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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학 새내기"…팔순 할아버지의 '고군분투' 학창 생활

송고시간2019-01-11 14:51

황환철 할아버지
황환철 할아버지

[목포제일정보고 제공]

(목포=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황환철(82)씨는 2019년 새해를 맞아 꿈에 부풀었다.

여든이 넘어 졸업·입학 시즌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2년 전 목포 제일정보중을 졸업한 게 엊그제 같건만 며칠 뒤면 제일정보고를 졸업한다.

오는 3월에는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새내기가 된다.

황씨는 오후 5시 30분 시작되는 야간 1교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오후 4시면 진도에 있는 집을 나섰다.

한문에 관심이 큰 그의 입에서는 대기만성, 죽마지우, 삼인성호, 과유불급, 역지사지 등 사자성어가 술술 나온다.

교사가 한문 수업시간에 고군분투(孤軍奮鬪)를 설명하자 황씨는 "제 삶이 요즘 고군분투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노환으로 움직임이 어려운 아내를 보살피고, 바다에 나가 굴 양식을 하고, 굴을 따다 시장에 파는 게 온전히 황씨의 일이다.

밧줄로 힘겹게 끌어올린 굴을 까려면 바닷바람에 손이 깨질 정도로 아프지만 건강하게 몸이 버텨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황씨는 말했다.

저녁이면 학생으로 주경야독을 했으니 삶 자체가 고군분투라는 그의 말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7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평생 바닷바람을 맞고 살아온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이 좋았던 그는 지금도 뒤늦은 배움이 즐겁기만 하다.

고3 학년 말인 지난해 12월에는 한자 급수시험 2급에 합격하기도 했다.

바닷일을 나갈 때 흰색 테두리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남몰래 부러워했던 소년은 여든살 만학도가 돼 한을 풀었다.

황씨는 "지금이 살아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 아니냐"며 "나이 탓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굴을 넣고 끓인 미역 된장국을 먹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건강 비결 아닌지 모르겠다"며 "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마치면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인 교육기관인 제일정보중·고에서는 다음 달 14일 중학교 160명, 고등학교 293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는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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