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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이별·취직 등 젊은이들 자화상 담았다…'가만한 나날'

송고시간2019-02-21 06:01

가만한 나날[민음사 제공]

가만한 나날[민음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채털리 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홍보 블로그를 운영하는 마케팅회사 직원 '경진'.

그는 어느 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부터 '괜찮으신지'를 묻는 쪽지를 받는다.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기를 올렸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 경진은 피해자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 심장이 세게 뛴다.

그러나 곧 자신을 같은 피해자로 여겨 돕고자 쪽지를 보냈다는 것을 깨닫고 안정을 되찾는다.

경진은 '채털리 부인' 계정을 삭제하지만, 가습기 살균제에 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다.

함께 일한 팀장에게 넌지시 가습기 살균제 얘기를 꺼낸 경진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는 팀장 말에 '복도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9회 젊은작가상을 받은 김세희의 첫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민음사)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은 연애, 이별, 취직 등 사회초년생들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일상을 그리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사회생활 보고서, 인간관계 관찰일지다.

작가는 관문처럼 한 시기를 통과할 때 우리 마음속에 번지는 무늬를 세심하게 살피며 따스하게 보듬는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가만한 나날'의 경진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단지 열심히 일했을 뿐인 자신이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그에 대해 무엇이라도 도움 되는 얘기를 해주리라 기대한 선배들이 무관심으로 반응할 때,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젊은이 마음은 어떨지 소설은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연애 관계에서 작가는 우리가 언젠가 혼자 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별을 고독하게만 그리지는 않는다.

'얕은 잠'의 미려는 연인 정운과 함께 서핑하다가 홀로 외딴곳으로 떠내려가는데, 돌아온 후 정운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홀로 됐다는 것을 느끼며 눈물이 고일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미려는 서프보드에 홀로 일어선 과정을 되살려 낸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미려는 자신이 편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청년들에게는 또래 친구들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하고, 그보다 앞선 세대에는 자신의 젊을 적 삶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한다.

신샛별 문학평론가는 "우리의 '첫'들이 어떤 특수한 사정과 맥락 안에서 체험되는지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이야기를,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평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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