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마크롱, 노란조끼 물결·폭력시위로 또다시 '시험대'

송고시간2018-12-04 18:30

폭력시위 얼룩져도 유권자 72% "노란조끼 지지"

마크롱 지지율은 20%대로 '바닥'

르몽드 사설 "무능과 오만…통치방식 안바꾸면 위기타개 어려워"

지난달 11일 파리의 1차대전 종전 기념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AP=연합뉴스]

지난달 11일 파리의 1차대전 종전 기념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A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집회와 최근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과격 폭력시위 등으로 또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직면했다.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전국 규모의 '노란 조끼' 집회의 파괴력이 예상을 훨씬 넘어서며 여론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폭력시위로 얼룩진 파리 중심가의 모습은 마크롱의 바닥을 치는 낮은 지지율과 연결되면서 프랑스 정부의 대처능력 부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일인 지난 1일(현지시간) 샹젤리제 거리와 에투알 개선문 등 파리 최대 번화가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는 복면을 쓴 무리가 금속으로 된 막대기와 도끼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서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개선문 안 전시공간이 파괴되고 개선문 외벽에는 '마크롱 퇴진', '노란 조끼가 승리할 것'이라는 낙서로 도배됐고,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차량이 불에 타고 샹젤리제 거리 곳곳의 고급 상점과 레스토랑이 폭력시위대에 의해 파손됐다.

중산층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평화적 시위를 하는 이른바 '노란 조끼' 운동과 극우·극좌세력의 과격 폭력시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최근의 반(反) 마크롱 정서와 연일 이어지는 대규모 시위는 마크롱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노란 조끼 운동은 단순히 현 정부 정책에 불만이 큰 유권자들이 소수 모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국적 대규모 집회로 비화했고, 극심한 폭력시위 양상까지 보이자 프랑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운동이 평소의 정치적 성향과 거의 관계없이 유권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는 것은 마크롱에게는 특히 뼈아픈 일이다.

'마크롱은 퇴진하라' 개선문에 그려진 시위대 낙서
'마크롱은 퇴진하라' 개선문에 그려진 시위대 낙서

(파리 AP=연합뉴스) 한 문화재 전문가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투알 개선문에서 전날 '노란 조끼' 시위대가 쓴 낙서 '마크롱 퇴진'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여론조사기업 해리스인터랙티브가 파리의 폭력시위 사태 다음날인 2일 유권자 1천16명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90%는 정부의 조치들이 사안의 위중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단, 응답자의 85%는 폭력시위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집회 전후로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들이 여론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미미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중순 노란 조끼 전국집회에 앞서 저소득층 자가용 운전자 세제 혜택, 디젤차 교체 지원금 확대, 에너지 보조금 수혜 가구 확대 등 '민심 달래기' 정책들을 내놨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 폭과 시기를 국제 유가와 연동해 조정한다는 '당근'을 추가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

밑바닥 여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부유세 폐지와 유류세 인상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는 중산층 이하 차상위 계층과 화물트럭 운전자 등에게 마크롱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더욱 굳히게 했다.

평화 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번 폭력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층을 무시한 것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며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부 로렌 지방에서 아이 둘과 부인과 함께 지난 1일 파리 시위에 참여하러 왔다는 샹탈(45)이라는 남성은 렉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집은 매달 500유로(60만원 상당)씩 적자가 난다. 바캉스를 가지 못한 지 3년째"라면서 "이번 폭력시위는 마크롱의 침묵에 대한 응답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이 '노란 조끼' 물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정 전반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유권자 1천95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9~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국정 지지도는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빠진 25%로 나타났다. 작년 5월 취임 후 최저치다.

특히 마크롱의 지지율 낙폭은 여러 직종 중에서 블루칼라노동자·소상공인 사이에서 한 달 만에 9%포인트가 급락해 서민층의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마크롱이 집권한 뒤 사실상 처음 치르는 일종의 '중간평가'인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프랑스의 다른 야당도 아닌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극우를 꺾고 집권한 마크롱에게는 더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 조끼 운동이 확대돼 지방과 농촌 유권자들의 민심을 계속 잃으면 2022년 마크롱의 대선 재선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유력지 르 몽드는 4일 사설에서 "(마크롱의) 절대권력을 내세우는 권위적인 태도는 질서 확립도 못 하는 무능함으로 바뀌었고, 오만함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위기를 고착화했다"면서 "통치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현 국면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지난 1일 파리 개선문 앞의 시위대[AFP=연합뉴스]

지난 1일 파리 개선문 앞의 시위대[AFP=연합뉴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