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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인원 중 수컷이 육아에 참여하는 유일한 종은 뭘까

국내 첫 진화심리학자가 펴낸 신간 '진화한 마음'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수컷이 육아에 참여하는 희귀종 가운데 하나다. 국내 최초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신간 '진화한 마음'에 인용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포유류 가운데 대부분 종(種)이라고 할 수 있는 95%에서 암컷 혼자 임신, 수유, 양육 부담을 짊어진다. 인간을 포함한 5% 종만이 수컷이 자식 돌보기에 참여한다. 특히 대형유인원 중에서 인간 수컷만 유일하게 유아에 참여한다.

조류는 암수가 양육을 함께 하고, 어류는 포유류와 반대로 수컷 혼자 자식을 돌보는 경우가 더 많다.

인간 수컷, 즉 남성이 한 여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싫증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이 역시 진화 방향의 문제다. 남성은 단 한 번 성관계로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릴 수 있으며,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노력이 적다.

저자는 "오늘 처음 만난 여성을 임신시킨 뒤 바로 헤어졌는데 그 자식이 무사히 어른으로 자랐다면 조상 남성으로선 극히 적은 비용을 치르고서 번식에 성공한 셈"이라며 "우리 조상 남성의 번식 성공도는 짝짓기 상대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었다"고 했다.

반대로 여성은 임신, 수유, 양육 등을 통해 투자해야 하는 노력이 상당히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평균 3~4년 정도였던 수유 중에는 배란이 중단되므로 자식을 더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 또 배우자로부터 양육을 위한 음식, 거주지 등 많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현재 인간은 대체로 일부일처제를 채택하지만, 사실 인간 본성만 놓고 보면 '엄격한 일부일처제'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혼과 재혼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바람을 피우는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과거 중세와 근대처럼 남녀에 수절을 요구하지 않고 이혼과 재혼이 큰 문제 없는 사회는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느슨한 일부일처제' 사회다.

저자는 "난잡한 일부일처제 혹은 약한 일부다처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난잡한 일부일처제, 즉 남녀가 장기적인 짝-결속을 이루는 동시에 일시적 성관계도 자주 벌어지는 독특한 짝짓기 체계를 진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진화한 마음
진화한 마음

책에서 인간 남녀가 짝을 지을 때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이 크게 차이 난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1989년 하버드대 연구팀이 세계 33개국 37개 문화권 1만47명을 상대로 진행한, 그 유명한 배우자 선호도 연구에서 입증된 결과다.

속설대로 여성들은 장기적 짝짓기 상대, 즉 결혼상대자를 고를 때 외모보다는 경제적 능력을 더 중시했고, 남성들은 상대의 외모와 젊음을 훨씬 중요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왜 그럴까. 부모로서 남녀가 하는 투자에 근본적인 진화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이 자식에게 하는 투자의 핵심은 임신과 출산, 수유다. 이는 순전히 생리적이고 육체적 차원의 투자다. 젊고 건강하고 생식능력 좋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좋은 엄마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반면 남성이 자식에게 하는 투자는 '행동적 투자'다. 사냥해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적으로부터 가족을 지킨다. 정자를 빼면 남성은 자식에게 거의 신체적 투자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은 배우자를 고를 때 남성의 '자원 확보 능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심지어 인문학자 조너선 갓셜의 진화학 관점 문학 연구에서 48개 문화권의 민간 설화를 분석한 결과, 여성 등장인물이 남성 인물보다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중시했다. 우리 전래동화 '콩쥐팥쥐전'에서도 콩쥐의 '해피 엔딩'은 전처와 사별한 고위직 중년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인기 드라마에 여주인공을 돌보는 재벌 2세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들이 키 크고 자신감 넘치고 상체가 발달한 남성을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이유도, 그런 남성이 다른 남성들을 제압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성은 또 결혼상대자를 고를 때 '물질적 자원을 기꺼이 제공할 의향'을 중시하게끔 진화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무리 자원 확보 능력이 뛰어나도 가족을 안 돌보고 다른 이성에 한눈팔거나 가정을 뛰쳐나가면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없다.

당시 하버드대 연구에서 남성들은 37개 문화권 모두에서 여성의 신체적 매력을 뚜렷이 중시했다. 진화론 관점에선 얼굴과 가슴이 좌우 대칭을 이룰수록 건강한 2세를 잉태하고 잘 낳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남성이 젊고 어린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식능력과 관계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10대 중후반에 절정에 이르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감소한다. 남성 역시 생식능력이 감소하긴 하나 경제적 자원 확보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물론 이는 노인이 되기 전까지만 유효한 얘기다.

다만 단기적 성관계 상대를 고를 때는 남녀 모두 다른 양태를 보였다. 남성은 되도록 많은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려는 경향을 보였고, 여성은 여러 후보 중 일부를 까다롭게 골랐다.

책에 따르면 여성은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남성을 하룻밤 상대로 선호하게끔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느 여성이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남편을 꿈꾸지만, 최고의 신랑과 실제 결혼에 이르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평범한 여성이라도 특출하게 뛰어난 남자와 하룻밤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장차 태어날 자식에게 친아버지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화심리학은 이처럼 현대 인간의 유전자가 구석기 시대인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바탕으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직은 적지 않은 심리학 이론이 남녀 본성이 같다는 전제를 깔고 출발한다.

저자는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진화심리학을 유전자 결정론, 성차별주의로 몰아붙이는 여론을 염두에 두고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 텍사스대 대학원에서 진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데이비드 버스 텍사스대 교수는 저자에 대해 "진화심리학에서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하는 신진 연구자"라고 평했다.

휴머니스트. 432쪽. 2만1천원.

lesl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23 05: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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