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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영인 기자 =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력으로만 사람을 판단해 가난한 이를 경멸하는 사회악과 같은 존재를 누군가 살짝 제거해준다면 어떨까요. 그 누군가가 돈과 권력은 없지만, 매력적인 외모와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면 통쾌함이 더하겠지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의 이야기입니다.

젠틀맨스가이드는 2012년 미국 하트퍼드 스테이지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2014년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 어워즈라 불리는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 상, 외부비평가협회 상, 드라마리그 상에서 모두 베스트뮤지컬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가난한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귀족의 권력과 부를 상속받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7명의 후계자를 한명씩 제거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위트있게 담은 블랙 코미디.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초연을 선보였습니다.

영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해 무대에 올리는 만큼 원작의 위트와 풍자가 한국 관객에게 잘 전달되느냐가 이 작품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혔는데요. 다행히 공연은 유쾌하고 '피식'하는 쓴웃음도 종종 배어 나오는 역설적인 면이 살아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 번째로는 제거 대상인 8명의 캐릭터에 한국인의 정서가 잘 녹아들어 가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런 8명의 캐릭터를 단 한 명의 배우가 '멀티 롤'(Multyrole)로 수행하면서 오히려 위트가 살았고, 순간적인 애드리브를 첨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백작과 백작의 뒤를 이을 후계자 7명 등 8명의 캐릭터는 계급사회였던 1909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인물이지만 110년이 지난 2019년 대한민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없는 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동산 재벌, 비자금 조성에 열심인 자선사업가, 아버지의 재력만 믿고 설치는 안하무인 2세 등인데요. 이들은 귀족이라는 이유로 지위가 낮은 몬티를 함부로 대하고 무시합니다.

무엇보다 1막에 모두 등장하는 이 8명의 캐릭터를 단 한명의 배우가 '퀵 체인지'(최대 15초 동안 의상과 가발, 소품 등을 갈아입는 행위)를 통해 선보이고, 그러면서도 각각의 특징을 집요하게 표현했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이 역할을 맡은 한지상 배우는 지난 14일 열린 제3회 한국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공연까지 일주일여를 남겨둔 젠틀맨스가이드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유료관객은 5만5천명으로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실패하지는 않았다" 정도로 평가했습니다. 비록 흥행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젠틀맨스가이드는 블랙 코미디 뮤지컬로서 유의미한 점들을 남겼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은 통통TV 영상리뷰를 통해 확인하시죠.

[통통리뷰] 젠틀맨스가이드, 흥행은 안됐지만 유의미한 이유 - 2

syip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22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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