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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김 과장 새해결심은 영어정복…"자식은 '영유' 보내야죠"

"영어유치원 종일반 200만원 넘는 곳도…영어 사교육 시장 연간 5조원 넘어
초등부터 직장인까지 영어에 몰두…영어 능력은 아시아 중위권
세계공용어 된 영어학습은 필요…"영어, '공부'가 아닌 '사용'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김민선 인턴기자 =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김세균(가명) 과장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겼지만, 영어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CNN 뉴스를 듣고, 해외 저널도 읽는다. 그러나 입사 후 10여년간 영어를 사용한 일이 거의 없다. 영어 능력보다는 음주 능력을 더 많이 쓴다. 김 씨는 "현재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외지사에 근무할 가능성이 있어 틈틈이 영어를 공부한다"라고 했다.

기해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 새해결심이란 걸 한다. 상당수는 어학 공부, 그중에서도 영어 마스터를 새해결심으로 든다. 정초부터 학원에 다니거나 스터디 그룹을 조직한다. 초등학교부터 배워 대학을 나와서도 '아직도' 영어를 공부한다. 김 씨는 "영어를 평생 공부했지만 잘 늘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자식들은 나처럼 영어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두 자녀의 영어 교육에 월 1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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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잡으려면 아이 때부터…성행하는 유아 영어 교육

이런 마음은 김 씨뿐 아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이민주(35) 씨는 여섯살 아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한 달에 들어가는 돈만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생활비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빼면 월급에서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한다. 김 씨는 "글로벌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들의 영어 능력은 필수"라며 "지금은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비 지출은 연간 수조원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른바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지출비만도 수천억원대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어유치원 410곳의 월평균 교습비는 2016년 4월 기준으로 57만원이다. 6~7세 종일반 수강료는 2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시장규모는 연간 2천500억원에 달한다.

서울로 좁혀보면 영어유치원 교습비는 더 비싸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이 밀집한 강남·서초·강동·송파구의 평균 교습비는 작년 기준 102만3천원이다. 연간비용으로 환산하면 일반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연 189만5천원)의 6.4배, 4년제 대학 등록금(연 671만원)의 2배 정도다.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에 있는 어학원 2곳으로 각각 224만3천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김주성(40·가명) 씨는 "그동안 아이를 일반 사립유치원에 보냈는데, 아이가 6세가 되는 올해부터는 영어유치원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격이 월 150만원이 넘어서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은 성행 중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영어 사교육'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사교육 시장은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전체 사교육 시장의 30%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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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사교육비만 5조원…"세계공용어에 투자는 당연"

"지금까지 영어 교육에 가장 많이 투자했고,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일 많이 접한 게 영어니까, 영어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고는 할 수 있죠. 그리고 주위에 아는 엄마 중에서 애들 영어 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는 지금까지 못 봤어요. 목동이나 강남보다는 훨씬 덜 하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학부모 A. 서울 강서구 거주)

"제일 어려운 건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수강료도 올라가요…. 가끔 1년 학원비를 따지면서 대출금 갚는 게 낫지 않나 갈등을 겪기도 해요."(학부모 B. 청주시 서원구 거주)

홍성민 씨의 석사 논문 '중학생 학부모의 영어 사교육에 관한 인식 연구'에 나오는 학부모들의 말이다.

초·중·고 사교육 시장에서도 영어의 위력은 막강하다.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영어 사교육비 총액은 5조4천250억원으로, 수학(5조3천930억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시장(18조4천억원)의 29.2%를 차지할 정도로 영어 비중은 사교육 시장에서 절대적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어학원, 보습학원, 교습소, 종합학원으로 이뤄진 영어학원을 비롯해 영어학습지, 영어 과외, 인터넷 영어학습 등도 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자녀의 영어 공부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영어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어는 세계가 촘촘히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세계공용어(lingua fraca)가 됐다. 이미 인터넷 글의 대다수와 주요 학술서는 영어로 쓰여 있다. 의미 있는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비단 학문영역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영어는 먹고 사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취업하려면 토익과 토플을 봐야 한다. 직장에서 승진하려고 해도 일정한 영어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경제가 촘촘히 얽히면서 '링구아 프랑카'인 영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등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도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모국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영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고교생과 대학생들의 국제공인 영어시험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18∼21세 고교생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계열에 따라 국제공인영어시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인들의 영어 실력은 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 최하위권이다.

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를 잘하면 사회적 지위나 파워를 가질 수도 있는 세상이 된 데다가 그 어떤 언어보다 영어로 된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제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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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대비 성과는 '글쎄'…"언어습득은 끊임없는 노력"

한국인들은 이처럼 어려서부터 영어를 공부하지만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견줘 성과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TOEIC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응시생의 평균 토익성적은 676점으로 조사대상국 47개국 가운데 17위다. 토익을 치른 499만여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토익은 공용어로서의 영어 숙달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미국 교육평가위원회(ETS)가 개발한 영어시험으로, 국내에서는 취업·평가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비영어권 성인의 영어 능력지수 순위를 나타내는 EF EPI(Education First English Proficiency Index) 지표를 봐도 한국인의 영어 실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한국의 영어 능력 수치는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지 않는 88개 국가 중 31위다. 전체 국가별 등급으로는 보통 수준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홍콩에 이어 6위다.

영어에 투자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지만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있다.

안중은 영남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 수업 때만 잠깐 영어를 쓰고 평소에는 오로지 한국어만 사용한다. 영어 수업 자체도 '영어 사용'보다는 '영어 공부'에 초점을 맞추니 절대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이길영 교수는 초등교육부터 원어민과 한국인 교사의 '팀 티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어민이 참가하는 교육은 중요하다"며 "문법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실제 원어민과 사용해보는 영어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노력도 필요하다. 안 교수는 "어른이 되어서도 영어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입시 때에만 영어를 사용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영어를 그만 배우게 되는 경우가 잦다. 언어는 끊임없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야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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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 이한나 인턴기자)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06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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