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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눈 서울특파원이 바라본 코리아…신간 '한국, 한국인'

송고시간2018-12-28 11:04

"한국,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중앙계획경제…친미 한국 구원받고 친소 북한 쇠락"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옳다고 믿더라도 거스를 정도로 강한 지도자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영국인 마이클 브린은 영국 더 타임스·가디언과 미국 워싱턴 타임스 등지에서 서울특파원을 지내며 한국과 북한 문제에 수십년간 천착했다.

1982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36년째 서울에서 살았으니 고국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날이 더 많다. 북한도 자주 방문해 웬만한 한국 젊은이보다 한국과 북한을 더 많이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저널리스트 활동보다 홍보컨설팅 회사 운영에 주력하는 그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는 새 저서를 냈다. 실레북스에서 출간한 '한국, 한국인(The New Koreans)'이다.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역사는 물론 종교, 생활습관, 문화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시각으로 우리도 간과한 한국과 한국인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타깃 독자층은 아무래도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겠지만, 한국 독자들이 읽어도 무릎을 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브린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룬 성취를 '세 가지 기적'으로 표현한다. 눈부신 경제 발전, 고속 민주화, 문화 한류를 꼽는다.

이 같은 성과는 20세기 그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것이며, 특히 한국처럼 20세기 들어 식민 통치에 시달리다 해방된 다른 피지배 국가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하고 믿을 수 없는 업적이었다는 점을 브린은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적 같은 발전 원동력을 브린은 무엇으로 볼까.

브린은 가장 큰 지렛대로 북한과의 경쟁을 꼽는다. 자유민주주의 정치 이념과 자본주의 경제 이념을 선택한 대한민국은 인민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채택한 북한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생존이 보장됐고, 그래서 앞만 보고 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은 모든 면에서 승리했고, 초반에는 경제·외교·군사력 등에서 앞서나간 북한은 여전히 빈국 중 하나로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브린은 한국이 미국을 선택해 '친미 국가'가 된 부분을 성공의 결정적 계기로 지목한다.

브린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의 전략은 미국의 마차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미국 동맹국 중 가장 친미적이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민족적 성깔을 억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미로 나아간 남한은 구원을 받았고 친소를 표방한 북한은 쇠락했다"면서 "김일성의 가혹한 리더십 아래 북한은 1970년대까지는 더 결속되고 경제력도 강했지만 결국 끔찍하도록 강압적이고 유연성이 부족한 체제 때문에 침체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브린은 박정희 정부 시절 고속 경제성장이 공산 국가보다 더 강력한 '계획 경제' 추진에 따른 열매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였지만 현실적으로 강력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수용한 면에서 사회주의 국가였다"면서 "한국은 사실상 한 세기 동안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나온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중앙계획경제의 본보기"라고 했다.

한국, 한국인
한국, 한국인

브린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경제 분야에서 한강의 기적이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두 번째 기적으로 이어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세 번째 기적을 낳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고 브린은 강조한다.

외국 기자들이 너무 역동적(too dynamic)이라고 지적할 만큼, 때로는 제도와 법마저 무시하는 한국인의 '뜨거운 기질'과 즉흥성, 포퓰리즘(대중 영합)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브린은 "이제 한국에는 국민 대다수가 원하거나 옳다고 믿는 것이라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거리 시위나 온라인 항의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며, 안정된 민주주의는 대의제도와 법치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평에서 "한국이 어떻게 경제가 마비된 국가에서 신흥 시장으로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경제 강국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나라에 대한 생생한 초상화"라고 평했다.

장영재 옮김. 528쪽. 1만9천500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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