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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대출받아 해외여행 갑니다"

송고시간2018/1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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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해외 나들이…원화 강세·저비용 항공·소확행 영향
해외소비지출 사상 최대…민간소비 중 해외 비중 계속 확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최유진 인턴기자 =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김주현(26·가명) 씨는 지난 3월 친구들과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수중에 돈이 없었기에 비용은 대출로 마련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용하는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이자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아보니 학자금대출은 학교 다니는 동안 이자는 면제고 취업 후에도 이자가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저렴한 연 2.2%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생활비 명목의 학자금대출 100만원을 받았다. 김 씨는 "대출이 부담스럽지만 100만원 정도는 직장인이 되면 금방 갚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해 대출받았다"며 "직장에 들어가면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들었다. 주변에도 나처럼 대출받아 여행 가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해외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작년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쓴 돈은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민간소비 중 해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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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해외 관광 가서 쓴 돈 7% 이상 증가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우리나라 해외소비 분석과 시사점'을 보면 작년 한국인의 해외소비지출(실질기준)은 31조9천374억원으로 전년보다 9.9%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소비지출에는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해외 물품을 직접 산 '해외직구'나 회사 출장 등 업무로 쓴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경비로 쓴 돈이다.

해외소비는 2010∼2017년 연평균 8.7% 늘었다. 반면 국내 소비는 같은 기간 연평균 2.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 때문에 민간소비 중 해외소비 비중은 꾸준히 확대해 작년 4.3%까지 올랐다.

해외소비지출이 늘어난 건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고 저비용 항공 노선이 확대된 덕택이 크다.

달러 환율은 작년 1월 2일 달러당 1천208.0원에서 12월 28일 1천70.5원으로 11.4% 하락했다. 엔화 환율도 같은 기간 100엔당 1천33.3원에서 949.2원으로 8%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저비용 항공 이용자도 전체의 38%를 차지하며 국외 여행 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도 달러 및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외 여행 지출은 계속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에서 쓴 돈을 의미하는 여행지급액(유학비 제외)은 1∼10월 238억9천3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22억6천920만달러)보다 16억2천110만달러(7.2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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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돌림 안 당하려면 해외여행 다녀와야죠"…휴가철 신용대출 대폭 증가

울산에 사는 주부 권은선(38·가명) 씨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지난 7월 두 딸을 데리고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한 달여 간 다녀왔다.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서다. 경비로 1천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그는 여건만 되면 매년 가고 싶다고 했다. 권 씨는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에 친구들이 많은데 그곳에서는 이런 해외 사교육이 훨씬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목동 주부 이은혜(38·가명) 씨는 "방학 때라든가 학기 중에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돌림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은 꼭 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방학 때나 노는 날이 많은 5월이 되면 통상 신용대출이 많이 증가한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월별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 폭은 3월 4천억원이었으나 5월에는 1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휴가 성수기인 8월에는 전월 증가 폭(9천억원)보다 두 배가 넘는 1조9천억원이 늘었다. 금융위는 여름 휴가철 자금 수요 등으로 신용대출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학교 수학여행을 해외로 가는 경우도 상당하다. 일부 특수목적고에선 학생 개인당 수백만원씩 쓰는 경우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수학여행비가 학생 1명당 100만원을 넘은 경우는 97개 초·중·고교에서 총 184건이었다. 이 중 한 특목고는 수학여행비가 30개 국·공립대학 등록금 평균(419만5천500원)보다 비싼 446만5천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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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에 투자"

"어차피 집값 올라서 월급으로 집 사기도 힘들어요. 게다가 비정규직이라 월급은 쉽게 오르지 않죠. 그동안 모은 돈을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느니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일에 투자하고 싶었어요."

건설사에 약 2년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최근 퇴사한 정미영(26·가명) 씨의 말이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 달을 보낸 후 현재 정규직 취업을 준비 중이다.

젊은 층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정규직 직장은 잡기 어렵고, 집값도 턱없이 오르다 보니 비정규직으로 모은 돈을 나를 위해 오롯이 투자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큰 행복보다 현실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 가격은 8억4천883만원에 달한다. 평생 벌어도 모으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의 9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보면 중간값인 3분위(소득상위 40∼60%)를 기준으로 할 때, PIR는 13.4년이다. 연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13.4년을 벌어야 평균 정도(3분위 주택가격)의 서울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활비와 교육비 등 실제 지출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 보유자는 1천903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5천181만명)의 36.7%다. 이들이 보유한 가계부채 총액은 1천531조원, 보유자 1인당 빚은 8천43만원이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높은 집값과 지지부진한 취업률 탓에 젊은 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지면서 단기적인 준비 과정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로망에 시선을 돌리게 됐는데, 그것이 해외여행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다른 국가들을 보면 국민의 30% 정도가 해외여행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민의 50% 수준에 육박한다. 젊은 층은 SNS를 통해 타인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는 데다, 욕구를 실현하는 측면도 강하다 보니 해외여행이 많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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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2/16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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