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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核담판 앞둔 트럼프 "단지 실험 원하지 않는다" 언급 '미묘'(종합)

송고시간2019-02-17 01:02

美 한반도 전문가 "北이 비핵화 안해도 신경 안쓴다는 의미" 비판

전임정부 실패전철 안밟겠다지만…美조야서 비핵화협상 기대치 하향조정 우려제기

'서두를 것 없어' 속도조절론…'빈손회담' 역풍 의식 속 대외적 목표치 낮추기?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Photo by Chris Kleponis/UPI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는 발언을 내놔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핵 담판에 앞서 최종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마련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평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에 대한 낙관론을 펴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많은 것이 이뤄졌다"며 로켓·미사일, 핵 실험 중단과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억류자 송환 등을 거론한 뒤 하노이 회담도 성공하길 바란다면서도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불쑥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두를 것은 없다'는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말린 채 끌려 다니기 보다는 비핵화 견인의 무기로 삼아온 대북제재 등을 고리로 협상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즐겨 써오던 표현이다.

2차 핵담판과 이를 위한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후속 실무협상에 앞서 북한을 향해 이러한 미국의 스탠스를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제재는 그대로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제재' 이야기를 꺼냈다. 또한 미국의 전임 정권들이 과거 북한에 실익 없이 '퍼주기'를 하며 이용당해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단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미사일 실험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온 기존 발언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긴박한 우려사항인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상황에 강조점을 두면서 시간을 두고 협상을 미국 주도로 끌어가겠다는 뜻을 보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의 특성상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단시일내 가시적 결과물을 요구하며 '성과 부진'을 지적하는 미국내 여론에 반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러한 미국내 여론을 의식한 '대외적 목표치 낮추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자칫 목표를 높게 설정했다가 이에 못미칠 경우 '빈손 회담'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이 잘돼 가시적 성과를 얻어낼 경우 '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웠다가 구체적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미국내 비판에 처한 1차 회담 때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미국 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은 가운데 목표치를 낮춘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조야 일각에서 나왔다.

미국이 '핵 동결'과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해외반출 등을 입구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로 선회한 듯한 전략적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 가운데, 이날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핵동결' 보다도 낮은 단계인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현상유지만 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될 경우 결국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는 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6∼8일 '평양담판'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밀당'을 통해 의제별 내용을 조율하고 공동성명 성안 작업을 시도할 후속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자칫 미국측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실제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인용한 뒤 "이는 매우 시사적"이라며 "내가 전에 말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데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 역시 그러느냐의 여부"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윗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를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decent chance of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썼다가 미국내 일부 언론들로부터 "골대를 옮겼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위협이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미 조야 안팎의 우려는 미국 측이 최근 2차 핵담판을 앞두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당초 목표치에 비해 비핵화의 눈높이를 다소 낮춰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금주 유럽 순방길에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제재 문제와 관련해 한층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비건 특별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천명하면서 '단계적 비핵화'로의 선회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 "(핵·미사일 시험의)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이 일차적으로 '핵동결'과 본토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같은 잠정조치를 이끌어내는데 우선 협상력을 모으고 있다는 관측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은연 중에 반영한 것이라면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실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미 2차 정상회담 '하노이 공동선언' 문안 조율 실무협상 (PG)
북미 2차 정상회담 '하노이 공동선언' 문안 조율 실무협상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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