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첫 아라비아반도 방문 앞둔 교황…"예멘 휴전협정 준수" 촉구(종합)

송고시간2019-02-04 02:32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3∼5일 UAE 방문…종교 간 화해증진 목적

UAE 인권문제 거론 여부도 '관심'…동아시아 설 명절에 대해서도 언급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첫 아라비아반도 방문을 앞두고 이 지역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예멘 내전의 종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를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오랜 내전으로 인도적 위기가 커지고 있는 예멘 사태를 언급하며 "당사국들과 국제사회는 휴전협정을 시급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바티칸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서 2명의 어린이와 함께 색깔 풍선을 날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바티칸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서 2명의 어린이와 함께 색깔 풍선을 날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교황은 "의약품과 식량이 없어 예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 이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울음이 하늘에 닿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이 배급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휴전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의 한 어린이가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의 한 어린이가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등에 업은 예멘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은 작년 12월에 스웨덴에서 유엔의 중재로 평화협상을 벌여 최대 격전지이자 예멘의 물류 요충지인 호데이다 주(州)에서 휴전하고 동시에 철군하기로 합의했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멘 관련 발언은 이날 오후 역대 가톨릭 수장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의 탄생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기 직전 이뤄진 것이다.

교황은 가톨릭과 이슬람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를 찾는다.

UAE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의 핵심 일원으로 예멘 내전에서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시아파 예멘 반군을 군사 지원해 아라비아반도에 교두보를 마련하면 사우디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걸프 지역의 수니파 정부를 규합해 아랍동맹군을 결성, 예멘 정부를 돕고 있다.

2015년 3월 본격화한 뒤 4년 가까이 계속된 예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6만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교황은 또 이날 동아시아의 명절인 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는 5일은 극동과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날"이라며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그들이 스스로와 타인, 신의 피조물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가정 내에서 덕을 실천할 수 있길 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행 알리탈리아 전세기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행 알리탈리아 전세기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교황은 이날 삼종기도가 끝난 뒤 전세기 편으로 UAE를 향해 이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UAE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교황 가운데에서도 UAE가 위치한 이슬람교의 탄생지인 아라비아반도에 발을 딛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초라 '역사적인 방문'으로 여겨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에 이집트, 터키 등의 다른 이슬람 국가는 이미 찾아 가톨릭과 이슬람 간의 화해를 촉구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테러 등 폭력 행위를 규탄한 바 있다.

현지 시간으로 3일 저녁 아부다비에 도착하는 교황은 4일에는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교류 촉진을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의 대표 수백 명이 자리를 함께 한다.

즉위 이후 서로 다른 종교 간의 화해와 관용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그는 이번 UAE 방문에서도 종교 간 대화와 교류에 방점을 찍었다. 교황은 지난 주 UAE 국민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역시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관계에 있어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지길 고대한다"며 이번 방문을 앞둔 기대감을 내비쳤다.

당시 메시지에서 "신을 향한 믿음은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지, 분열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적대와 혐오로부터는 멀어지게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사우디 등 다른 아랍국과는 달리 기독교인에게 교회와 예배 등을 허용하는 UAE를 "공존과 형제애의 모범이자 다양한 문명과 문화가 만나는 곳"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총 인구 970만명의 전체 인구 중에서 80% 이상이 이민자들로 이뤄져 이주민들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인 UAE에서 가톨릭 인구는 필리핀 이민자를 포함해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황은 또 방문 이틀째인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도 만날 예정이다. 또한, UAE 최대 이슬람 사원인 셰이크 자예드 모스크를 방문해 이슬람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갖는다.

귀국일인 6일에는 현지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한다. 인근 아랍 국가들에서도 신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미사의 참석자 수는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UAE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가 이끄는 아랍동맹군의 주축 역할을 하는 가운데, UAE가 지원하는 병력이 구금된 예멘 반군들을 고문했다는 의혹이 인권 단체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교황이 이 사안을 비롯한 인권문제에 대해 거론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ykhyun1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