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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탐방]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

영화의 한 장면 속에서, 클래식카와 함께

(인제=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자동차는 기능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이동 수단이지만, 동시에 오락 수단이기도 하다.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것도, 혼자만의 안락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과시하고 주목받는 것도 차를 소유하는 다양한 이유다. 차가 없으면 또 어떤가.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자동차는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속 한 장면을 테마로 꾸민 전시장 [사진/전수영 기자]
영화 속 한 장면을 테마로 꾸민 전시장 [사진/전수영 기자]

쿠바 아바나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거리를 누비는 클래식카다. 공산국가에 대한 미국의 오랜 금수 조치와 그로 인한 쿠바의 경제난에 대한 논의는 잠시 차치하자. 미국과의 재수교 이후 전 세계에 문을 열어젖히고 있는 쿠바에서 클래식카는 집에 버금가는 재산 목록 1호이자, 여행자를 매혹하는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서울은 어떤가. 한국 대도시의 거리를 메우는 자동차는, 지루하다. 빨강, 파랑, 초록 버스가 다니고 다양한 디자인의 차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채색의 밋밋한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있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알록달록하고 앙증맞고 미끈하고 멋스러운 클래식카를 거리에서 즐기지 못하니, 박물관으로 갔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은 공인 자동차 경주장이자 자동차 테마파크다. 경주장 관람석 뒤편에 알록달록한 외관의 클래식카박물관이 있다.

1950년대∼1990년대 생산된 '네오 클래식'(Neo classic)이 이 박물관의 콘셉트다. 전시된 차가 많지는 않지만, 영화 '해리포터', '미드나잇 인 파리', '라라랜드', '킹스맨', '로마의 휴일', '나쁜 녀석들', '러시:더 라이벌' 등의 한 장면을 재연한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배경 음악을 들으며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 간다.

로버 미니 폴 스미스 에디션 [사진/전수영 기자]
로버 미니 폴 스미스 에디션 [사진/전수영 기자]

◇ 예쁘고 실용적인 전설의 소형차

박물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차는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Volkswagen)의 비틀(Beetle/정식명 Type1). 1998년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다. 비틀은 히틀러의 지시로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개발해 1938년 생산을 시작했다. 유럽에서 단종된 이후 2003년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파이널 에디션을 출시하고 단종될 때까지 세계적으로 2천150만대가 생산된 전설의 대중차다.

'딱정벌레차'로 불리며 사랑받은 비틀은 뉴비틀, 더비틀로 80년 넘게 그 명성과 인기를 이어왔지만, 결국 올해 7월 완전히 단종될 예정이다.

또 다른 소형 대중차의 전설, 미니(Mini)의 옛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럽 각국에서는 실용적인 소형차들을 앞다퉈 내놨다.

영국은 1959년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의 알렉 이시고니스가 만든 미니를 선보였다.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를 콘셉트로 만든 미니는 1994년 BMW에 인수된 뒤에도 별다른 설계 변경 없이 2000년까지 500만대 이상 생산됐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건 피에스타 옐로 색상의 로버 미니(1995)와 영국을 상징하는 색상인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로버 미니(1997),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협업해 한정 생산한 파란색 로버 미니 폴 스미스 에디션(1999)이다.

'미니'를 설계한 알렉 이시고니스가 미니 전에 디자인한 모리스 마이너 [사진/전수영 기자]
'미니'를 설계한 알렉 이시고니스가 미니 전에 디자인한 모리스 마이너 [사진/전수영 기자]

◇ 미니 이전의 소형차

이시고니스가 미니보다 먼저 디자인한 것이 나중에 BMC에 합병된 모리스(Morris)가 1948∼1971년 생산한 마이너(Minor)다.

2차 대전 이후 실용성을 기본으로 설계한 이 차는 영국에서 대중을 위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한 최초의 차량이자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긴 영국 차다. 모리스 마이너의 설계와 제작 개념은 미니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박물관에서는 미니가 탄생한 해에 나온 하늘색 모리스 마이너 1000(1959)을 볼 수 있다.

영국에서 미니가 탄생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 BMW 이세타 300(Isetta 300, 1957)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세타는 원래 이탈리아 가전업체 ISO가 냉장고를 콘셉트로 만든 초소형차다. 기존의 프로젝트가 줄줄이 실패하면서 경영난에 처한 BMW가 이세타의 판권을 사들여 1955년 이세타 250을 출시했다.

이세타는 차체 옆이 아니라 앞에 달린 문을 냉장고처럼 당겨 연다. 2인승이라고 하지만 나란히 앉으면 어깨가 닿을 만큼 비좁다. 그래서 젊은 연인들에게 '포옹 박스'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BMW를 위기에서 구한 이세타 시리즈는 1962년까지 약 16만대 정도 생산됐다.

BMW의 초소형차 이세타300 [사진/전수영 기자]
BMW의 초소형차 이세타300 [사진/전수영 기자]

◇ 추억의 영화 속 그 차

영화 '졸업'(1967)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몰았던 빨간색 컨버터블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도 있다. 영화에 등장한 차는 1966년 선보인 1세대 듀에토고,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건 3세대에서 가장 적게(2천500대) 생산된 콰드리폴리오 베르데(1989)다. 검은색과 빨간색 두 대가 있다.

빨간색 경계선 안에서 은색으로 번쩍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는 영국 스포츠카 명문 로터스의 경량 스포츠카 에스프리(1988)다. 팝업 헤드 라이터를 고수한 이 차는 영화 '귀여운 여인'(1990)에서 리처드 기어가 수동 변속을 하지 못해 쩔쩔매자 줄리아 로버츠가 멋지게 운전했던 그 차다.

BMW의 상징인 3시리즈의 모태이자 1960년대 BMW의 새로운 시대를 연 뉴클래스 02시리즈 1502(1976)를 비롯해 50년 동안 8세대에 걸쳐 진화해 온 미국 캐딜락의 최상위 럭셔리 쿠페 엘도라도(1998), 보수적인 푸조의 이미지를 바꾼 푸조 205 GTi(1991), 다임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00대 한정으로 생산된 희소 차량 더블 식스(1996) 등도 눈길을 끈다.

실물 차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미니카도 쏠쏠한 볼거리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 등장했던 로터스 에스프리 [사진/전수영 기자]
영화 '귀여운 여인'에 등장했던 로터스 에스프리 [사진/전수영 기자]

인제스피디움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대중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건 아무래도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응원단이 이곳에서 묵으면서다.

이후 자동차 경주장 피트동에는 평창올림픽과 북한 응원단 방문을 기념하는 상설 전시관이 마련됐다. 응원단이 하늘색 한반도 모형에 손글씨로 남긴 메시지와 북에서 가져왔다가 남기고 간 간식과 담배 등이 눈에 띈다.

◇ INFORMATION

[관람 시간]

10:00∼18:00

[휴관]

매주 월요일

[관람료]

어른 1만2천원, 청소년(14∼19세) 9천원, 어린이(4∼13세) 7천원, 군인/유공자 7천200원, 지역주민/경로/장애인/다문화/다자녀가정 8천400원.

☎ 1644-3366

클래식카박물관 외관 [사진/전수영 기자]
클래식카박물관 외관 [사진/전수영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mi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2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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