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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바지게꾼' 걷던 십이령길…영동선 시골역 기행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울진과 봉화는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오지였다.

울진에서 봉화까지 나오는 데는 12고개를 넘어야 했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봉화군으로 이어지는 고개가 십이령(十二嶺)이다. 자연히 동해안의 수산물을 내륙의 장터로 싣고 나르는 데도 어려움이 컸다.

첩첩산중으로 사라지는 국악열차 [사진/성연재 기자]
첩첩산중으로 사라지는 국악열차 [사진/성연재 기자]

십이령은 한국동란 이후 1950년대 중반까지 장돌뱅이들이 울진장에서 봉화 춘양장 등을 오가던 길이다.

장돌뱅이들은 해발 912m의 진조산을 지나고, 울진과 봉화의 경계인 꼬치비재를 넘어 산타 마을로 유명한 분천역으로 난 길을 통해 봉화 춘양까지 걸어야 했다.

물론 그 북쪽으로는 더 험준한 해발 1천278m인 청옥산 등이 자리 잡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덜 험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이 십이령길을 따라 조성된 금강송길 숲길만 해도 거리가 74㎞에 달한다. 이 지역을 다니던 장돌뱅이들은 '바지게꾼' 또는 '선질꾼'으로 불렸다.

이들은 조선 전통의 보부상 조직이 와해한 일제강점기에 해산물을 지고 좁은 산길로 다녔다.

따라서 다리가 긴 지게는 발걸음에 걸리게 마련이어서 결국 다리를 자른 지게인 '바지게'를 메고 다녔다. 그래서 바지게꾼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이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쉴 때도 서서 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들은 울진부터 해산물을 지게에 진 채 150여 리에 이르는 고갯길을 타고 넘어 봉화 춘양장에서 곡식 등으로 교환해 다시 울진으로 가서 내다 팔았다.

이들이 사라지게 된 것은 1950년대 중반 무렵이다. 그 역할을 철도가 대신했다. 바로 영동선이다.

임기역 인근을 흐르는 낙동강 상류 [사진/성연재 기자]
임기역 인근을 흐르는 낙동강 상류 [사진/성연재 기자]

당초 영동선 가운데 철암선은 1940년 삼척 탄전 개발을 위해 개통됐다. 영주와 철암을 있는 영암선이 1955년 12월 개통되며 국민 연료인 연탄과 시멘트를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그간 내륙을 연결했던 보부상들의 역할은 서서히 희미해졌다. 십이령이 장돌뱅이들이 생필품을 조달하던 길이었다면 영동선은 가난한 시절 강원도 삼척·태백에서 기차가 석탄을 싣고 달리던 선로였다.

세월의 흔적 보여주는 임기역 맞은편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세월의 흔적 보여주는 임기역 맞은편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장작불 활활 타는 난로는 없지만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에 들어가서 역장 흉내도 내고 기념촬영을 하다 보면 작고 쓸쓸한 간이역의 정취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영동선 가운데서도 최근 산타 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천역을 돌아봐도 좋고, 임기역처럼 소외된 작은 역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임기역은 춘양과 분천 사이에 있는 작은 역으로, 무궁화 상행과 하행이 하루에 1편씩만 다닌다.

들어갔더니 안은 텅 비어 있다. 아무도 없는 역 내부에서 보이는 것은 전화기 한 대와 벽에 붙은 기차 시간표 한장뿐이다.

임기역 [사진/성연재 기자]
임기역 [사진/성연재 기자]

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가 보니 바로 기차 철길이다. 잠시 후 기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왔다. 서둘러 플랫폼에 들어갔더니 경북 분천역 쪽에서 봉화역으로 향하는 무궁화 열차가 지나간다.

하루 무궁화 딱 한 편만 서는 역이라서 이번 기차는 그냥 통과한다. 첩첩산중 저편으로 길고 긴 열차가 사라져 간다.

15분 후 또다시 방송에 나온다. 이번엔 화물차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와인 빛의 열차가 다가오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영동 국악 열차라고 쓰여 있다. 관광열차도 영동선을 부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었다.

무궁화도 지나치는 임기역 [사진/성연재 기자]
무궁화도 지나치는 임기역 [사진/성연재 기자]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 밖으로 나갔더니 자그마한 역사 앞에는 흑백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현재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엔 관사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판을 살펴보니 '노동청'이라고 쓰여있다. 대체 언제 때 건물인지 궁금했다.

트레킹하는 동호인들 [사진/성연재 기자]
트레킹하는 동호인들 [사진/성연재 기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굳이 임기역에 하차하지 않고 산타 마을로 유명한 분천역에 내려 양원역까지 걷는 낙동정맥 트레킹을 즐겨도 좋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영동선과 십이령 인근 지역을 다니며 쓸쓸함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청량리역에서는 임기역까지 직행 열차가 없다. 영주역을 거쳐야 한다. 영주역에서 오후 6시 59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면 오후 7시 49분 임기역에 도착할 수 있다. 나가는 기차는 임기에서 오전 8시 59분에 출발하면 영주에 오전 9시 48분에 도착한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6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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