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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법원행정처에 '재판 민원'(종합3보)

송고시간2019-01-15 20:01

의원들 "죄명 바꾸고 형량 낮춰달라…보좌관 빨리 석방해달라"

임종헌 재판개입 혐의 추가기소…서기호 불복소송은 '조기 패소 종결' 요구

서영교 "청탁한 적 없다…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설승은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개입 정황을 다수 확인해 추가기소했다. 전·현직 여야 의원들이 대거 법원행정처에 '재판 민원'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안 입법 등 현안 해결에 도움을 받으려고 국회의원들 민원을 적극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기소한 임 전 차장의 재판에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5년 5월 서영교 의원으로부터 재판 청탁을 받고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은 국회에 파견 나간 판사를 통해 서 의원의 민원을 접수했다.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으로 일한 지인의 아들 A씨가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됐는데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꿔주고 형량도 선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임 전 차장은 해당 법원장은 물론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 A씨 재판을 맡은 재정합의부장에게도 청탁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결과 죄명은 변경되지 않았지만, A씨는 징역형을 피해 벌금 500만원의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강제추행을 저지르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미수에 그친 점을 고려해 형량을 감경받더라도 법정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인 공연음란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 전 차장은 같은 해 4∼5월 전병헌 전 의원으로부터 보좌관이자 손아래동서인 임모씨의 형사재판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전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임씨를 조기에 석방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동작구청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후보자 부인으로부터 2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였다.

법원행정처는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5월 임씨의 미결구금 일수를 계산해 '형량을 8개월로 줄여야 보석 결정을 내리더라도 잔여 형기를 복역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문건대로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뒤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인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임 전 차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지만 검찰 출석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사건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6년 8∼9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 중이던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에게도 비슷한 유형의 양형 검토문건을 만들어 법률자문을 해준 사실을 확인해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임 전 차장은 노 전 의원 재판을 맡은 성남지원장에게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서기호 전 의원 검찰 출석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서기호 전 의원 검찰 출석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이 판사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16 mon@yna.co.kr

임 전 차장은 2015년 3∼6월 법원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의원이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로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대응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서 전 의원의 행정소송과 관련해 내부에 비공식 소송대응팀을 만들어 언론과 국회를 상대로 서 전 의원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의 조한창 당시 수석부장판사를 직접 만나 "소송을 빨리 원고 패소로 종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6년 10∼11월 법원행정처가 평택시와 당진시의 매립지 관할권 소송을 조기에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만들어 주심 대법관들에게 전달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임 전 차장을 추가 기소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우위를 확인하기 위해 같은 내용의 사건을 심리 중이던 헌법재판소보다 앞서 판결을 내리려고 대법원의 선고 시기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임 전 차장에 '재판민원'을 한 의혹과 관련해 서 의원 측은 연합뉴스에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죄명을 바꿔 달라고 한 적도,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 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억울한 일이 없도록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을 사법부에 항상 요구해 왔다"며 "억울한 사람들이 사법제도 안에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태완이법'을 만들었듯이 사법부는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임 전 차장에 청탁한 것으로 지목된 전 전 의원과 노 전 의원, 이 전 의원의 경우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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