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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가장 예쁠 시기인데"…10대 화장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

송고시간2018-12-22 08:00

국내 초중고생 10명 중 6명 "평소에 화장한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올바른 화장법 알려줘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김민선 인턴기자 = "옆집 사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벌써 화장을 해요. 피부는 파운데이션을 발랐는지 하얗고, 입술은 틴트로 빨갛게 칠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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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 모(39) 씨는 "아무것도 안 바르는 게 예쁠 나이인데 화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초등학교 1학년인 딸도 몇 년 뒤 화장한다고 할까 봐 솔직히 겁난다"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임 모(42) 씨는 "출근길에 마주치는 고등학생이 있는데 버스 안에서 매일같이 풀 메이크업을 한다"며 "교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모습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사이에서 화장 문화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생 10명 중 6명은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라보는 일부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학생 본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도 "'어린 나이의 화장이 나쁘다'라는 교육으로 무조건 제재하기보다는 과거와 달라진 화장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화장하는 학생 절반 "초등학생 때 처음 메이크업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화장을 제재하진 않아서 등교하는 주 5일은 화장을 해요."

서울시 강북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서 모(19) 양은 "메이크업을 전공으로 하는 친구들도 있고 학생이 자신의 개성을 화장으로 드러내는 걸 학교가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 하는 학생은 적지 않다. 광주대 문화예술대학 뷰티미용학과 박정연 교수팀이 2017년 초·중·고교생 537명(초등학생 33.3%·중학생 32.8%·고등학생 33.9%)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초중고생의 60.9%는 피부·색조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크업 제품을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학생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인 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 시작했다는 학생은 각각 42.5%, 5.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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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초중고생의 37%는 주 1~2회, 33%는 매일 메이크업을 한다고 답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메이크업 빈도수는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주 1~2회 메이크업을 한다는 학생이 48%로 가장 많았지만, 중·고교생의 경우 매일 한다는 학생이 각각 39.8%, 41.3%였다.

전라북도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모(19)양은 "학교에서 화장을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 화장을 한다"며 "교문 지나고 교실에 들어와서 하는 친구들이 3분의 1, 수업 중에 하는 친구들이 3분의 1, 수업 종료 후 하교 직전에 하는 친구들이 3분의 1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이크업 제품을 살펴보면 피부 메이크업은 비비크림&씨씨크림(51.4%), 입술은 틴트(69.7%), 눈 화장은 아이라인(58.1%)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예쁜 건 경쟁력"…자아존중감, 대인관계에 영향

청소년들이 화장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화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거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자, 또래문화라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학생은 '더 예뻐 보이기 위해' 메이크업을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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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했다는 이 모(19)양은 "화장을 안 한 민낯으로 다니기 부끄럽다"며 "친구들이 거의 다 화장을 하니까 화장을 안 한 날에는 주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고 말했다.

화장은 자아존중감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도 있다.

서모 양은 "화장을 하는 이유는 사회가 꾸미는 사람, 예쁜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나 역시 사람들이랑 말할 때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화장을 계속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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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광주대 교수는 '초·중·고등학생의 화장품 사용 및 화장행위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또래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매력적인 외모를 지향하려고 노력하는 성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화장행위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매체의 발전으로 TV,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화장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라고 전했다.

◇ "아이들 화장 단속해야"vs"화장 자율화해야"

청소년들의 화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딸을 키우는 성 모(38) 씨는 "6학년 아이가 얼마 전부터 틴트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학교 측에서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지만 벌써 이러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현재 12개로 구분하고 있는 화장품 유형에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용 제품류'를 새로 추가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어린이 화장품을 공식화하면 도리어 어린이의 화장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반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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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생활상담부장으로 있는 장 모 교사는 "최근 학칙을 교정할 때 온라인 설문조사를 받았는데 학부모 200명 중 70% 가까이가 학생 화장을 단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반대로 학생들은 80% 가까이가 화장 자율화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아침에 바쁜데 밥도 안 먹고 화장만 한다고 토로한다"며 "한 아이가 화장하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교는 학칙으로 화장을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장을 엄격히 제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토로가 나온다.

학생인권조례와 초·중등교육법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에는 "복장·두발 등 용모에 있어 개성을 실현할 권리(12조)"가 명시돼 있다.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장 자율로써 학생들의 용모와 복장에 관한 것들을 규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합의를 통해 정한다는 의미다.

중학교 교사인 김 모(52) 씨는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2학기부터 학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화장도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개인적으로 화장이 과하지만 않다면 너무 강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 학생들이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3년 전 일본에서 이를 취재하러 오기도 했다"며 "이런 현상은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와 2000년대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등장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화장이 보편화한 만큼 이를 일방적으로 막으면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화장을 하고 클렌징하는 방법 등 올바른 화장법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장미화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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