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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향기 그윽한 여행] 실론티의 본고장을 가다

(누와라 엘리야·하푸탈레<스리랑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차는 동서양을 잇는 독특한 매개체였다.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의 신비를 전해주는 존재였고 교역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602년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동서양의 무역과 상권을 지배해온 네덜란드인들은 신비한 동양의 차 문화를 유럽의 왕실과 상류층에 퍼뜨리기도 했다. 동서양 차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속의 주인공이 돼 차와 티 푸드를 즐기는 홍차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스리랑카 最高의 홍차 산지 누와라 엘리야

해발 1천800m 고도의 누와라 엘리야 차 농장에서 찻잎을 따는 타밀족 여인의 손 [사진/성연재 기자]
해발 1천800m 고도의 누와라 엘리야 차 농장에서 찻잎을 따는 타밀족 여인의 손 [사진/성연재 기자]

끝없는 녹색 차밭이 바다처럼 펼쳐있는 스리랑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런 이미지는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무엇보다 스리랑카를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면 그간 마셨던 홍차, 실론 티의 본고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리랑카가 '차의 나라'라는 것은, 실론(Ceylon)이 1972년 이전까지 스리랑카의 국명이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가지 스리랑카에 도착하고 난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이곳은 여행하기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시간조차 짧지 않다. 아시아권이면서도 비행시간이 9시간에 달한다. 웬만한 가까운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하나, 제대로 된 고속도로가 없다. 뭔가 보려면 산에 뚫린 좁은 길로 다녀야 한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많은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돈을 벌러 한국에 오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물가가 쌀 것이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그것은 착각이다. 웬만한 숙소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다. 침대 시트라도 제대로 갈아주는 호텔이라면 체류비가 한국의 특급호텔 수준에 가깝다.

해발 1천800m의 고지대에 자리한 홍차 산지를 가려면 육체의 고달픔을 감내해야 한다. 비포장은 아니지만 산골짜기를 지그재그로 오가는 도로를 6∼8시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빛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누와라 엘리야는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차밭을 가진 곳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빛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누와라 엘리야는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차밭을 가진 곳이다. [사진/성연재 기자]

'빛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는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남동부 산악지대의 해발 1천868m에 달하는 고지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가는 길은 험했고, 수도인 콜롬보에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쉬지 않고 6시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차는 계속해서 산길을 올라간다. 고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윽고 차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두 곳이 아니다. 어쩌면 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차밭이다. 우리나라 차밭의 규모가 아니다. 도중에 폭포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다시 차밭이 나타나고, 이런 패턴이 계속됐다.

밤늦게 도착한 누에라 엘리야는 바람이 거셌다. 한국에서 가져온 다운 재킷을 꺼내야만 했다. 연평균 기온이 16도라고 한다. 문을 꽁꽁 닫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연 필자는 눈을 의심했다. 호텔 창문 바깥으로 펼쳐진 모든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전부 차밭이었기 때문이다. 맞은편에는 해발 2천524m로 스리랑카에서 가장 높은 피두루탈라갈라산이 우뚝 솟아있고, 그 밑으로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 호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홍차의 바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여기서 생산되는 홍차는 '실론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린다. 맛이 부드럽고 풍미가 넘친다. 전 세계 최고급 홍차의 60%가 이곳 누와라 엘리야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딜마 티룸에서 맛본 화이트티와 블랙티(왼쪽) [사진/성연재 기자]
딜마 티룸에서 맛본 화이트티와 블랙티(왼쪽) [사진/성연재 기자]

사진을 몇장 찍기는 했지만 호텔에 앉아 평화롭게 풍경을 즐길 여유는 없다. 서둘러 시내로 나갔다. 시내는 차밭 속에 있던 호텔과는 완전 딴판이다. 아름다운 식민지 시대의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그랜드호텔이다. 시내에서 남서쪽에 살짝 치우친 언덕에 자리 잡은 그랜드호텔은 외관부터가 훌륭하다. 영국식 건물 양식에다 파란 잔디가 깔린 정원까지 아름답기 그지없다. 잔디를 잘 보니 영국 등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켄터키 블루그래스 등 한지형 잔디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자라는 난지형 잔디였다. 파란 잔디밭 곳곳에는 파라솔과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듯 놓여 있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이 영국인지 스리랑카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식민지 시대 세워진 그랜드호텔의 정원 [사진/성연재 기자]
식민지 시대 세워진 그랜드호텔의 정원 [사진/성연재 기자]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딜마(Dilmah) 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딜마는 브랜드 이름으로, 이곳에서 갖가지 차를 맛볼 수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한 잔에 350루피(약 2천150원) 정도다.

가장 인기 있는 차 종류를 물으니 화이트와 녹차라고 했지만, 블랙티를 맛보고 싶어 화이트티와 블랙티를 시켰다. 화이트는 살짝 향이 옅으나 감미로웠다. 현지인들은 블랙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조금은 여유로운 기분에 바로 근처의 가장 유명한 티 팩토리 한 곳으로 향했다. 페드로 티 팩토리다. 페드로는 약간 덜 알려진 곳이긴 해도 이곳에서는 꼭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다.

◇ 티 팩토리 관람

지역마다 티 팩토리가 있다. 밭에서 따온 찻잎을 가공하는 공장이다. 상당수의 티 팩토리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공장 내부를 공개하는데, 한화로 2천원 정도를 내면 제작과정을 견학하고 차를 맛볼 수도 있다.

특히 누와라 엘리야 지역의 홍차 티 팩토리가 가장 유명하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맥우드 등의 티 팩토리는 마치 시장처럼 붐벼, 어쩌면 현지인들이 찾는 티 팩토리를 방문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누와라 엘리야의 한 티 팩토리에서 한 관광객이 차 종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누와라 엘리야의 한 티 팩토리에서 한 관광객이 차 종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누와라 엘리야의 홍차는 차의 발색이 오렌지에 가까울 정도로 밝다. 우유를 넣어 마시면 마일드한 느낌으로 맛볼 수 있다. 깔끔한 맛이 누와라 엘리야산 홍차의 특징이다.

오전 일찍부터 페드로 티 팩토리는 붐비고 있었다. 페드로는 처음 접한 이름이어서 약간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의 95%가 큰 브랜드로 팔려가는 일종의 하도급 공장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딜마 등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 탄생한다. 찻잎의 질이 큰 브랜드의 기준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티 팩토리에서는 관람객들을 상대로 한 투어가 매시간 열린다. 앞치마를 두르고 제조과정에 참여했다. 티 팩토리마다 저마다의 비결이 있기에 눈으로만 볼 것을 강조한다. 좁고 오래된 티 팩토리 공장 내부를 돌며 설명을 들었는데, 스리랑카 가이드의 영어 발음에 익숙지 않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대략 차를 말리고 발효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같은 차나무인데도 신기하게 동양은 발효하지 않고 서양은 발효해서 차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녹차를 그대로 마시고, 영국을 비롯한 서양인들은 홍차를 마시게 된 것이다.

팩토리 투어가 끝나면 차를 시음할 수 있다. 투어에 참여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내부의 상점에서 차를 사기 마련이다. 줄을 서서 차를 사고자 했는데, 현지인 한 명이 유럽에서 온 가족에게 하는 얘기를 들으니 그럴듯하게 포장된 차를 사는 것보다 비닐봉지에 담긴 벌크로 된 차를 사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 '립톤의 본고장' 하푸탈레

하푸탈레의 한 차 농장에 매일 아침 타밀족 여인들이 찻잎을 따기 위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하푸탈레의 한 차 농장에 매일 아침 타밀족 여인들이 찻잎을 따기 위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누와라 엘리야에서 큰 티 팩토리들을 봐 온 필자는 하푸탈레(Haputale)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가 맘에 차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스리랑카의 호텔들에 실망해 이번에는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시내 한가운데 언덕배기에 있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1박에 1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만6천원가량이다. 그러나 기가 막힌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호텔예약 사이트들의 리뷰들이었다.

립톤의 창업자인 영국의 토마스 립톤이 설립했던 차 농장을 하늘에서 본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립톤의 창업자인 영국의 토마스 립톤이 설립했던 차 농장을 하늘에서 본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내가 호텔 예약 사이트 평가에 한두 번 속아보나' 이런 느낌이 들어 선택하지 않으려 했지만, 본전 생각이 간절했다. 시기리야라는 곳에서 무려 20만원을 주고 얼룩 가득한 침대 시트에서 잠을 자야만 했던 생각도 났다. '침대 시트도 갈아주지 않는 곳에서 왜 비싼 숙박비를 내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번에는 차라리 저렴한 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니 아뿔싸 식당과 바로 붙어있는 방이다. 전망은 기가 막히게 좋았지만, 주방에서 요리하면서 내는 소리와 냄새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억지로 되뇌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전 6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립톤의 창업자인 영국의 토마스 립톤이 매일같이 앉아 경치를 바라봤다는 곳에 가보려면 해뜨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일명 '립톤 시트'(Lipton Seat)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해가 뜨고 나면 안개가 몰려와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서둘렀지만 결국 목적지까지 절반도 채 가지 못한 상황에서 해가 떠오르고 말았다.

립톤의 창업자인 영국의 토마스 립톤이 매일같이 앉아 경치를 바라봤다는 립톤 시트 [사진/성연재 기자]
립톤의 창업자인 영국의 토마스 립톤이 매일같이 앉아 경치를 바라봤다는 립톤 시트 [사진/성연재 기자]

립톤이 봤다는 일출은 못 봤지만, 일단 근처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서둘러 카메라에 담은 뒤 남은 길을 서둘렀다. 길은 좁았다. 툭툭과 미니버스 등이 숱하게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검문소 같은 매표소가 하나 나타났다. 이곳에서 언덕길을 1.4㎞ 더 올라간다고 했다. 차가 힘겨워하는 소리를 낸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어느새 아침 햇살이 켜켜이 스며든 차밭이 아름답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이미 안개에 립톤시트 뒤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서둘렀지만 중간중간 멋진 풍광을 찍다 보니 늦어버린 것이다. 아쉬웠지만 청동으로 만든 립톤경과 기념촬영을 한 뒤 돌아서야만 했다.

립톤시트 정상에서는 단돈 60루피(약 370원)에 맛난 홍차를 맛볼 수 있다. 립톤의 본고장인 만큼 누구든 한 잔 마셔볼 것을 권하고 싶다.

돌아 나오는 길은 시간이 훨씬 덜 걸리는 느낌이다. 일단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일까.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꼬물꼬물 뭔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온 그들의 정체는 바로 차를 수확하기 위해 올라오는 타밀족 여인들이었다. 햇살이 부서지는 차밭 위로 머리에 이것저것 지고 올라오는 여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스친다.

하푸탈레에 있는 담바테네(Dambatenne) 티 팩토리는 립톤이 설립한 티 팩토리로, 그 자체로 볼 가치는 충분하다. 견학하는 데 드는 돈은 250루피(약 1천540원)에 불과하다.

하푸탈레의 한 차밭에서 타밀족 여인이 차를 끓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하푸탈레의 한 차밭에서 타밀족 여인이 차를 끓이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스리랑카 홍차의 역사와 종류

스리랑카에서 차가 재배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곳에 차를 도입한 것은 영국인들이다. 1867년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테일러가 중부지역의 캔디에서 19에이커 정도의 작은 면적에 차 재배를 시작했다.

그가 차 재배에 성공하자 스리랑카에 재배지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실론티가 세계적인 이름을 얻게 되기에 이르렀다. 스리랑카는 오늘날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관청을 두고 이를 관리한다. 이를 차청(茶廳·Tea Board)이라 한다. 콜롬보 시내에는 스리랑카 차청에서 직접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 믿을만한 제품을 살 수 있다.

스리랑카 홍차는 고도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해발고도가 2천 피트(약 600m) 이하의 낮은 곳에서 생산되면 로우 그로운(Low Grown)이라 부른다. 이보다 높은 산간지대에서 생산되면 미디엄 그로운(Midium Grown), 4천 피트 이상에서 생산되면 하이 그로운(High Grown)이라고 한다.

누와라 엘리야의 한 차밭에서 맛본 실론티 [사진/성연재 기자]
누와라 엘리야의 한 차밭에서 맛본 실론티 [사진/성연재 기자]

홍차 종류는 잎 조각 크기와 분쇄 과정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정하는데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찻잎을 어떤 형태로 상품화하느냐다. 홍차 종류를 알기 전에 일단 오렌지(Orange)라는 용어를 먼저 접해야 한다. 오렌지라는 단어는 실제 오렌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페코(Pekoe)라는 단어와 함께 찻잎의 등급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는데 그 기원에 대해선 정확한 자료가 없다. 다만,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에 걸쳐 오랜 기간 차 수입과 개발에 독점적인 역할을 해 왔던 네덜란드의 오렌지 낫소(Nassau) 가문의 영향일 것이라는 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페코는 중국어(白豪)에서 유래된 말이란 설이 있다. 보송보송한 흰 털이 보일 정도로 연한 찻잎을 가리킨다. 중국어 발음으로 영국인들이 페코라는 표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찻잎의 형태를 그대로 띤 것은 OP(Orange Pekoe)로 표기된다. OP는 차의 가장 연한 첫 잎 바로 아랫부분을 채취한 것으로, 잎 모양이 그대로 말려진 형태다. 찻잎을 부숴서 만든 BOP(Broken Orange Pekoe)는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차로 물을 부으면 OP보다 빨리 우려진다.

BOPF(Broken Orange Pekoe Fannings)는 BOP보다 입자가 더 작아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기 가장 적당하다. 이보다 더 가는 입자는 '더스트(Dust)급'으로 찻잎을 두 번 갈아서 조금만 우려도 강한 맛을 낸다. 현지인들은 대체로 강한 맛을 선호한다고 한다.

◇ 차와 타밀족 여인들

누와라 엘리야의 한 차밭에서 타밀족 여인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누와라 엘리야의 한 차밭에서 타밀족 여인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인도와 스리랑카를 점령한 영국인들은 스리랑카가 차 재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19세기 후반 인도 본토에서 차를 재배하던 타밀족을 대거 이주시켰다.

스리랑카의 주류 민족은 신할리족으로 현재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17% 정도가 타밀족이다. 타밀족들은 맨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거칠고 가파른 1천800m 높이의 산들을 오르내리며 차밭을 일궜다. 어떤 곳은 돌투성이였으며, 어떤 곳은 뱀과 독충도 우글거렸다. 오늘날 이토록 아름답고 우아한 차밭을 만들어낸 건 모두 타밀족 덕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루 몇천원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여전히 차밭을 오르내리고 있다. 최하위층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차별 속에 불만을 키워오던 타밀족들은 1976년부터 무력충돌을 일으켰다. 2009년 내전이 일단락될 때까지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00만 명 이상의 난민도 발생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스리랑카의 차밭에는 이런 잔혹사가 숨어있다.

스리랑카 여행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교통이 어쩌면 가장 낭만적으로 만드는 요소일 수도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스리랑카 여행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교통이 어쩌면 가장 낭만적으로 만드는 요소일 수도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09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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