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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동해안 400년 종가의 손맛…강릉 한정식 '과객'

(강릉=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동해안 양반집에서 전수돼 온 전통의 맛은 어떤 것일까?

400년 세월을 버텨낸 종가에서 음식이 서빙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400년 세월을 버텨낸 종가에서 음식이 서빙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강원도 강릉의 관문인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 4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낸 종가(宗家)가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된 전통한옥 '상임경당'(上臨鏡堂)이다.

이곳은 조선 중기의 선비 김열(金說 :아호 임경당)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강릉 김씨 후손들이 지은 별당이다. 김열의 아버지 김광헌은 1519년(중종 14)에 진사에 올랐으나 관직에 나가지 않았고 김열(金說) 또한 그러했다고 한다.

임경당은 아래쪽에도 한군데 더 있어, 위쪽 마을에 있는 이곳을 상임경당이라 부르기도 하고 진사댁으로 부르기도 한다.

금산평 벌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시야가 탁 트여있다. 이 집 뒤편에는 같은 세월을 이겨 온 목백일홍이 자리 잡고 있어 꽃이 피면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이런 고가에 식당 문을 연 것은 2013년이었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떡갈비진짓상 [사진/성연재 기자]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떡갈비진짓상 [사진/성연재 기자]

연로하신 부모가 "집을 지켜야 한다"며 서울의 자식들을 부르면서 시작됐다. 그때 귀향한 자식들이 고풍스러운 가옥을 활용한 품위 있는 음식점을 열기로 하고, 식당 이름은 과객(過客)이라 지었다.

그전에는 이 오래된 고택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맛을 아무나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확실하게 인상을 심은 것은 이번 평창올림픽 때였다.

덕분에 양반다리가 힘든 외국인을 위해서 입식 좌석까지 마련했다.

이 집의 요리 재료는 주로 주문진 향호리에 있는 외갓집 등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추와 배추 등이다. 밥도 강릉산 쌀로 지어졌다. 그래서 맛이 맛깔스럽고도 고급스럽다.

문어무침이 인상적인 메뉴 [사진/성연재 기자]
문어무침이 인상적인 메뉴 [사진/성연재 기자]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온 메뉴들

종가에서 또는 대대로 장을 담그는 집에서 조선간장을 담글 때 예로부터 내려오던 간장을 한 국자씩 넣어 다시 발효시킨다. 이 간장을 씨간장이라 한다.

씨간장은 그래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맛이라 한다. 그 시간만큼 깊은 맛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

이 집 장독대에는 씨간장과 강된장, 담뿍장, 막장 등 다양한 형태의 장이 햇살을 머금으며 익어가고 있다.

종가의 음식을 발달시킨 것은 제사였다. 대구포를 주재료로 한 식혜가 바로 그것이다.

종가에는 제사가 많았다. 예전에는 한식, 단오까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렇게 제사를 통해 남은 대구포를 찧고 옥수수를 부숴 밥을 해서 식혜를 만들어냈다.

김치는 동태를 썰어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문어 무침의 경우 씨간장으로 맛을 낸 뒤 직접 농사지은 참깨와 들깨 등으로 짠 기름을 발라 내놓는다.

뜨끈한 된장찌개는 고추장과 된장, 청국장, 막장 등 네 가지를 섞어낸다. 특히 싹을 살짝 낸 청밀을 갈아서 장에 넣는 것이 독특한 맛을 낸다.

디저트로 나온 백설기도 특이하다. 모싯잎이나 쑥 등을 넣어 집에서 만들었다. 백설기를 강릉지방에서는 '뭉생이'라 부른다.

뭉생이와 함께 나온 식혜도 손수 엿기름을 내 만들어 감칠맛이 난다.

집에서 재배한 재료들로 버무린 문어무침 [사진/성연재 기자]
집에서 재배한 재료들로 버무린 문어무침 [사진/성연재 기자]

기본 메뉴와 코스

먼저 호박죽과 흑임자 샐러드가 전채요리로 나오는데 샐러드가 맛깔스럽다.

묵무침도 예사가 아니다. 녹두를 갈아서 체로 거른 뒤 가라앉은 앙금을 모아서 쑨 청포묵이다. 또 제철 채소인 호박과 가지 등으로 구성된 모둠전도 맛깔스럽고 가자미조림과 한우 떡갈비 등도 입맛을 자극한다.

1인분 2만원인 과객진짓상을 시키면 종가의 기품이 서려 있는 위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1인분 3만원인 떡갈비진짓상을 시키는 게 경제적일 수도 있다. 1인분에 4만원인 문어진짓상에 올라오는 문어 무침이 맛보기로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예약손님만 받으며, 토요일만 저녁까지 손님을 받고 평일은 점심만 한다. 일요일은 쉰다.

씨간장이 익어가는 장독대 [사진/성연재 기자]
씨간장이 익어가는 장독대 [사진/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15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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