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쉿! 우리 동네] 왕들이 쉬어 가고 신혼여행 하던 곳…대전 유성온천

1970∼1980년대 신혼여행지 명성…1990년대 유흥 이미지로 쇠퇴
최근 웰빙 붐 타고 보양·요양·휴양 3박자 '도심 온천지'로 부활
유성온천 족욕체험
유성온천 족욕체험[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백제와 신라의 싸움이 치열하던 삼국시대. 백제의 한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성인이 되자 신라와의 전쟁에 동원됐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아들은 돌아왔지만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용하다는 의원들이 잇따라 치료에 나섰지만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논 가운데 뜨거운 물 웅덩이에 앉아 있는 학 한 마리를 보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날개와 다리에 상처를 입은 학이 웅덩이의 물을 상처에 찍어 바르고 있었다.

며칠 후 학은 상처가 나아 날아갔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가 웅덩이의 물로 아들을 씻기자 아들의 상처가 나았다.

다친 아들의 병을 낫게 했다는 유래가 전해져 내려오는 이곳은 바로 대전 '유성온천'이다.

유성온천은 역사서에서도 발견된다.

고려사에 따르면 유성의 옛 지명은 백제 노사지현이다. 당시에도 온천이 있었다고 고려사는 설명하고 있다.

기록으로만 따지더라도 백제 시대인 1천년 전부터 온천이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기 전 계룡산을 둘러보고 유성에서 온천을 즐겼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온천수 물총싸움
온천수 물총싸움[연합뉴스 자료사진]

태종 이방원도 왕자 시절 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유성온천에서 피로를 풀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유성은 온천 덕분에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뜨거운 물로 빨래를 할 수 있어 유성 처녀들은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아 시집가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사대부들은 겨울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며 불편해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유성온천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온천수의 효능 때문이다.

유성의 온천수는 지하 50∼400m로 구성된 화강암 단층 파쇄대에서 생성된 물로 지하 200m 이하에서 분출되는 27∼56℃의 고온 열천이다.

1970년대 유성온천 일대
1970년대 유성온천 일대[유성구 제공]

나트륨, 마그네슘 등 60여 종의 성분이 함유돼 있고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신경통 등 각종 질환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대에 들어서는 1913년 일본인들이 근대적인 온천시설을 설치한 것을 계기로 오늘날의 유성온천으로 발전했다.

유성온천은 1970년대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떨쳤다.

인구 150만의 도시, 대전에서 요즘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은 목욕탕이다.

2000년대 이후 찜질방이 유행하면서 도심 한복판에 목욕탕을 겸한 대형 찜질방이 들어섰지만 그전에는 대전에서 목욕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성온천 때문이다.

인근에 온천이 있는데, 일반 목욕탕을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대전 사람들은 일요일 오전이면 충남 대덕군 유성읍 유성온천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목욕 나들이'를 즐겼다.

휴일이면 수건, 타월, 비누 등을 담은 플라스틱 바구니나 비닐봉지를 들고 유성으로 향하는 목욕객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마이카' 붐이 불면서 유성온천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찾았다.

유성구에 따르면 1990년 15개였던 유성의 온천탕은 1997년 22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유성온천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유흥업소 영업 제한 시간 해제로 각종 유흥업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40년대 유성온천
1940년대 유성온천[유성구 제공]

다른 지역은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는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풍선효과'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성에 드리워지는 그늘이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온천 개발 붐이 인 것도 유성온천에는 큰 타격이었다.

온천 이미지는 희미해지고 유흥 이미지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유성온천이 부활 조짐을 보인다.

보양·요양·휴양으로 도심의 '웰빙 온천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성온천은 사계절 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다.

하얀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봄이면 유성온천문화축제를 통해 온천의 효능을 즐길 수 있고, 겨울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유성구는 가족·친구·연인이 함께하는 휴양·관광도시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가족형 온천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온천로 일대를 문화예술 거리로 만들어 과거 유성온천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인근에 도심형 가족 캠핑장을 만들고 산책로·등산로·치유의 숲 등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용래 구청장은 "새로운 관광 트랜드에 맞춰 유성온천을 온천과 휴양이 결합한 온천테마파크로 조성하겠다"며 "가족과 친구, 연인이 함께 찾아 즐기는 유성온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2/22 11:0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AD(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