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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이번이 '동해' 명칭 되찾을 마지막 기회다

제18회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2012년 4월 23일 모나코 레니에르 3세 오디토리움에서 개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제18회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2012년 4월 23일 모나코 레니에르 3세 오디토리움에서 개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일본 국민이 또다시 한국을 향해 불만과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철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 초계기를 향한 한국 군함의 레이더 조준 논란에 이어 "국제 해양 명칭 표준을 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가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에 관해 한국과 협의하도록 일본에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을 상대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해외 네티즌 반응을 모아 소개하는 웹사이트 가생이닷컴에 따르면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얕보인 결과", "독도(다케시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거래라면 OK라고 말해줘라", "레이더 조사라는 중요한 얘기를 먼저 처리하고 나서", "IHO 이사회나 이런 데 알아보면 아마 한국인이 있을 거다", "협의해서 완전히 일본해가 맞다고 확정해도 다음 날부터 불평해올 거다", "또 뇌물 줬나", "황해를 서해라고 부르자고는 왜 안 하나", "IHO가 결정하면 되지 왜 일본에 떠넘기나", "일본과 관계된 것은 모조리 트집이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015년 12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IHO 동해병기 추진본부' 발대식에서 미국 버지니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회원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5년 12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IHO 동해병기 추진본부' 발대식에서 미국 버지니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회원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 누리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내 언론사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속이 후련하다. 아베한테 펀치 한 방 날렸네. East Sea가 아니라 Sea of Korea로 가자", "일본 헛소리하면서 시간 끌며 한국 트집 잡겠지", "억지를 써도 적당히 해라. 독도 줄 테니 대마도 한국 줄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일 네티즌 간의 감정 대결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만이 아닌 복수의 나라가 참여하는 협의를 전제로 IHO의 요구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국민들의 흥분된 반응과 달리 일본 정부가 IHO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IHO가 "일본이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해라는 명칭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처음 소식을 전한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는 이런 내용이 소개되지 않았다.

연합뉴스와 반크가 '세계지도 속에서 사라진 동해를 찾아라'란 주제로 2017년 2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에서 공동 개최한 '국가브랜드업(UP) 전시회' 개막식에서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와 반크가 '세계지도 속에서 사라진 동해를 찾아라'란 주제로 2017년 2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에서 공동 개최한 '국가브랜드업(UP) 전시회' 개막식에서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IHO의 이 같은 방침은 2017년 4월 모나코에서 열린 IHO 총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당시 IHO 회원국들은 일본해 단독 표기(일본)와 동해·일본해 병기(한국)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사무국 참여하에 관련국 간 비공식협의체를 구성해 동해 표기 문제 등을 논의한 뒤 2020년 총회에 보고하기로 합의했다. IHO가 펴내는 국제 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는 제3판이 나온 뒤 66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만큼 일본도 개정 논의 자체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S-23가 1929년 처음 간행될 때는 물론 1937년, 1953년 두 차례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IHO 회원국 사이에서 아무 이견 없이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기로 합의해온 해역을 두고 뒤늦게 한국이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지도의 표기 역사, IHO 결정 당시의 정황, 바다 이름을 정하는 국제 관행 등을 따져 보면 한국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고지도 지구만국방도(地球萬國方圖)는 동해를 조선해(朝鮮海), 일본 동쪽 바다를 대일본해(大日本海)로 표기해놓았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일본 고지도 지구만국방도(地球萬國方圖)는 동해를 조선해(朝鮮海), 일본 동쪽 바다를 대일본해(大日本海)로 표기해놓았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동해는 일본이란 국호가 생기기 훨씬 전인 2천 년 전부터 한민족과 만주족이 사용해 온 토착 명칭이다. 한국과 중국 고문헌은 물론 18세기 서양 고지도에서도 '동해'나 '한국해' 표기가 대세를 이루고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가 펴낸 지도에서도 동해가 '조선해'로 표기돼 있다. S-23 초판과 2판이 나올 때는 일제강점기였고, 3판이 나올 때도 한국은 전쟁을 겪고 있는 데다 IHO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발언권이 없었다. 한국은 1957년 가입한 뒤 1962년 제8차 정기총회부터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 표기 변경을 요구해왔다. 또 두 나라 이상이 공유하는 지명은 관련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만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각각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병기하는 게 국제적 관례이자 IHO와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의 결의 사항이다.

우리 정부는 동해가 역사적 정당성이 있는 명칭일 뿐 아니라 유럽 대륙 북쪽의 북해(North Sea)처럼 아시아 대륙의 동쪽 바다라는 뜻이어서 보편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일본해가 널리 사용돼왔고 국제 규범이 병기를 권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02년부터 동해·일본해의 병기를 주장해왔다. 지난 2000년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비율이 97%를 넘었으나 정부와 민간단체 등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는 동해 병기 비율이 30%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국내외 회원이 20만 명에 이르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2017년 7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프라인 세계지도 HD'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발견하고 제작사에 이메일을 보내 동해 단독 표기로 바로잡은 홍효진 씨. [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7년 7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프라인 세계지도 HD'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발견하고 제작사에 이메일을 보내 동해 단독 표기로 바로잡은 홍효진 씨. [연합뉴스 자료 사진]

IHO는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를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이라고 정했고 유엔도 공식 문서에 페르시아만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아랍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이란을 제외한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연안국들은 아라비아만(Arabian Gulf)이라고 쓰자고 주장해 논란이 본격화했다. 특히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 국제전이 발발하자 서방의 주요 언론사들은 중립적 명칭을 쓴다며 이곳을 걸프만(The Gulf)이라고 불렀고, 전쟁 명칭도 걸프전으로 통용됐다. 2017년 10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을 인증하지 않겠다고 연설하며 이곳을 아라비아만이라고 지칭해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인들을 격분시키기도 했다.

이제 2020년 IHO 총회까지는 1년 남짓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이 애국가 첫머리에 등장하는 동해의 명칭을 국제적으로 되찾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일본과 현명하게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란이 페르시아만이란 명칭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것도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과 대립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온 국민이 민간외교관이란 마음으로 공공외교에 나서 외국인 친구들을 설득하고, 우리나라가 이웃 나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한민족센터 고문)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이번이 '동해' 명칭 되찾을 마지막 기회다 - 6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23 07: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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