '미래 소비'의 파이를 늘리는 행위다. 즉, 경제적 자원을 당장 소비해 없애버리는 것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배분함으로써 미래에 더 풍족한 소비를 도모하는 것이 투자다.

[마이더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한국의 저성장 - 2

중국은 요즘도 한 해에 생산된 경제적 자원(GDP)의 40% 이상을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행한 투자의 효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철강과 조선, 디스플레이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을 불러왔고, 최근 다시 높아진 건설 투자는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또 이런 투자에 사용된 재원이 과도한 부채였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경제에 풀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GDP 대비 M2(총통화) 비율은 201%에 달한다. GDP는 실물 경제의 규모를, M2는 화폐 영역에서 풀린 유동성의 규모를 보여준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돈의 규모는 실물 경제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중국에서 풀린 유동성이 얼마나 과도한지 알 수 있다.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69%에 불과하다. GDP의 절대 규모는 미국이 20.6조 달러, 중국이 13.6조 달러인 데 비해 M2 규모는 미국이 14.4조 달러, 중국이 26.5조 달러다.

실물 경제의 규모는 미국이 중국보다 1.5배 큰데, 경제에 풀린 화폐의 규모는 중국이 미국의 1.8배에 달하는 셈이다.

중국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경제 주체들의 부채 증가로 귀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57%를 기록했던 GDP 대비 총부채 규모는 2017년 말 242%까지 급증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부채는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대표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도 한국 경제에는 악재였다. 흔히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2012년 4분기부터 중국 경제에서 3차 산업(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차 산업(제조업)을 넘어섰다.

한국은 중국이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국가였다. 중국 제조업에 대한 중간재 수출로 큰 수혜를 보던 한국은 중국 경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더 이상 차이나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화장품 기업들이 수혜를 봤지만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 받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또 중국에 진출했던 롯데그룹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 상식적인 비즈니스 원칙이 적용되는 기회의 땅인지에 대한 회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차이나 리스크의 부각과 맥을 같이한다. 주식시장의 장단기 성과도 거의 중국에 연동되는 양상이다. 2019년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컸지만 연초 KOSPI는 2,200p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전년 말 대비 KOSPI는 9.2% 상승했는데,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2.4%(이상 2월 22일까지 등락률)나 상승했다.

[마이더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한국의 저성장 - 3

중국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중국의 소비와 투자 지표는 전 방위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수출도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기 급랭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주가에 투영되고 있다. 또 미중 무역 분쟁 완화에 대한 기대도 양국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과 한국 증시가 장기간 부진한 행보를 나타내면서 누적됐던 절대 가격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기대를 주가가 반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중국 경제가 가진 구조적 모순이 여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한국의 저성장이라는 조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장 둔화라는 환경 변화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KOSPI의 장기 박스권 횡보였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16년까지 KOSPI는 1,850~2,250p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특수로 KOSPI가 2,600p까지 치솟았던 2017년 장세가 오히려 예외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주식시장에 꼭 100% 복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장 둔화의 시기에 KOSPI가 장기 횡보했던 사례를 찾기란 힘든 일이 아니다. 1970년대 후반의 중동건설 특수가 지나간 후 KOSPI는 1979~84년 6년간의 박스권 장세를 경험했고,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이 마감된 후에는 1989~2003년의 장기 횡보 장세가 이어졌다. 중국 특수가 종결된 2011년 이후의 횡보 장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장기 박스권 장세의 특징은 KOSPI의 고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979~84년의 박스권 장세에서는 150p선이, 1989~2003년의 장기 횡보 장세에서는 1,000p선이 장기 저항선으로 작용했다.

2,200p대에 있는 현재 KOSPI 레벨은 중국 특수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 상반기 수준이다. 현 수준에서 KOSPI가 강하게 상승하기엔 매크로 측면에서의 뒷받침이 부족하다. 2,000~2,300p 레벨에서의 등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더스]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한국의 저성장 - 4

김학균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sigo1@naver.com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